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고양이의 죽음과 현지인들의 웃음소리

명랑쾌활 2011. 4. 11. 01:20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술을 한 잔 걸치고 술집을 나섰습니다.
가게 앞 계단에 걸터 앉아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던 친구의 차 밑과 근처를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어정거리고 있더군요.
" 야, 너 가기 전에 저 녀석들 확실히 쫓아 버려야겠다."
인니의 고양이나 개들은 주변 상황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지 않습니다.
인니인들은 한국인들처럼 괜히 애꿎게 놀래켜서 내쫓고는 낄낄 거리는 요상한 습관이 없거든요.
사람이 바로 옆에 지나다녀도 행길 한 복판에 팔자 좋게 늘어져 꿈쩍도 않는 것이 이 나라 고양이 팔자입니다.

친구는 웃으면서, " 에이 설마. 그래도 시동 걸면 도망가겠지." 하며 차에 타더군요.
과연 시동을 거니, 두 마리 고양이는 차 밑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피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 야, 잠깐만!"
친구를 불러 세우며 황급히 다가가는데, 친구는 웃으며 차를 후진시켰습니다.
그리고 저는 친구의 차 오른쪽 앞바퀴 밑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빠드드드드드득.... 그리고 고양이의 비명소리.
전 제 입에서도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꾹 눌러 참으며 밑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바둥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더군요.
친구는 어정쩡하게 웃는 얼굴로, 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그러더군요.
" 어어, 이런... 이번이 두 번째야."
내리려는 친구를 제지하고 그냥 보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굳이 봐서 뭐하겠습니까. 자기 차에 깔려 죽어가는 모습 따위를...
그 친구도 군말 없이 바로 출발하더군요.

그녀석은 그 친구가 가고 나서도 약 10여 초 가량을 더, 모진 목숨을 부여잡고 버둥거리다 천천히 늘어졌습니다.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왠지 그 모습을 다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가만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주변에는 그 작은 사고를 보고 있는 현지인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내가 나왔던 가게의 주방에서 일하는 현지인 아줌마가 어디선가 비닐봉지를 주워 오더군요.
고양이를 담으려고 하길레, 제가 직접 들어 비닐봉지에 넣었습니다.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았거든요.
흐믈흐믈 해진 그 몸뚱아리는 당연한 얘기지만 아직도 따듯했습니다.
그 따듯한 체온에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르더군요.
아줌마는 말 없이 그 비닐봉지를 들고 어디론가 갔고, 난 방금 전에 앉았던 가게 앞의 계단에 다시 걸터 앉아 담배를 한 대 빼어 물었습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 손에는 아직도 그 따듯한 느낌이 남아 있는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멍하니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저편에서 처음부터 다 지켜보고 있던 현지인들 셋이 수군수군 거리더니 큰 소리로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각자 대기하고 있는 차량 기사들입니다. 그 중에는 제 차 기사도 있고요.

난 도대체 그 웃음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나 들으라는 듯한 그 웃음 소리를요.
전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나라 사람들을 싫어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 기억이 그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내 차 기사는, 숙소에 도착하여 팁 안줘서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내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 그냥 가버리더군요.
전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