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중소기업 7

[그 회사 이야기] 4. 후일담

퇴사 후 간간히 그 회사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굳이 알아본 건 아니다. 한인 사회는 좁다. 내 대체로 들어온 현지 채용은 사내 현지인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가 되어 1년도 안되어 해고됐다. 공장은 꽤 먼 곳으로 다시 이전했다. 땅값과 인건비가 엄청 싼 대신 엄청 시골인 지역이다. 회사에 순종적이던 간부 직원 일부를 선별하여 급여 인상과 주거비 지원을 조건으로 새 공장에 데려갔다고 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오너 매제가 방법을 알려줬을 거다. 원래 공장은 들어간 돈의 두 배 차익을 남기고 매각됐다. 그 이익은 회사 매출로 인한 이익금이 아니라, 오너의 투자 수익이다. 매년 납품 단가를 후려쳐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는데도 왜 모두들 대기업 하청을 하..

소오~설 2023.12.20

[그 회사 이야기] 3. 처세의 달인, 그 부장

사택 제공이 입사 조건 중 하나였지만, 일 시작한 두 달 간은 임시로 남의 회사 기숙사에 얹혀 살았다. 전무가 한국에서 발령 온 후에야 그 기숙사를 나와 주택에서 살게 됐지만, 전무를 모시고 살아야 했다. 전무 가족이 따로 나올 때까지 임시로. 전무는 직장 상사인 자신을 아버지처럼 여기라고 했지만, 정작 그는 부하직원을 머슴처럼 대했다. 오너는 아직은 시험 운영 기간이니 일단 그대로 지내고, 공장 새로 짓기로 결정하면 그 때 사택을 따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입사 1년 후, 회사는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처음 공장 건축 설계도에는 없던 기숙사가 수정된 설계도엔 들어가 있었다. 오너 매제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다. 그는 '직원들 퇴근해봐야 헛짓거리나 하고, 출퇴근 오고가는 게 시간낭비 돈낭비이며, 평일 일..

소오~설 2023.12.13

Kriwakz Cumi-cumi Crispy 소기업 오징어 튀김 과자

자주 가는 대형 마트에 국산 소기업 제품을 진열한 코너. 그날따라 뭐에 씌였는지 그중 Kriwakz 라는 브랜드의 제품들이 자꾸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제품은 주택 개조한 공장 같은 가내 수공업이나 다름 없는 소기업에서 만들기 때문에 평소 구경만 하고 지나친다. (가끔 소개하는 수까부미 Sukabumi 지역에서 제조하는 요상한 한류 식품들도 가내 수공업과 공장 사이 수준이다.) 피래미 튀김, 새우 튀김, 오징어 튀김. 그 중 피래미 튀김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왠지 무섭다. 그래서 그나마 안전빵인 오징어 튀김을 사봤다. 제조처가 살라띠가 Salatiga 지역이라 쌔하다. 살라띠가는 역사가 오래된 교육 도시에 어학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라 원래 좀 아는 지역이다. 스마랑과 족자 사이의 내륙 지방인데 ..

[그 회사 이야기] 2. 든든한 한국인 뒷배를 둔 그 현지인 총무

법인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법인장이지만, 외국 법인의 외국인 법인장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인니에서는 외국 법인이더라도 인사 총무는 반드시 자국민이 맡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고, 외국 법인에 대해 모든 현지인들은 그 현지인 총무를 실질적인 대표자로 간주한다. 관공서 공무원, 회사 주변 주민, 하청 현지 업체, 사내 직원 등 모든 현지인은 총무를 상대한다. 법인장은 회사의 최종 사인을 하는, 즉 뭔 일 터졌을 때 책임지는 사람일 뿐이다. 그 회사 총무는 오너 매제가 박아넣은 사람이었다. 오너 매제 회사 경리장의 남편으로 이전엔 카센터 사무실에서 일했다고 한다. 관련 경력이 없으니 총무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문제는 나도 초짜였다는 것이다. 좆도 모르는데 존심만 센 놈 둘이 붙어 있으니 늘..

소오~설 2023.12.06

[그 회사 이야기] 1. 가족이 위계 조직이라던 그 전무

입사 당시 그 회사는 한국에 본사와 공장이 있었고, 이제 막 인니에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 오너의 매제가 인니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의 권유에 따라 인니에 생산 공장을 지으려는 상황이었다. 현지 사전 준비는 오너 매제가, 본사에서는 원청 대기업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온 상무가 컨트롤했다. 입사하고 나서 초기에 한국 본사의 상무에게서 가장 자주 닥달을 받았던 건 '수입 허가가 언제 되느냐'였다. 설립 허가 프로세스를 시작한 3개월 정도 경과한 시점이었다. 인니 관청 행정 업무가 한국에 비해 얼마나 엉망인지, 언제까지 되는지는 아무도 특정할 수 없고 특정해주지도 않는다는 걸 아무리 설명해도 상무는 이해를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언제 되는지도 알 수 없다니, 그런 ..

소오~설 2023.11.29

갑의 무책임한 결제 업무 분장

인니에 진출한 한국업체 중에는 봉제업체가 아무래도 가장 많습니다.저임금인 봉제 산업으로 경제 부흥에 성공한 국가 중 가장 끝물이 한국이라서, 저임금 기반의 공장 운영에 관한 가장 발전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고, 인니는 저임금 산업에 적합한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저개발 국가가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봉제가 적합합니다.워낙 흔하고 저렴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생각을 하지 않지만, 옷은 복잡한 과정과 품이 드는 생산품이거든요.실을 만들고, 염색을 하고, 천을 짜고, 자르고, 꼬매고, 자수나 프린트를 하는 건 기본이고, 단추나 지퍼, 똑딱 버튼, 상품텍도 달아야 하고, 세척해서, 포장까지 해야 합니다.그러다 보니, 봉제업체에서 파생되는 하청업체들이 많은데, 대부분 복잡한 첨단 기술이 필요없는 분야입니다.기술..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로서 알려주는 입사응시서류 팁

일단 공채는 논외로 합니다. 죤만한 중소기업의 인사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을 적을 뿐입니다. 공채는 응시해 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업무 관점에서 보면 비슷하기 때문에 짐작 정도는 가능합니다. 채용 면접이라는 게 응시자 입장에서는 인생이 걸린 일이라 되게 신중하고 중요한 무슨 절차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인사 담당자 관점에서는 그냥 업무일 뿐이니까요. 쉽게 말해, 응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은 입사 응시서류지만,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런 서류가 몇 천장, 몇 만장인 겁니다. 제 짐작에는 응시서류(앞으로 그냥 통칭해서 이력서라고 하겠습니다)가 많다면, 스펙이나 적성검사 점수 등을 기준으로 정하고 거기 못미치면 아예 읽지도 않고 그냥 떨궈버릴 겁니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업무라서 그래..

단상 201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