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자기 합리화 5

악의 평범성 - 조직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명령에 복종한다'는 군인의 여러 덕목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군 훈련은 병사를 명령에 복종하도록 만들 목적으로 한다. 상관의 명령에 묻지도 따지지 않고 따르도록 반복을 거듭해서 신체와 정신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야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돌격 앞으로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일부는 죽더라도 부대의 목표를 달성한다. 심지어 부대 전체를 희생하여 다른 부대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도 한다. 명령을 하는 부대장도, 따르는 부대원도 누군가는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지시하고 따르는 것이다. 서로를 독립적 개체로 여긴다면 해서는 안되는 명령이고, 따르길 거부해야 할 명령이다. 집단이 목표를 달성해봐야 개인 입장에서는 죽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령에 복종한다는 것은 부대원 개개인이 자신을 부..

단상 2021.01.11

악역을 맡겠다 = 나쁜 짓을 하겠다

"난 지금 악역을 맡고 있는 거야."군대 똘아이 선임이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잖아.회사 악질 상사가 하는 소리기도 하고.최근엔 윤 머시기 검찰총장도 그런 소리 했지. '악역'이라고 하니까 '원래는 악하지 않은데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부득이하게' 그 역할을 맡는다는다는듯한 느낌이 들지?근데 말야, 우리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언제부터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판단했지?군대 똘아이 선임이 군기를 잡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후임들 기합 주고 패면 용납했던가?회사 악질 상사가 회사를 위한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부당한 지시와 폭언을 하면 괜찮은 건가? 우리가 의도를 참작해서 이해해 줄 수 있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순수한 사적 관계' 뿐이야.가령, 엄마가 애 버릇 고친다고 종아리를 때리는 건 폭력 자체는 나쁘더라도 ..

단상 2020.01.03

다혈질 - 진짜와 가짜 구별법

"네가 좀 이해해. 내가 좀 다혈질이잖아."소위 다혈질이라는 사람이 실컷 버럭버럭 화 내놓고,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변명입니다.'내가 원래 이러니 네가 이해하라'니 이건 사과도 아닙니다. 진짜 다혈질과 가짜 다혈질의 구별법을 얘기하기 전에 둘의 구분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하겠습니다.진짜 다혈질은 자신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가짜는 통제하지 '않는' 사람입니다.구분 기준이 확실하면 구별도 쉽습니다. 화가 나면 상대가 선생님이든 담당 교수든 군대 고참이든 직장 상사나 심지어 사장이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다혈질 맞습니다.그런 사람이 하는 사과 아닌 사과, '내가 원래 이러니 네가 이해하라'는 받아 들일만 합니다.자기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 상황에도 그럴 정도로 통제가 안된..

단상 2019.10.14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교회에서 용서의 뽕을 맞고, 가뿐한 마음으로 다시 사회에 나가 마음껏 욕망을 펼치는 위선자들이 꼴보기 싫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모태신앙으로 태어났고, 친정 언니오빠들은 장로, 집사, 권사, 조카들 중에는 목사, 전도사가 수두룩한 집안이지만,본인은 유교와 무속 비스무리한 집으로 시집 와 매년 열 몇 번의 제사를 치뤄오며 40여년 동안 교회 못가고 ,이제는 남편 손 붙잡고 교회에 나가고 계시는 엄마는 그런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죠. "그런 사람이니까 교회가 더욱 필요한 거고, 교회라도 다니니까 그 정도인 거야." 의외로 상당히 실용적이고 쿨한 얘기였습니다.굳이 제가 그런 감정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길의 표지판을 엄마 얘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교도소에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 있고, 병원에 가면 몸에 ..

단상 2018.09.04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중 틀린 의견도 있을 수 있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야 자연스런 일이죠.하지만,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게 모두가 다 맞다는 건 아니예요.상황에 따라서는 틀린 답도 있는 거예요.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다름을 존중하라고 방어하는 건 되게 찌질한 짓이예요.차라리 틀릴 수도 있지만, 자신은 그렇다고 확신하다고 하세요.최소한 당당해 보이기라도 하잖아요.

단상 20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