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없어서 다행이야.

명랑쾌활 2010. 2. 11. 01:13



전 이상하게 베트남이 좋습니다.
막연히 가장 자주 갔던 나라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태국도 가봤고, 지금은 이렇게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베트남을 많이 마음에 들어한다는 확신만 굳혀 주더군요.
베트남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진저리 치는 그들의 탐욕스러움 마저 마음에 듭니다.
어차피 남 밟고 올라가야 남보다 더 잘 사는 세상, 세련되고 은근하다 뿐이지 한국이라고 안그렇습니까?
대놓고 하는 수작질이 외려 음습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기왕 외국에서 뜻을 펼치기로 했으면 좋아하는 나라에서 펼치는 것이 좋을 법도 합니다만, 그게 그렇게 맘처럼 되질 않네요.
꼭 이것 만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제법 많은 좋아하는 것들이 그렇게 제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싫고 힘든 것도 무릅쓰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좋아함은 그저 취미일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설프게 접근하질 않아서, 상처 받고 멀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나 좋아했던 게임이 이제 내게 상처를 자극하는 매개체가 되어 버렸듯이요.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으로 남겨두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일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구요?
일을 즐긴다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은 일일 뿐입니다.
일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게 만드는 강력한 놈입니다.
일을 즐기고 싶다니, 먹고 사는 걸 너무 우습게 봤던 거지요.

지금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들은 그냥 좋아하는 채로 두렵니다.
더 이상 일로 변질시켜 잃고 싶지 않네요.
좋아하는 베트남을 듬뿍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겠습니다.

어쩌면, 좋아하는 것들을 잡지 못했던 제 지난 삶은 꽤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아직도 좋아하는 것이 많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