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51

겨울이 꽃을 피우듯

인니는 의외로 꽃이 드물다.대부분 나무와 풀이다.꽃나무 종이 있긴 하지만 극적이지 않다.한국처럼 계절을 이어가며 온 사방에 피고 지는 풍경이 없다.그냥 맹숭맹숭 피다 지다 피다 지다 한다. 인니인들은 게으르지 않다.더운 낯 시간에 늘어져 있지만, 새벽에 일어나 선선한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인다.게으르진 않지만 느긋하다.오늘 못끝내면 죽을 것처럼 치열하지 않다.내일 하면 된다. 내일 못하면 모래 하면 된다.열대 지방도 적당한 파종 시기가 있긴 하지만, 좀 늦었다고 농사 쫄딱 망치고 얼어죽지 않는다. 한국의 꽃은 치열하다.때를 놓치면 겨울이 그 해의 문을 닫는다.그래서 각자 자기들의 때가 오면 죽을듯이 치열하게 꽃을 피워 번식하고 스러진다.한국의 꽃은 겨울이 피운다.인니는 겨울이 없다.

마트에서 휴지 사다 또 눈탱이 맞을 뻔

키친타올 한 팩이 15,900 루피아, 약 1,2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싸서 놀랐다. 원래는 얼마 쯤이길레 저렇게 싼 건가, 같은 브랜드의 다른 제품 가격을 봤더니 46,940 루피아다.아무리 행사 상품이라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3롤들이 한 팩 가격이다. 다시 행사 상품을 자세히 보니 1 롤 가격이다. 매대 가격표에도 1롤 가격을 써붙여놨다.근데 진열된 제품은 3롤들이 팩이다.낱개 가격이 15,900 루피아인 걸 마치 3롤들이 한 팩 가격인 것처럼 써붙였지만 실제로는 47,700 루피아인 거다. 한국 마트들 상술도 장난 아니지만, 인니는 보다 원초적이다. 여긴 한국처럼 사기치냐고 뒤집어 엎는 사나운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모르면 모른 놈 잘못이고, 계산대에서 알아채도 항의하지 ..

[인니 생존 셀프 처방 약 정보] 다래끼

인니 의료 수준이 한국에 비해 심하게 떨어집니다.민영화의 폐해로 돈도 심하게 밝히기 때문에 과잉 진료를 당할 가능성도 크고요.뭣보다도 너무 비싸요.결막염이나 증상 가벼운 피부병도 5~10만원이 우습게 나갑니다.그렇다보니 알아서 처방하고, 알아서 약 사먹고, 알아서 낫는 생존 치료법을 익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약 포장에 녹색 계열의 색상이 있으면 의사 처방전 없이, 붉은색 계열과 동그라미 안에 K자 마크가 있는 약은 의사 처방이 필요합니다.행정력이 떨어져서 다행이라는 게 우습습니다만, 처방전이 필요한 약도 돈만 주면 약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약으로 간단히 나을 수 있는 병은 약 정보를 공유할까 합니다. 카더라가 아니라, 직접 걸리고 효능을 몸소 체험한 약만 포스팅 하겠습니다.병에 걸리지 않아 후속 포스팅이..

[동네 산책] 3. 주택단지 내 산책

이번엔 주택단지 정문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최근 2년 전부터 방치된 집이 늘고 있다.정확히 세본 건 아니지만, 대략 네 집 중 한 집이 방치된 집이다.한 군데 몰려 있는 게 아니라 멀쩡히 사람 사는 집 사이에 한 두채씩 있어서 슬럼화 문제는 아직 없다. 부동산 기업이 타운으로 조성했으니, 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지어진 집 비율이 높았을 거다.조선한지 20년이 넘었으니 초기에 지은 집들은 이제 대대적인 개축을 하거나 싹 밀고 새로 지어야 할 상태가 됐을테고.그동안 부동산 시세는 최소 열 배 이상 오를만큼 올랐고, 감가상각 따져 보면 굳이 돈 들여야 하나 망설이는 게 당연하다.괜히 생돈 들여 리스크 부담하느니, 철거비 깎아주면서 토지 건물 통째로 매각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 매도그린 뒷편, 가..

[동네 산책] 2. 찌까랑 집 - 대형마트 - 한인마트

taman의 사전적 의미는 '공원, 정원'이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유원지라는 뜻도 있다.그리고, 주택단지는 원래 쁘루마한 Perumahan 이지만, 따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곳이 워낙 많아서 주택단지라는 뜻도 생겼다.주택들 있는 지역 입구에 '따만 뭐시기'라고 붙어 있으면 '뭐시기 주택단지'라고 이해하면 된다. 리뽀 찌까랑에도 여러 주택단지가 있는데, 그 중 나는 따만 매도그린 Taman Meadow Green 에 산다.이곳에 10년 가까이 살아서 '우리 동네' 같은 느낌이다.가장 오래됐고, 중하층부터 중상층까지 거주민 계층 폭이 가장 넓다. 그래서 주택 가격도 천차만별이다.살고있는 외국인들 국적 종류가 가장 다양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터키 등등)가장 오래된만큼..

인니가 한국보다 살기 나은 점 딱 세 가지

저렴하게만 먹겠다고 하면 한국보다는 훨씬 싸다.한국에서는 고급 축에 속하는 외국 음식은 여기서도 당연히 비싸지만 한국보다는 싼 편이다.하지만, 한국에서 평범하게 먹던 한식 위주로 여기서 먹는다면 한국보다 비싸다.한국에서는 평범하지만 여기서는 고급이니까. 생필품, 공산품 질도 전반적으로 떨어진다.싼 건 무지 싼데 한국이라면 아무리 싸게 팔아도 이딴 걸 파냐고 욕먹을 정도로 저질이다.좀 괜찮은 제품도 한국 평균 보다 떨어지는데 한국보다 비싸다.한국 수준 품질의 제품은 찾기 어렵고 무지 비싸다. 교통 최악이다.대중 교통도 최악이고, 자가용도 정체는 일상이다.질서 의식 최악, 보행자 도로는 취약하거나 아예 없는 구간이 비일비재다.치안도 좋지 않아서 맘편히 걸어다닐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의료 수준도 아주 떨..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3. 도움, 감사, 답례

예전엔 나도 '도움'을 한국식으로 인식했다.발리 첫 여행 때, 숙소를 찾는 나를 도와준다고 한 사람이 숙소까지 오토바이로 태워주고서는 돈을 달라고 했을 적에 '인니 참 엿같은 나라네!'라고 욕한 적도 있고 그랬다. 지금은 도움을 받으면 가급적 답례를 하려고 한다. (물론 가장 깔끔하고 유용한 도구인 돈으로)상황과 상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작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적은 돈으로라도 감사의 표시 정도는 한다.인니에도 "담뱃값이라도 하세요."라는 관용적 표현이 있다.관용적 의미가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은 정말 담뱃값만큼 주면 거지 취급하냐고 기분 나빠하지만, 여긴 그보다 덜 줘도 된다는 거다.못사는 나라라서가 아니라, 돈에 체면을 연관시키는 한국과 달라서 그렇다.물론 안줘도 된다.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안준..

공무원이 되면 뒷돈 뜯는 게 당연해지는 건가?

난장판 마을 반장 선거 포스팅을 했던 적 있습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1601)(반장 자리 안놓겠다고 버티다 결국 떨어져 나간 전임 반장은 선거 사건 후 1년이 안되어 코로나로 사망했습니다. 인생무상...)포스팅 마무리 글에 '이제 갓 두 달이라 평가하긴 이르지만, 전임 반장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습니다'라고 썼네요.평가가 일렀습니다. ㅋㅋㅋ전임 반장은 돈 밝히고 권위주의 쩔기는 했지만, 최소한 발급은 해줬는데, 신임 반장은 발급을 안해줍니다. 반장 취임한지 2년 무렵입니다.자동차 세금 때문에 도미실리를 발급 받으려 아내가 반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반장이 집에 있을 때 가서 받아야 하거든요.읽음 표시는 떴지만 답장이 없습니다.다음날 오전 아내가 다시 메시지를 보내..

[결혼의 행복] 1. 바퀴벌레

벌레가 무섭다. 아마도 군대에서 제초작업하다가 벌에 몇 방 쏘여서 쇼크로 죽을뻔 한 이후로 그렇게 된 거 같다. 어렸을 적엔 안그랬다. 시골에서 자랐고, 어지간한 벌레는 다 손으로 잡고 놀았다. 죽을뻔 했다는 거 과장 아니다. 벌독 알레르기 체질이었다. 영화 에서 소년이 죽었던 그 체질인데, 100명 중 1명 꼴이니 그리 희귀한 건 아니다. 군사지역 답게 차량이 뜸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다른 부대 간부 지프차 없었으면 정말 죽었을 거다. 어렸을 적엔 쏘다니며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며 다치거나 뭐에 물린 적도 많았는데, 하필 벌에 쏘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런 체질인지 몰랐다. ㅋ 일단 변명은 잘 깔았고... 내 아내는 바퀴벌레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건 아닌데, 돌고래 초음파 비..

엄한 놈 똘짓에 같은 한국인이라고 불이익 당한 썰

체류 허가 연장이나 차량 세금 납부 등에 도미실리 Domisili (실거주 증명서)가 필요하다. 반장이 발급하고 통장의 서명까지 받아야 효력이 있다. 차량 세금 납부 때문에 도미실리를 발급 받으려는데 어째 차일피일 미뤄졌다. 보통 당일이나 그 다음날이면 나올 게 닷새가 지나도 발급 받으러 오라는 얘기가 없다. 어찌된 건지 알아봤더니 최근 주택단지 내에서 한국인이 사고를 쳤다고 한다. 예전에 이 주택단지에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간 한국인이 이곳에서 도미실리를 받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이민국 직원과 경찰이 방문 조사를 온 사건이 터졌고, 비슷한 시기에 60대 한국인이 저녁 7시에 주택단지 후문을 열라며 자동차 클락손을 계속 울리고, 급기야 통장이 왔는데 욕설을 하며 싸우는 사건도 터졌다고 한다. 후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