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권위주의 8

[그 회사 이야기] 1. 가족이 위계 조직이라던 그 전무

입사 당시 그 회사는 한국에 본사와 공장이 있었고, 이제 막 인니에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 오너의 매제가 인니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의 권유에 따라 인니에 생산 공장을 지으려는 상황이었다. 현지 사전 준비는 오너 매제가, 본사에서는 원청 대기업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온 상무가 컨트롤했다. 입사하고 나서 초기에 한국 본사의 상무에게서 가장 자주 닥달을 받았던 건 '수입 허가가 언제 되느냐'였다. 설립 허가 프로세스를 시작한 3개월 정도 경과한 시점이었다. 인니 관청 행정 업무가 한국에 비해 얼마나 엉망인지, 언제까지 되는지는 아무도 특정할 수 없고 특정해주지도 않는다는 걸 아무리 설명해도 상무는 이해를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언제 되는지도 알 수 없다니, 그런 ..

소오~설 2023.11.29

권력욕에 불타는 마을 반장 선거

일전에 포스팅한 자동차세 납부 이야기에, 실거주 증명서 발급해주는데 10만 루피아를 요구했던 반장 나으리가 있었습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1502) 발급에 필요한 서류들을 반드시 빨간색 플라스틱 파일집에 넣어서 제출하라던 그 권위주의의 화신이셨죠. 10만 루피아를 뜯긴지 약 일주일 후, 마침 반장 선거가 실시를 앞두게 됐습니다. 한국이라면 초딩도 하지 않을 유치한 수작질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펼쳐졌습니다. ㅎㅎ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몇 가지 설명드립니다. 1. 인니에도 한국의 통반장 같은 직책이 있습니다. 한국의 통에 해당하는 에르웨 RW (Rukun Warga) 는 '주민 화합회'라는 의미로, 통장은 끄뚜아 에르웨 Ketua RW라고 합니다. 통상 남성이 통장일 경..

[인니의 관료주의] 자동차세 납부

공무원이 국민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을 이른바 관료주의라고 하지요. 한국도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권한을 쥔 공무원이 턱 치켜 세우고 일반 국민을 깔보고 그랬었습니다. 뭐 '국민을 개돼지'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아직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대놓고 그러면 큰일 나는 세상이 왔습니다. 인니는 아닙니다. 지금도 관료주의가 쩔어 넘치는 나라지요. ㅋㅋ 인니 관공서에 방문할 때는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 출입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암묵적인 룰이 아니라, 정말로 공식 규정입니다. 백성이 국가 기관에게 예의를 갖추라는 의미입니다만, 인니 국민들은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런 나라이다 보니, 10년을 살아도 당최 익숙해지기 어렵습니다. 최근 자동차세를 납부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납부하려면 자동차 ..

보수 성향인 사람의 심리

보수 : 새로운 것을 적극 받아들이기보다는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고 함 (다음 국어사전 발췌) 보수는 변화에 거부감을 갖는다.보수는 자신이 당연하다고 받아 들인 것을 바꾸기 싫어한다.보수는 자책하지 않는다.자책에는 곧 반성이 따르고, 반성은 곧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보수는 과오에 대해 남탓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자신을 칭찬한다.보수에게 있어서 남탓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기 확신과 태도 고수를 위한 방패막이다.보수가 광주 시민 학살, 베트남 전쟁 양민 학살 등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성향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수는 독재에 대해 딱히 거부감이 없다.독재는 정권의 안정이기 때문이다.우두머리가 자주 바뀌는 민주주의는 안정을 추구하..

단상 2018.11.02

[언어로 인한 생각의 전환] 01. Boleh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밴저민 리 워프는 '언어는 사고 체계를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세웠다.최고의 단편SF작가로 꼽히는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순차적으로 표현하는 인류의 언어 체계와 달리, 통시적으로 표현하는 외계 언어를 습득한 언어학자가 현재를 보면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통찰하게 되는 사고체계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토대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외국어를 깊게 이해한다는 건, 그 사고 방식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외국어에 대한 배움이 점점 깊어지면서 사고방식이 바뀌게 되는 건 실제로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한국어와는 다른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서, 내 사고와 관점의 영역을 넓혀준 단어에 대해 끄적여 보려 한다. boleh 의 한..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5. 사실은 그냥 당신이 미워서 그런 거야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직원 A가 개인 사유로 토요일에 연차를 쓰겠다고 금요일에 부서장에게 보고했다.부서장 B는 갑작스런 사유를 제외한 모든 연차 신청은 미리 해야 한다고 예전에 얘기했는데, 또 다시 전날 갑자기 보고한 부분에 대해 질책을 하고, "니 마음대로 해!" 라고 했다.A는 토요일에 결근을 했다.부서장 B는 월요일에 본사 관리부장 C에게 와서 다짜고짜 "A가 무단결근을 했다"라고 말했다. C는 양쪽의 입장을 듣고 정리해본다.직원 A의 입장1. 연차는 개인의 권리로서, 회사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2. 미리 보고할 기회가 없었다.부서장이 월요일 본사 주간회의, 화요일 거래처 미팅 때문에 출근..

단상 2018.02.23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자기 말을 뒤집는다

사장씩이나 돼서 자기가 한 말을 뒤집느냐는 비난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높은 위치의 사람일수록 언행의 책임 또한 무거워야 한다는 건 윤리적 희망사항이지, 조건이 아니다.마치 유명한 배우씩이나 돼서 사생활이 문란할 수가 있느냐는 비난이나 다름없다.사장이라는 위치와 자기 한 말의 책임은 상관 없다.회사 조직 내에서라면, 오히려 사장이니까 뒤집어도 된다.회사 내에서는 자기가 왕이니, 자기가 한 말도 법이고, 뒤집어도 법이다.하지만 그래도 된다고 해서 모든 사장이 그러는 건 아니듯, 결국 인성의 문제다.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다 보니, '저런 놈 사장 되면 자기 말 뒤집겠구나' 싶은 싹수가 보인다.상하직급 따지고 자기 권위 중시하는 인간이 그렇게 되는 거 같다.일부러 엿 먹이려고 말 뒤집는 게 아니다.상황이 바뀌니..

단상 2017.10.18

권위주의적 인간은 동등을 인정하지 않는다.

권위주의적 인간은 동등을 인정하지 않는다.권위주의라는 말 자체가 위계서열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니 당연한 말이긴 하다.자신이 복종해야 할 사람과 자신에게 복종해야 할 사람, 오직 상하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권위주의적인 인간이다.하지만 자신과 동등한 지위거나, 자신과 다른 위계에 속한 사람과의 협업은 어떨까?응당 동등하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이 되면, 권위주의 인간은 협업의 테두리 내에서 또 다른 위계를 확립하려고 한다.자신이 무조건 우두머리를 맡겠다는 뜻이 아니다.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보다 높은 권위을 가진 다른 사람이 우두머리를 맡겠다면 기꺼이 인정한다.권위주의 인간에게 위계가 없는 관계는 불완전한 관계다.자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기 권위를 내세울 의사가 없는 상..

단상 2017.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