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 II

명랑쾌활 2009. 4. 7. 17:45
길을 넓히려고 산을 깎은지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그 때 깎였던 게 다가 아닌지, 두어번을 더 깎더군요.
그 과정에, 적게 어림잡아도 30여 그루 이상의 나무가 속절없이 베여 넘어졌습니다.
토사가 보이는 부분에는 황토색 그물망을 덮었습니다.
(녹색 뉴딜이니 녹색 그물망 안덮나 했는데요.)

그 경계에 걸려 위태롭게, 또 애처럽게 기울어진 채 서있는 벚나무가 안쓰러워 찍어 보았습니다.
저 녀석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뿌리도 3분의 1 정도는 털려 나갔을 텐데...
미관상 위험하다고 속절없이 잘려 나갈 수도 있구요.

길이 넓어지면 좋습니까?
전 안그렇습니다.
다니기 좋은 길은 필연적으로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수도권은 이제 길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줄여야죠. 인구 과밀을 해소해야 하구요.

용적률... 다른 말로는 땅의 효율...
좋습니까?
30층 짜리 최신형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어요.
5층짜리 구형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25개 층이 더 얹혀진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그게 효율적이어서 좋습니까?
사람 사는 공간이 효율적이다...
하긴 양계장이나 양돈장 가보면 참 효율적이긴 합디다.
공간은 곧 비용이기 때문에, 최소 공간에 최대의 개체를 넣도록 되어 있더군요.
생존을 위한 최소의 공간으로요.

비약시키지 말라구요?
뭘요~ 효율적이란 건 그런거예요.
그게 발전이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니 길을 넓혀야 할 겁니다.
그러려면 땅이 필요한데, 요긴한 땅이 야산이나 자투리 녹지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땅이거든요.
경사진 땅이나, 나무, 풀 따위나 자라는 땅은 돈이 되지 않아요.
나무는 지방에 많으니 수도권엔 좀 없어도 돼요.
지방 땅은 싸고, 수도권 땅은 비쌉니다.
이런게 효율이죠.
우리 나라의 녹지가 부족하다구요?
괜찮아요. 아마존 같은 곳이 있으니까요.
브라질 땅보다 우리 나라 땅이 훨씬 비싸거든요.
이런게 효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