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159

Mama Green Curry 라면

어후... 맛없어서 못먹겠다. 고수 사촌인 릉쿠아스 향이 너무 강하고 역하게 느껴진다. 5점 만점에 1점. 인니에서 오래 살면서 향신료에 그럭저럭 익숙해진 편인데도 힘들다. Mama는 태국 브랜드다. 메이저 브랜드고, 그린 커리 라면도 판매량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못먹겠다는 건 아무래도 그냥 내 입맛이랑 거의 정반대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예전 태국 여행 때 레드 커리 먹고 배탈 심하게 앓은 적 있는데, 태국 카레가 나랑 궁합이 안맞는 모양이다. 아니면 배탈 심하게 앓는 바람에 내 몸이 태국 카레를 거부하게 됐거나. 어쨌든 비추긴 한데 그냥 내 개인적인 취향이 안맞는 걸 수도 있고, 태국의 그린 커리, 레드 커리가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환장한다는 저열한 착각

동남 아시아, 혹은 중앙 아시아 등 한국에 비해 경제 수준이 낙후된 나라의 여성들이 한국인을 우러러 보고, 한국인과의 결혼을 꿈꾼다는 착각을 하는 한국인들이 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이 드럽게 못살던 시절, 한국이 우러러 보던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 시절, 한국 여성들이 미국인과의 결혼을 선망했던가? 미국인(주로 미군)과 어울리는 여성을 양공주라 하며 천대했다. 평범한(?) 집안이라면 딸이 미국 남자를 남편감이라고 데리고 오면 아버지가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심지어 백인이라도!) 사람은 누구나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주변 사람 대다수가 하는대로, 평범하게. 제법 많이 개방적인 나라가 된 한국도 대다수의 한국인은 한국인과 결혼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인니인은 인니인과, 베트남..

블루버드 택시

밤 11시, 자카르타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블루버드 택시를 탔다. 예전엔 블루버드 타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못해도 승객 서너 팀은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제 택시는 잔뜩 서있는데 타겠다는 사람이 없다. 택시 타겠다고 하니, 잡담 중이던 탑승장 관리 직원과 택시 기사가 오히려 당황하는 기색이다. 단조로운 유료도로에서 기사가 조는 건 여전했다. 낮이건 밤이건, 유료도로에서 졸지 않는 기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못봤다. 택시회사에서 졸면서 운전하는 법이라도 훈련시키나 보다. 적당히 조는 건 이제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숙면에 빠질 수도 있으니 가끔씩 말 걸어주긴 해야 한다. 거리 80km 정도, 1시간 남짓 걸렸다. 택시비는 44만 루피아 나왔다. 그랩이나 고카가 35만 루피아니까, 한참 비싼 셈이..

이민국 사진, 지문, 서명 입력하는 창구 모습

저 카메라에 사진 찍고, 사진 하단 회색 지문 인식기에 양손 열 손가락 지문 찍고, 그 옆 패드에 서명을 입력한다. 아크릴 판은 코시국이라 설치했다.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진 우측의 분홍색 파일철들이 사진 등 자료 입력할 대상자들 것이다. 브로커를 통해 비용을 좀 더 지불하고 진행하는 사람의 파일철이 은근슬쩍 위쪽에 얹힌다는 건 뭐 대단한 비밀도 아니다. 나중에 접수된 파일은 밑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사람이 바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시간이 곧 돈이라는 것,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나도 공무원의 실수를 늘 애용한다. 10여 년간 거의 매년 방문했지만 지금껏 늘 공무원이 자리에 있어서 사진 찍을 기회가 없었는데..

iColor - 대통령 아들이 만든 아이폰 수리 전문 체인점

인니에는 아이폰 공식 스토어가 없다. 그나마 2017년에 아이폰과 제휴한 리셀러 스토어인 아이박스 iBox가 생겼다. 그전까지는 거의 대부분 싱가폴에서 보따리로 흘러들어온 제품이 전부였다. (그래서 아이폰을 쓰면 좀 쩔어준다. ㅋㅋ) 그렇다 보니, AS 역시 개판일 수 밖에 없다. 여친 아이폰을 수리하러 브까시 수마레콘에 있는 iColor라는 아이폰 수리점에 갔다. 간판에 커다랗게 찍혀 있는 아이폰스러운(?) 아저씨가 누군가 싶은데 하단에 이름이 있다. 기브란 라까부밍 Gibran Rakabuming. 인니 현 대통령 조코위 Jokowi 의 아들이다.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사업에 재능에 있다고 하더니, 이런 걸 창업했었구나. ㅋㅋ 87년생인 기브란은 2020년, 서른 셋의 나이로 솔로 ..

에어컨 이야기

인니는 1년 내내 에어컨을 쓰기 때문에 3~6개월 마다 필터 청소를 한다. 필터 청소는 AS 대상이 아니다.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보통 뚜깡 아쎄 Tukang AC 라고 부르는, 에어컨 기술자를 부른다. * tukang 기술자 AC 에어컨 정기적으로 필터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감이 꽤 안정적이라, 뚜깡 아쎄는 어지간한 동네엔 다 있다. 에어컨 기술자라는 말 그대로, 어지간한 고장도 고친다. 인니도 AS 시스템이 없는 건 아닌데 대응이 느리고 비용도 싼 것도 아니라, 어지간하면 뚜깡 아쎄에게 시킨다. 입소문 장사라 실력 괜찮고, 가격을 터무니 없이 속이지 않는 사람이 살아남기 마련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기술자들은 각자 자기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개념이 있어서, 동네마다 실력이나 인성의 편차가 있다. ..

[특이했던 사람] 2. 어느 신입 사원

나이는 서른 셋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력서도 그 나잇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대단하지만 대단하기만 한 스펙인, 그저 그런 내용이었다. 면접을 봤지만 영업 업무에 전혀 맞지 않았다. 취업률 100%를 달성하고자 했던 인력업체 대표 새끼가 사장에게 청탁해서 억지로 밀어넣지만 않았다면, 평범하게 서로 지나쳐 기억에도 남지 않았을 인연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같이 일하게 됐으니, 어떻게든 잘 해봐야 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외국인 고용 정원 추가와 취업 허가를 내려면 두어 달 걸리기 때문에, 보통 입사 예정자는 귀국해서 대기한다. 입사가 결정된 신입도 일단 한국으로 복귀하도록 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인력업체에서 연수 받는 동안 있었던 짐을 맡겨도 되겠냐 물었다. 무슨 짐인지도 모르..

생계형 국제 커플 유튜버들과 무지성 컨텐츠 소비자들

국제 커플이 돈이 꽤 되니까 그쪽으로 파는 청년들이 많다. 썸네일은 어디 교과서라도 있는지 비슷비슷하다. 선정성 은근히 깔고 들어간다. 처음엔 건전한 여행기 올렸다가 조횟수가 영 안오르니 국제 커플로 선회한 채널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그쪽으로 컨셉 잡은 채널도 있다. 스스로도 떳떳하진 않지만 이 악물고 철판 깐 게 보이는 청년도 있고, 소시오패스 같아 보이는 청년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 중, 이 친구는 아주 작심을 했구나 싶은, 참 열심히 하는 청년의 유튜브가 눈에 띄어서 처음부터 따라가면서 업적을 정리해봤다. 1. 인니어 거의 못함. 2. 호주 워홀 했다는데 영어가 영 별로. 3. 코로나 이전에 인니 여행 와서 단순히 한국인이라고 하면 다들 신기해하며 반겨주는 분위기에 뻑감. 통역 도와준 케이파퍼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