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에부리띵 1571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2. 거봐, 다래끼 아니잖아

차도가 없다. 고름이 좀 줄긴 했지만 그거야 소염제 아무거나 먹어도 그 정도 효과는 있을 거다. 눈알 빨간 것과 눈꺼풀 안쪽 이물감은 나아지질 않았다. 결막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래끼가 아닌 건 확실하다. 눈알 빨갛게 되는 증상이 다래끼라니, 의사 진단이 틀렸다. 내가 대단한 게 아니다. 인니 의료 수준이 낮은 거다. 그 다음주 같은 요일에 병원에 다시 갔다. 저번주와 같은 8시 20분 도착, 의사 역시 저번주와 마찬가지로 아직 오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대기 1번이다. 저번주처럼 9시 20분에 온다면 1시간 정도 기다리겠다. 내 뒤로 온 환자가 간호사에게 의사 언제 오냐고 묻는다. 지금 오고 있는 길이랜다. 집이 멀어서 그렇냐고 다시 물으니, 안멀댄다. 가까운데 왜 늦나. 인니 의사는 반드시 늦어야 하..

[발리 아메드 Amed] 6. 발리 사바나. 블루스 삘 터지는 Warung Agung Amed

사바나 띠아냐르 Savana Tianyar 라는 곳에 갔다. 시골 소로가 아닌 주도로로 1시간 거리면 약간 빡센 편이다. 길이 좋아서 차들이 쌩쌩 다닌다. 요런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원래는 그냥 Tianyar라는 지역의 이름 없는 벌판인데, 아프리카 사바나 지형을 닮은 경치라 그런 이름을 붙였다. 인니인들이 과장이 좀 심한 편이다. ㅋ 그랜드 캐년을 본떠서 그린 캐년이라고 이름 붙인 곳도 있고, 텔레토비 동산이란 이름이 붙은 언덕이 인니 전역에 몇 십 군데 있다. 아메드 지역을 벗어나서... 주도로에 들어서니 확실히 빡세고, 경치도 볼 거 없었다. 지도상으로는 해안을 따라 달리지만, 바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있어봐야 키 높이 넘어가는 장애물이 있으면 안보이는 게 당연하다. 사고 당했던 ..

미원 인도네시아 - 철저한 현지화의 역설

미원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대상 그룹이 세운 회사다. 아지노모도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인니 조미료 시장에 진출하여 대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스토리는 소위 국뽕을 자극하는 소재로 회자되곤 한다. 지금은 이미 미원이란 이름도 대상으로 바꿨고, 청정원이란 브랜드와 함께 마마수까 Mama Suka 라는 현지 브랜드를 런칭했다. 한류가 기세를 올리면서 마마수까도 다양한 한류 식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한인 기업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실상 마마수까는 한국 브랜드라고 보기엔 애매하다. 직원들도 거의 대부분 현지인이고, 한국인 직원은 조언자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 소비자를 마케팅 타겟으로 설정하고, 제품의 맛 역시 현지인에게 철저하게 맞췄다. 한국 기업의 투자로 시작했을 뿐, 인니의 메이..

[눈병 걸려서 병원 갔는데] 1. 병원 진료 과정 자세하게

눈병 났다. 눈알이 새빨갛고 고름 줄줄. 일단 인터넷 검색해본다. 한국 같으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겠지만, 인니에서는 각자도생이다. 결막염인 거 같다. 젠장, 자가 면역 치료가 (=그냥 끙끙 앓고 낫는) 안되는 병이다. 정말 싫지만 병원에 갈 수 밖에 없겠다. 리뽀 찌까랑에서 가장 나은 병원은 실로암 Siloam 이다. 가장 나을 뿐이다. 생긴 건 종합병원 같지만 실속은 한국의 동네 1차 진료기관 수준이다. 홈페이지로 검색하니 오늘 오전 출근하는 안과 의사 이름은 마르셀라, 진료 시간은 8~10시다. (오후 출근하는 의사와 진료 시간이 따로 있다. 둘 다 매일 출근하는 거 아니고, 없을 때 땜빵하는 일반(?) 의사가 있다.) 8시 20분에 병원 도착했다. 진료 시간 곧이 곧대로 믿고 일찍 나오는 건 바..

[발리 아메드 Amed] 5. 오토바이 사고, 스노클링

내 뒤에서 따라오던 친구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뒤에서 빠른 속도로 오던 오토바이가 아메드 스파로 가려고 핸들을 트는 친구 동생 오토바이를 치고, 튕기면서 맞은 편에서 오는 오토바이와 정면으로 받아 버렸다. 맞은 편에서 오다가 들이받힌 오토바이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낸 오토바이 운전자가 쓴 헬멧에 맨얼굴을 (헬멧 안쓰고 있었음) 정면으로 받혔는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쓰러져서 얼굴을 감싸쥐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우는 것처럼 비명 섞어서 으어어어엉 울부짖다가 숨이 다하면, 숨을 들이쉬고 다시 으어어어엉. 마치 몹시 놀라고 아픈 어린 애 같은 반응이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데, 인니 여성 중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몇 번 본 적 있다. 사지를 발광하..

노치 Nochi - 김을 응용한 인니 과자

김을 응용한 과자를 사봤다. Nochi - Nori Chips. 김이 요즘 대유행이지만 아직은 일본어인 노리가 더 대중적이다. 초밥을 통해 일본어 명칭이 이미 정착됐기 때문이다. 제조처가 수까부미 Sukabumi 지역에 있다. 한국 음식을 응용한 현지 제품들 중 많은 수가 이 지역 소규모 제조처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업체 공장들이 많은 지역이고, 퇴직 후 인니에 정착한 한국인 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수까부미 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던데, 그 영향이 아닐까 추측한다. 김 외 주재료가 룸피아 피 Kulit Lumpi 라고 한다. 만두피 비슷한 거다. 룸피아는 인니 뿐 아니라 동남아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춘권, 스프링 롤이라는 이름이 대중적이다. 맛은... 왜 쓸데없는 짓을 했지? 김 특유의..

Gim Bori 후리카케

한류가 주류로 올라서면서, 드디어 후리카케에 김이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까지 나왔다. (한국에는 밥에 뿌려 먹는 양념가루를 뜻하는 단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 부득이 원조인 후리카케라는 단어를 쓴다.) 원래는 음식 카테고리에 올릴 포스팅이었는데 하필 Gim Bori, 까딱 하면 짐보리라고 읽게 되는 제품명 덕분에 애매해졌다. 짐보리라고 하면 상당히 언짢아 할 사람들이 있겠구나 싶어서 시사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정치적 문제를 연상할 수 있는 단어를 침묵하지 않는 사람은 비난 받아 마땅한 게 소위 자유민주주의라는 한국의 독특한 이념 아니던가. 정치 문제를 거론하는 행위를 죄악시 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요지경 세상이다.

시사 2023.10.13

[발리 아메드 Amed] 4. Lempuyang - Amed 라이딩

라항안 스위트 Lahangan Sweet 에서 렘푸양 대사원 Pura Agung Lempuyang 으로 줄곳 내리막길이라 운전하기도 편하고 경치가 좋다. 작은 길이 끝나고 큰길로 합류 제대로 왕복 2차선에 중앙선도 있는 길. 차 두 대 다니기 넉넉한 너비의 아스팔트 포장 도로면 (중앙선 없어도) 인니에서는 큰길로 분류된다. 렘푸양 사원 매표소와 진입로, 셔틀 버스. 사진 왼쪽으로 가는 길이 내가 온 길, 정면이 렘푸양 사원 진입로다. 차량으로 온 사람은 저 밑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올라와야 한다. 역시나 상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개별 차량을 감당할 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렇다. 오토바이 잠깐 세우고 사진 찍으니, 형광조끼 입은 아저씨가 이리로 주차하라고 손짓을 한다. 그냥 어떤 분위기인가 구경은 하고 싶..

Greenfields 우유 Extra 시리즈 4가지 맛

바닐라 카모마일 우유 달달한 백우유에 꽃향이 살짝 느껴진다. 인니의 가장 보편적인 차는 찻잎 외에 자스민 꽃을 소량 첨가해서 만드는데, 그 취향에 착안해서 만든 제품이 아닐까 싶다. 인니인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꽃향기가 식욕을 돋구는 냄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딸기 장미 우유 달달한 딸기우유에 장미향이 살짝 느껴진다. 가뜩이나 딸기향이 인공적이라 별론데 꽃향기 때문에 더 별로다. 장미꽃 향기 좋다고 장미꽃 씹어먹고 그러지 않잖아. 얼 그레이 꿀 밀크티 달달하고 해괴한 맛이다. 홍차 아닌 거 같고, 얼 그레이 홍차는 더더욱 아닌거 같고, 결정적으로 꿀의 단맛이 절대 아니다. 홍차에 우유 타는 영국식 밀크티 좋아하는데, 이건 영 아니다. 질 나쁜 홍차에 질 나쁜 우유, 싸구려 설탕 섞은 거 같다..

촌놈이 자카르타 롯데 에비뉴 가봄

아내 한국 비자 신청하러 한국 비자 센터 간 김에 롯데 에비뉴 한 바퀴 돌아 봤다. 거부 당하고 다시 방문하는 애증의 장소 정부와 위탁 계약한 민간 업체라는 거 모르는 사람 많더라. 무조건 여기서 사야하고, 돈 내고 물건 못받아도 책임 전혀 안져도 아무 문제없는, 노나는 독점 사업이다. 편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건 나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택지를 지우고 강매하는 건 거부감이 든다. 비자 접수 마치고, 부유층 대상 마트에서는 뭘 팔려나 구경했다. 한국 딸기 한 팩이 5만원이 넘는다. 한국 딸기 최고다. 한국 사람도 비싸서 먹기 힘든 대단한 과일이다. 훗, 그정도 가지고. 호주 태즈매니안 체리는 한 팩에 원래 10만원 넘는 거 옛다 세일해서 8만원이다. 팔리니까 갖다 놨겠지. 인니 부자들 무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