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222

[뜬금 여행 - 또바 호수 Danau Toba] 01. 뜬금없이 출발

오랜만입니다. 일은 그럭저럭 자리 잡혀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참 적응의 동물인 것이, 반년 전의 저같으면 으악!스러울 일들이 지금은 그냥 심상합니다. 가끔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죠. 그렇더라도 부조리에 대한 불편한 느낌은 당최 줄어들지를 안네요. 아질 덜 닳아서 그런 걸까요? 그래도 그 불편함이 스스로 마음에 듭니다. :) 언젠가 서식기 II 를 쓰게 되면 그때 넋두리하기로 하고 (그리 머지 않은듯 합니다.), 여행 이야기나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평어체로 쓸테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여차저차한 이유로 (회사일이 관계된지라...) 5일 정도의 시간이 생겼다. 어딘가 가긴 가야할텐데... 머나도 Menado, 발리 Bali, 또바 호수 Danau Toba 세 곳이 물망에 올랐다. 머나도는 항공료 문제로 ..

Go East. 28. 닫는 글.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더 멀어져 버린...

시간 순으로... 족자에서 만났던 호쾌한 여행사 직원 이르완과 그가 사준 점심. 비양심적 사기의 원흉, 프로볼링고 시나르자야 여행사와 평생 잊기 힘들 쩨모로라왕의 악몽의 숙소. 뭐 사는게 다 그런 거겠지만, 왠지 타인의 불행을 먹고 사는 거 같아 얄미웠던 브로모 화산 전망대 부근의 오토바이 기사들. 그 말도 안되는 일들을 겪고도 다시 활짝 웃을 수 있는, 강한 웨스턴 배낭여행자들. 불행은 행운과 함께 온다. 그 딱한 상황의 내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발리 느가라 경찰, 이다바구스 씨와 그의 가족. 덴파사르에서 우붓까지, 시간 두 배 걸릴 정도로 빙 돌아서 오느라 수고 많았을 택시기사. 내 기억 속의 우붓을 좀더 푸근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 청년들. 이런게 여유롭고 잔잔한 황혼의 즐거움이라는 걸 보..

Go East. 27. 롬복 Lombok -> 자카르타 Jakarta. 다시 일상으로

원래대로라면 최소한 숨바와 Sumbawa 섬(롬복에서 다시 동쪽에 있다)까지는 갈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기간이 다 됐다. (발리 우붓에서 열흘 있었던 것이 컸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비행기다. 왔던 여정을 돌이켜 보면 생각하고 자시고가 없다. 롬복의 주도 마따람 Mataram에 있는 롬복 공항 바깥 지역. 공항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박한 곳이다. 대합실 역시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 마냥 소박하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를 비롯하여 몇 대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손님이 가득했을 때는 앉을 자리도 없었다. 멀쩡히 앉아 있다가 인니 아줌마가 궁뎅이 슬쩍 들이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자리에서 밀려나는 독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아줌마는 만국 공통인가...? 수상..

Go East. 26. 롬복 Lombok 길리 뜨라왕안 Gili Terawangan. 난 고적한 곳인줄 알았다.

어찌어찌 하여 승기기에서 길리 뜨라왕안으로 직행하는 보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어찌어찌가 무슨 어찌어찌인지 가르쳐 주고 싶지만... 사업상(?) 비밀이다. 공짜는 아니었지만 아주 저렴했다고만 밝혀둔다. 해변으로 가는 길이야 아무데나 보이는 대로 가면 되는데, 난 또 따로 입구가 있는 줄 알았다. 그 입구에 떡하니 입장료 받는 사람이 있길레 물어봤더니 2천 루피아랜다. 아무 생각없이 내고 생각해 보니, 도무지 받을 이유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토바이나 짐이 들어갈 때 받는 거였다. 하여간, 인니는 방심했다 하면 다만 몇 푼이라도 어떻게든 뜯으려는 사람이 널렸다. 뒤돌아 찍는데, 이쪽을 보는 저 아저씨는 속으로 저 멍청한 외국인 그러고 있겠지. 저기 책상에 앉아 있던 넘이 천연덕스럽게 2천 루피아라고 ..

Go East. 25.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숙소나 노는 곳 등 이것 저것

아주 비싸거나 저렴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 같은 롬복에도 중저가는 있다. 과연 50만 루피아를 중저가라 볼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한국 기준으로 본다면 중저가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승기기 산토사 Santosa 리조트 50만 루피아 짜리 방. 그냥 가서 달라면 그 가격에 주는 것은 아니고, 롬복 유일의 한국식당 예전을 통해 구할 수 있는 프로모시 가격이다. 원래는 20만 루피아 이상 짜리 방에는 묵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하루 묵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잘한 결정이었다. 발리 꾸따에서 걸린 배탈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여서 몸이 무겁고 배도 싸르르 했는데,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있었더니 대번에 나았다! 그러고 보니 따듯한 욕조에 몸 담가 본 게 얼마만이던가. 인니는 열대지방 ..

Go East. 24.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 스나루 Senaru. 왕복 7시간의 이지라이더

첫 라이딩에 잔뜩 고무된 나는 좀 더 먼 코스를 달려 보기로 했다. 드라이빙 자체가 좋다고는 해도, 목표 정도는 정해 줘야 달릴 맛이 난다. 롬복 섬 12시 지역에 있는 스나루 Senaru의 폭포를 목적지로 정했다. 편도로 서너시간, 길에 익숙한 현지인들도 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달릴 길이 더 많아져서 좋다는 생각으로, 걱정된다는 현지인들의 시선을 떨치고 길을 나섰다. 속어로 패트롤 Petrol 이라 불리는 휘발유 구멍가게(?). 페트병에 기름 넣어서 팔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로는 페트병이 아니라 앱솔루트 보드카 병에 넣어서 판다. (왜 하필 앱솔루트 보드카인지는 모르겠다. -_-;) 한 병 당 1리터가 들어 있으며, 병 당 4천~6천 루피아 정도 한다. 그런고로 당연히 ..

Go East. 23.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의외의 발견, 오토바이 드라이브.

오토바이 드라이브에 맛들린 내가 롬복에서 안할리가 없다. 게다가 절대 길을 잃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길이 단순한 섬 아닌가!? 에누리 없이 하루 5만 루피아라는 스쿠터를 빌려 냉큼 드라이브를 나섰다. 아래의 사진들은 몇몇 사진을 빼고는 모두 오토바이를 탄 채로 찍은 사진들이다. 롬복 9시부터 12시 방면까지의 도로 구간은 그 정도로 해안선에 인접해 있었다. 승기기 근처 택시들 모이는 곳. 주도인 마따람 Mataram은 모르겠지만, 승기기에서 지나가는 택시 잡아탄다는 것은 무리다. 거의 콜택시로 영업한다고 보면 된다. 저녁이면 석양 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포인트. 대부분 현지인들이나, 현지인 관광객들이다. 넉넉하게 갓길과 공간을 두었다. 새롭게 길을 넓히고 있던 구간. 이제쯤이면 완공했을까? 아무도 ..

Go East. 22. 발리 Bali 꾸따 Kuta -> 롬복 Lombok 승기기 Senggigi. 배로 4시간이라길래 먼가 보다 했더니...

꾸따에 도착한 둘째 날에 쁘라마에 가서 다음 날 롬복 승기기 패키지를 계약해 버렸다. 왠지 꾸따는 불편했다. 하루라도 미룬다면 러시아 아가씨도 만날 수 있을텐데, 그러는 것 조차도 포기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떠나기 전날, 울루와뚜 가다 마신 길가 야자음료의 얼음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배탈이 심상치 않다. 동남아 여행 중에 걸리는 세균성 배탈은 고열을 동반한다. 챙겨갔던 상비약을 먹었지만,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밤새도록 5분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배가 좀 잠잠해 질만 하자 이번엔 모기 두어 마리가 귓전을 앵앵 거린다. 모기 쫓는 약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아마도 고열에 땀이 흠뻑 나서 그런 모양이다. 급기야 그냥 포기하고 물려가며 널브러졌다. 이따금 가려워진 부분에 물..

Go East. 21. 발리 Bali 꾸따 Kuta. 울루와뚜 Uluwatu 스쿠터 롸이딩

장동건은 몸빼바지를 입어도 멋있고, 김태희는 연기만 빼고 뭘 해도 이뻐 보인다. 그리나 머리가 큰 사람은 뭘 뒤집어 써도 웃기려고 쓴 줄 안다. -_-; 뭐, 어떠랴. 저런 탁구공을 뒤집어 쓰고 다니는게 일본 사람(난 뭔가 실수한거 같으면 쓰미마셍~ 이러고 다닌다.)의 풍습인가 보다 하겠지. 한국 같았으면 저딴걸 뒤집어 쓰느니 그냥 벌금 딱지로 모닥불을 피우는 한이 있어도 안쓰고 다녔으리라. 우붓에서 맛들려서 울루와뚜도 오토바이로 갔다. 그러나 역시 도시는 도시, 복잡해서 꾸따지역 벗어나는데 제법 헤매야 했다. 그래도 보람이 있어서, 꾸따 외곽으로 벗어나자 한적한 길이 펼쳐졌다. 울루와뚜도 사원이기 땜시 출입구에서 허리띠를 대여해 착용해야 한다. 반바지를 입었다면 남자도 예외 없이 싸롱을 둘러야 한다. ..

Go East. 20. 발리 Bali 꾸따 Kuta. 혼자는 부담스러운 곳.

족자에서 브로모 거쳐 발리까지, 그 고생을 했어도 탈이 안났었는데, 막상 떠나려고 마음 먹으니 감기에 걸려 버렸다. (비 맞으면서 오토바이 타는 건 그리 무서운 거였다.) 더 웃기는 건, 열흘을 있었으니 하루 쯤 더 있어도 될 법 한데, 꾸역꾸역 교통편 예약하고 감기약을 주워 먹는다. 하긴, 우붓에서 꾸따 Kuta 까지는 차 막혀도 1시간, 못 버틸 것도 없다. 이런게 여행자 마음이랄까. 아프다고 조금 더 있으면 나머지 여행 다 포기하고 계속 눌러 앉게 될까 저어됐나 보다. 꾸따에 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라기 보다는, 우붓에서 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떠났다.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며, 우붓을 등지고 꾸따로 가는 쁘라마 Prama 여행사의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낭 옆 부분 그물 주머니에 대롱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