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소오~설

[그 회사 이야기] 4. 후일담

명랑쾌활 2023. 12. 20. 23:29

퇴사 후 간간히 그 회사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굳이 알아본 건 아니다. 한인 사회는 좁다.

 

 

내 대체로 들어온 현지 채용은 사내 현지인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가 되어 1년도 안되어 해고됐다.

 

공장은 꽤 먼 곳으로 다시 이전했다. 땅값과 인건비가 엄청 싼 대신 엄청 시골인 지역이다.

회사에 순종적이던 간부 직원 일부를 선별하여 급여 인상과 주거비 지원을 조건으로 새 공장에 데려갔다고 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오너 매제가 방법을 알려줬을 거다.

 

원래 공장은 들어간 돈의 두 배 차익을 남기고 매각됐다.

그 이익은 회사 매출로 인한 이익금이 아니라, 오너의 투자 수익이다.

매년 납품 단가를 후려쳐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는데도 왜 모두들 대기업 하청을 하려고 안달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큰 부자가 되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안전한 방법은 역시 부동산이다.

기술 연구 투자, 경영 개선. 소설도 아니고 동화다.

 

오너 매제 회사 경리장의 남편인, 예전에 그만뒀던 총무가 새 공장의 총무로 컴백했다.

경리장과 떨어져서 살게 됐으니 이제 4시에 퇴근하겠다는 지랄은 하지 않겠지 싶다.

 

본사에서 경리부장이 발령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청에서 사고치고 잘린 걸 낙하산으로 받은 사람이었다.

본사에서 하도 꼴통짓을 해서 골치를 썩다가 결국 인니로 보낸 거라고 한다.

경리부장은 발령 온지 1년여 지나 새해를 앞두고 현지 채용 한국인 차장에게 급여를 1천불 깎겠다고 '통보'했다.

부장인 자기보다 월급이 많은 건 경우가 아니지 않냐는 게 명분이었다.

경리부장은 한국에서 월급을 계속 받고 있었고, 인니에서 따로 받는 월급을 기준으로 후려친 거였다.

차장은 '회사 나가란 소리를 참 좆같게 한다.'며 들이받고 자진 사직했다고 한다.

인니 진출한지 꽤 되어서 이제 돌아가는 판 알게 됐으니, 젊은 놈 뽑아서 싸게 굴리면 된다는 계산이 있었을 거라 추측한다.

 

다시 2년 쯤 지나 경리부장은 회사 그만 두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오너 매제가, 너무 꼴통 새끼라고 오너한테 말해서 잘라버렸다고 했다는 풍문이 있다.

권위주의 화신 전무는 다시 한국으로 가고, 처세의 달인 부장이 다시 발령 나왔다.

전무는 귀국 후 얼마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는 오너를 제외하면 회사에 잔류한 마지막 창업 멤버였다.

 

그즈음에 경리회계, 인사총무 각 1명을 구한다는 그 회사의 구인 공고가 교민 웹사이트에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든 저렇든 회사는 잘 굴러가고 있다고 한다.

 

강강술레의 일종인 기와밟기  <출처 : 금성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