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53

콩자반이 너무 비싸서

모 한인마트에서 오이소박이나 진미채 조림, 콩자반 같은 간단한 밑반찬들을 판매합니다.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 마트치고는 상당히 이례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타겟 고객층이 한인 기업 공장 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한국 직원 대상 단체식당이고, 그런 곳들은 대부분 한식 조리 가능한 현지인 가정부를 두기 때문에 어지간한 한식은 만들 수 있거든요.게다가 냉동육이나 냉동 식품 위주로 구색을 갖춘 것으로 보아 (냉장육은 아예 취급 안함) 유통 및 재고관리 편이성을 가장 중시하는 운영 방침인듯 한데,  그런 곳에서 밑반찬을 취급한다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겁니다.아마도 회사 밖 주택에 따로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자선 단체 아니고 엄연히 장사인데 이문은 남겨야 하겠습니다..

모국어로 대화하는 즐거움

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았고 그 나라 언어가 유창해져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머릿속으로 사고하는 언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모국어로 하기 때문에, 들을 때나 말할 때나 번역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유창하다고 해도 결국 번역의 과정이 습관화 되어 빨라진 것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만나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각하는 데만 온전히 뇌를 쓴다는 건, 정체를 벗어나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기분 같다. 어깨까지 잠긴 물 속을 걷다가 나와서 뭍의 편안한 길을 걷는 기분 같다.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다, 마스크를 벗고 평지를 걸으며 마음껏 숨을 쉬는 후련함이다. 혹시나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혹은 친구를 만..

안받기도 애매한 뒷돈

인니 물정 잘 모르던 시절, 다니던 회사의 공장을 신축하는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봉투를 받은 적이 있다. 사장은 내 또래 젊은 중국계였다.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하고 헤어졌는데, 차에 타고 나서야 자켓 주머니 안에 봉투가 있는 걸 발견했다. 2천만 루피아 짜리 수표였다. 크다고 하기엔 어정쩡한 액수다. 어째야 하나 몰라서 인니 거주 선배에게 물었다. 거주 20여 년차에 공장 건축이나 증축도 많이 진행했던 법인장이었다. 받으면 뒷탈 난다고, 돌려주라고 해서 돌려줬다. '이런 거 받을 생각 없다. 업무 깔끔하게 해줘서 늘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 같이 일하고 싶다.'라고 했는데, 어째 돌려 받는 사장 표정이 영 안좋았다. 그 후 사장은 만나더라도 업무적 얘기만 했다. 거리를 두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장 ..

인니의 환절기

1년 내내 더운 열대지방에 환절기가 있겠냐 싶겠지만 실제로 있다. 한국 환절기에 병치레가 많은 것처럼, 인니도 그렇다. 본격적인 우기로 들어가는 12월, 1월이다. 이즈음에 피부 트러블이나, 배탈, 몸이 쑤신다던가 하는 증상이 자주 일어난다. 컨디션이 좀 안좋다라는 느낌이 계속된다. 아마도 습기가 높아지면서 곰팡이류가 기승을 부려서 그렇지 않나 추측한다. 인니에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은 이런 변화가 없다. 오래 살아서 풍토에 적응한 사람에게 나타난다.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3. 오미크론 하위변종 XBB.1.16 체험기

결막염인 줄 알았는데 변종 코로나였다. 우연히 코로나 관련 기사를 보고 알았다. 오미크론 하위변종인 XBB.1.16의 특이 증상이 결막염, 안구 충혈, 눈 가려움증이랜다. 어쩐지 수영장이나 사람 많은 곳 간 적도 없는데 왠 결막염인가 했다. 코로나 (https://choon666.tistory.com/1591) 코로나 델타 (https://choon666.tistory.com/1654) 오미크론 (https://choon666.tistory.com/1692) 이번에 드디어 오미크론 하위변종 XBB.1.16까지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내 몸이 코로나에게 이렇게 인기있을 줄이야. ㅋㅋㅋㅋ 이번 코로나 변종은 기존 코로나들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초기엔 우선 결막염 증상. 수영장에서 걸리는 바로 그 결막염과 거..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2. 거봐, 다래끼 아니잖아

차도가 없다. 고름이 좀 줄긴 했지만 그거야 소염제 아무거나 먹어도 그 정도 효과는 있을 거다. 눈알 빨간 것과 눈꺼풀 안쪽 이물감은 나아지질 않았다. 결막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래끼가 아닌 건 확실하다. 눈알 빨갛게 되는 증상이 다래끼라니, 의사 진단이 틀렸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다. 인니 의료 수준이 낮은 거다. 그 다음주 같은 요일에 병원에 다시 갔다. 저번주와 같은 8시 20분 도착, 의사 역시 저번주와 마찬가지로 아직 오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대기 1번이다. 저번주처럼 9시 20분에 온다면 1시간 정도 기다리겠다. 내 뒤로 온 환자가 간호사에게 의사 언제 오냐고 묻는다. 지금 오고 있는 길이랜다. 집이 멀어서 그렇냐고 다시 물으니, 안멀댄다. 가까운데 왜 늦나. 인니 의사는 반드시 늦어야 하..

미원 인도네시아 - 철저한 현지화의 역설

미원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대상 그룹이 세운 회사다. 아지노모도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인니 조미료 시장에 진출하여 대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스토리는 소위 국뽕을 자극하는 소재로 회자되곤 한다. 지금은 이미 미원이란 이름도 대상으로 바꿨고, 청정원이란 브랜드와 함께 마마수까 Mama Suka 라는 현지 브랜드를 런칭했다. 한류가 기세를 올리면서 마마수까도 다양한 한류 식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한인 기업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상 마마수까는 한국 브랜드라고 보기엔 애매하다. 직원들도 거의 대부분 현지인이고, 한국인 직원은 조언자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 소비자를 마케팅 타겟으로 설정하고, 제품의 맛 역시 현지인에게 철저하게 맞췄다. 한국 기업의 투자로 시작했을 뿐, 인니의 메이..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1. 병원 진료 과정 자세하게

눈병 났다. 눈알이 새빨갛고 고름 줄줄. 일단 인터넷 검색해본다. 한국 같으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겠지만, 인니에서는 각자도생이다. 결막염인 거 같다. 젠장, 자가 면역 치료가 (=그냥 끙끙 앓고 낫는) 안되는 병이다. 정말 싫지만 병원에 갈 수 밖에 없겠다. 리뽀 찌까랑에서 가장 나은 병원은 실로암 Siloam 이다. 가장 나을 뿐이다. 생긴 건 종합병원 같지만 실속은 한국의 동네 1차 진료기관 수준이다. 홈페이지로 검색하니 오늘 오전 출근하는 안과 의사 이름은 마르셀라, 진료 시간은 8~10시다. (오후 출근하는 의사와 진료 시간이 따로 있다. 둘 다 매일 출근하는 거 아니고, 없을 때 땜빵하는 일반(?) 의사가 있다.) 8시 20분에 병원 도착했다. 진료 시간 곧이 곧대로 믿고 일찍 나오는 건 바..

촌놈이 자카르타 롯데 에비뉴 가봄

아내 한국 비자 신청하러 한국 비자 센터 간 김에 롯데 에비뉴 한 바퀴 돌아 봤다. 거부 당하고 다시 방문하는 애증의 장소 정부와 위탁 계약한 민간 업체라는 거 모르는 사람 많더라. 무조건 여기서 사야하고, 돈 내고 물건 못받아도 책임 전혀 안져도 아무 문제없는, 노나는 독점 사업이다. 편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건 나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지우고 강매하는 건 거부감이 든다. 비자 접수 마치고, 부유층 대상 마트에서는 뭘 팔려나 구경했다. 한국 딸기 한 팩이 5만원이 넘는다. 한국 딸기 최고다. 한국 사람도 비싸서 먹기 힘든 대단한 과일이다. 훗, 그정도 가지고. 호주 태즈매니안 체리는 한 팩에 원래 10만원 넘는 거 옛다 세일해서 8만원이다. 팔리니까 갖다 놨겠지. 인니 부자들 무시하지..

집 근처에서 잡힌 대형 비단뱀

우리집이 속한 반 (몇통 몇반하는) 단체 대화방에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어젯밤(7월 30일 밤)에 잡혔다고 하네요. 사진으로 보아 비단뱀 Ular Sanca 종류인 거 같습니다. 주택단지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네요. 바깥쪽 숲에서 펜스를 넘어온 모양입니다. 저기 저도 단지 내 산책하면서 몇 번 지나간 적 있는 길입니다. 으으... 화살표 표시한 사람은 반장입니다. (뒷돈 뜯으려 환장하는 인간 ㅋㅋ) 그러고 보니 전 10여 년 살면서 살아있는 뱀 직접 마주친 적 한 번도 없네요. 운이 좋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