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끄적거린 글인데, 다듬어서 올려봅니다.
다혈질에 대해 얘기하자면 일단 화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화는 보통, 자신의 의도나 예상대로 일이 되지 않았거나, 자신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에 처했을 경우에 난다.
비슷한 예로 짜증이 있는데, 그에 관한 일 하나가 생각난다.
내 지인 중 하나가 자기가 잘못해서 생긴 일로 내내 인상 북북 써서 분위기를 조져놓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 야임마, 니가 미안해 해야 할 일에 왜 짜증 내고 있냐?"
" 짜증이 아니라, 나 자신한테 화가 난겨."
이때 난 짜증의 뜻을 깨달았다.
짜증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을 남에게 티를 내는 행위인 것이다.
어쨋든 화란, 지맘대로 안되면 나는 거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화가 나는 것은 감정의 문제고, 그것을 타인에게, 혹은 타인에 보이게 표출하는 행위가 바로 화를 내는 것이다.
다혈질은 자신의 화를 타인에게, 아니면 외부에 표출을 쉽게 하는 성격인 것이다.
그럼 다혈질은 왜 섣불리, 쉽게 화를 낼까?
상대방의 잘못에 화를 내는 경우, 다혈질들은 상대방의 사정이나 이유를 들으려는 마음보다 일단 자신의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일의 전후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자기 생각대로 안된 것에 화가 난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혈질은 심지어 다른 이유 때문에 화가 났는데 엄한 사람에게 그 화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그저 자신의 화를 분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에 당하는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배려 없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비사회적인 생각패턴이고, 일종의 성격장애라고 할 수 있다.
다혈질은 자기가 잘해줄 때는 정말 잘해준다고 한다.
예전에 화냈던 것에 대해, 그땐 미안했다던가, 내가 미처 생각 못했다던가, 인간적인듯 말하는데 호인도 이런 호인이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자기가 기분 좋으면 잘해주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자기 맘대로다.
그러면서 잘해줄 때는 정말 잘해주는 사람이니 화 좀 내더라도 이해하랜다.
자기가 잘해주고 사과했으니 지난 일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잘못했고 사과를 했으면 다시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다음에 또 그럴 거면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
상대방에 미안해서 하는 행동이라기 보다, 뒤늦게 마음에 생긴 자기 죄책감을 퉁치고 마음 편하려는 행위이다.
아니면 시덥잖게 잘해준 거 선불로 하고, 나중에 지맘대로 화내면 퉁치라던가.
혹시 그런 자리에서 용서 못하겠다고 받아치는 사람이 있으면, 어느 정도 선까지는 계속 미안하다고 웃지만, 선을 넘는 순간 또 화를 터뜨린다.
자기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가 자기 의도대로 따르지 않기 때문에 화는 내는 것이다.
자긴 다혈질이지만 뒤끝이 없다면서, 용서 안한다는 사람을 뒤끝있다고 욕하기도 한다.
화도 자기 맘대로 내고, 사과도 자기 내켜서 하고, 자기가 알아서 용서받고 털고, 다 자기 맘대로다.
타인에게 사과하면서, " 미안해. 내가 좀 다혈질이잖아."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나 " 미안해. 내가 화를 조절을 못하는 성격 장애가 좀 있잖아." 라는 말이나 차이가 뭘까?
하지만 자기가 성격적 장애가 있다는 말은 또 하기 싫을 것이다.
그래서 다혈질은 마치 이런저런 성격들 중 하나인양 미화되어 쓰인다.
하지만 다혈질은 자랑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만 우선시 하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 표출이다.
따라서, 다혈질은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자다.
아니면 성격 장애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