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사장 10

어느 인력 교육업체의 취업율 100% 비결

회사에서 신입을 뽑기로 했다.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사장이 책정한 급여 수준이 워낙 박해서 적당한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았다. 인원 충원이 자꾸 미뤄지자 사장은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해외 취업 인력 교육 알선 업체에게 채욜을 의뢰하라 지시했다. 인사 담당인 나는 인력업체 담당자에게 문의했고, 우리가 원하는 급여 수준으로는 인력을 소개시켜주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 월급으로 사람 뽑겠다는 건 도둑놈 심보입니다. 엿이나 드십시오.'라는 뜻이고, 내게 아주 정중하게 엿을 먹였다는 얘기다.) 사장에게 '그쪽 기준으로는 연봉이 최소 00달러 이상은 되어야 소개시켜 준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했다. ('우리 회사 월급이 그렇게 짜다는 얘기야, 사장놈아'라는 뜻이다.) 사장은, "그래? 하긴 그 정도는 줘..

소오~설 2023.12.27

족벌 중소 기업의 인너 서클

회사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에 관한 얘기입니다.일단, 모든 중소기업이 그렇다는 거 절대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겠습니다.저도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랐던 경험은 기껏 두 회사 밖에 없습니다.중소기업 운영은 사장 개인 성향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십인십색 다른 점도 많습니다.그냥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고, 소설 보듯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대부분 중소기업의 구성원들은 로열 패밀리, 인너 서클, 소모품,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사장은 구성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사장은 '신'입니다.회사라는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할 권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니 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소모품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과장입니다.인너 서클에 들어가는 건 차장급 ..

단상 2020.07.31

대기업 횡포가 그렇게 심하다는데 왜 하청을 하고 싶어할까?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 갑질 횡포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거의 상식처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 하청 오더 따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요?'한국의 산업 구조가 워낙 대기업 중심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답입니다. 어쩔 수 없으면 아예 안하고 말지, 언론에 나오는 거 보면 쥐어짜여 죽겠다고 하는데 아등바등 할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득이 있으니까 하려고 한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일단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100% 사실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을 하든 인건비가 오르든 매년 정기적으로 '무조건' 단가 인하 협의가 들어오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쥐어짭니다. 하청사 제품의 원자재 단가 10원 단위까지 정확하..

단상 2020.05.15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4. 사장이 별 거 아니라 여기는 걸 탐내라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연재를 끝냈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붙이게 되네요.앞으로도 꼭지 잡히는 게 있으면 또 써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걸 해줄 거야." 허황된 기대다.직원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해줄 것인가는 직원의 노력이나 성과와는 전혀 상관 없다.전적으로 사장에게 달렸다사장이 그럴 생각이 없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것도 안해준다. 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장이 마음에 들어하는 직원은, 정규직을 바라지 않는 직원이다.혹여 그런 사장이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직원의 노력과는 상관 없다.노동청의 권고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다.술자리에서 친구의 충고를 듣고 감동해서 마음을 고쳐 ..

단상 2017.11.28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자기 말을 뒤집는다

사장씩이나 돼서 자기가 한 말을 뒤집느냐는 비난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높은 위치의 사람일수록 언행의 책임 또한 무거워야 한다는 건 윤리적 희망사항이지, 조건이 아니다.마치 유명한 배우씩이나 돼서 사생활이 문란할 수가 있느냐는 비난이나 다름없다.사장이라는 위치와 자기 한 말의 책임은 상관 없다.회사 조직 내에서라면, 오히려 사장이니까 뒤집어도 된다.회사 내에서는 자기가 왕이니, 자기가 한 말도 법이고, 뒤집어도 법이다.하지만 그래도 된다고 해서 모든 사장이 그러는 건 아니듯, 결국 인성의 문제다.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다 보니, '저런 놈 사장 되면 자기 말 뒤집겠구나' 싶은 싹수가 보인다.상하직급 따지고 자기 권위 중시하는 인간이 그렇게 되는 거 같다.일부러 엿 먹이려고 말 뒤집는 게 아니다.상황이 바뀌니..

단상 2017.10.18

부정적인 보고에 필요한 처세의 기술

품질관리를 따로 두지 않았던 모 회사로 이직한 경력직이 품질관리팀을 만든다.품질관리팀 도입 전의 회사 불량률은 4%, 도입 후 불량률은 20%가 됐다.이걸 갖고 품질관리팀 도입한 탓에 불량률이 증가했다고 까는 사람이 있더라.좋게 보면 보고를 곧이 곧대로 믿는 순수한 사람인 거고, 솔직히 말해 이런 사람은 공장 운영을 하면 안된다.(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키운 사장의 대부분이 이렇다는 게 모순이다.) 애초에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 투입한다고 해서 불량률이 5배로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다.품질 관리팀 도입 이전에 불량률 4%와 도입 후 불량률 20%라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품질관리팀 도입 이전에 운영하던 불량품 적재 공간에 5배로 늘어난 불량품이 쌓여 당장 티가 났을 거다.하지만 그런..

단상 2017.09.20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1. 하찮음 경쟁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직급이 다른 두 직원 (예를 들어 대리와 과장) 사이에 반목이 심해서 둘 중 한 명을 잘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거의 대부분은 밑의 직급이 잘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얘기다. 그 이유가 부장이 과장보다 회사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회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하극상으로 인한 조직 위계 질서 붕괴 때문에 상위 직급의 편을 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나마 좀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은 본질이 아니다. 두 가지 시각 모두, 어느 쪽이 조직에 더 이익인가를 따지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에 중요한 인재다? 누가 더 회사에 유용하냐? 회사란 기본적으로, 직원..

단상 2014.09.26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9. 회사 비용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회사 비용 : 회사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 회사를 위해 쓰이는 비용 얼핏 명확한 개념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몇 차례 얘기했지만, '회사'라는 단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은 회사 비용을 '회사를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기자재 설치 비용, 단합을 위한 워크샵, 회식 등등 회사를 위한다는 목적성이 순수하다면, 조직이 그 비용을 납득하리라는 환상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비용을 요청했을 때 상사로부터 반려 당하면, 요청 근거가 설득력이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상사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반려하는 경우도 흔하다.) 김과장은 해외..

단상 2014.09.23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6. 사장의 재산과 급여의 상관관계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과연 돈 많은 사장이 월급을 더 많이 줄까? 얼핏 보면 많으면, 많이 줄 수 있으니까, 많이 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 본성에 어느 정도 통찰력이 있다면,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많이 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물건이 됐든 인간이 됐든, 서구식 시장경제 시스템에서는 사는 사람의 부유함이 아니라 파는 물건(노동력)을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자. 20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사는 사람의 부유함에 따라 똑같은 물건에 가격이 다르게 매겨지는게 보편적이었다. 바가지나 에누리가 그 흔적이다.) 사장 재산이 100억인 것과 그 사장 회사 직원 월급이 100만..

단상 2014.08.27

직원 개인의 여가에 대한 사장의 인식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소위 사장이라는 족속은 사장이 아닌 사람들과 시각이 다르다. (너무 당연한 얘기 -_-;) 부연하자면,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사례 1. 인니는 지방자치가 강해서 지역별 최저임금이 다르다. 최저임금이 100인 지역과 80인 지역에 각각 공장을 운영하던 모회사는 80인 지역으로 공장을 합치기로 했다. 취급하는 아이템이 다르고,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100인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최대한 80인 지역으로 데려와야 했다. 문제는 임금 격차였다. 80을 주자니 이전하는 회사로 따라올 직원이 거의 없고, 100을 주자니 기존 80 받는 직원들이 불만일 것이다. 이 때 모회사 최고 책임자는 다음..

단상 201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