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동네 산책] 1. 뿌르와까르타 Purwakarta 집과 인근

명랑쾌활 2020. 8. 3. 09:39

이직한 회사의 근무처 때문에 시골 마을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인니 서식기 4부의 무대가 되는 곳이죠.

 

집들이 좀 후져 보이지만, 이래뵈도 이 일대에서는 가장 고급 주택단지입니다.

인니는 정보 찾기가 참 어려워서 찾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고급 주택단지를 찾은 이유는 허영심이나 돈지랄 같은 게 아니라 치안 때문입니다.

주변에 비해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필연적으로 그 재산을 지키는 대책들이 잘 마련되어 있기 마련이지요.

고급이라지만, 찌까랑 중급 주택단지 집세 시세의 절반 정도입니다.

집 구조가 후지고 정전도 잦은 거 보면, 역시 돈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인 거 같습니다.

 

주민들은 최소 중견 업체 매니저급 이상이고, 가게 사장 등 제법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주차된 차들이 많습니다.

제가 임대한 집의 전 세입자는 국영 석유기업 직원이었습니다.

인니 국영 석유기업 직원은 월급도 왠만한 한국인보다 높고, 지들 스스로 준공무원이라 일반 서민과 급이 다르다고 턱 치켜들고 다닙니다. ㅎㅎ

힌두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인니는 계층 따지는 문화가 있어서, 자기 급수에 맞는 곳이라고 이 주택단지에 들어 왔을 겁니다.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KFC나 피자헛 주문 배달이 안되는 지역입니다.

다행히 주택단지에서 조금 나오면 편의점도 있고, 저녁이면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문을 엽니다.

노점 음식들은 어쩌다 한 번 씩은 맛있게 먹지만, 자주 먹기에는 건강에 안좋은 느낌이 드는 맛입니다.

덕분에 어쩌다 찌까랑 한 번 나가면 잔뜩 장을 봐와서, 식비가 더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나오네요.

 

해발이 제법 높은 곳이라 아침 기온이 쌀쌀하고, 아주 가끔 이슬이 차에 내려 앉기도 합니다.

그래봐야 한국인이 느끼기에는 여름 아침 날씨 정도입니다.

저도 이제 인니 산지 10년이 넘었다 보니, 이정도에도 쌀쌀함을 느끼네요. ㅎㅎ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서 회사 출근할 때 느끼던 기분이 들었습니다.

추위에 몸은 으슬으슬하고, 회사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가려니 한숨이 푹 나오는 그 기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