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발리 아메드 Amed] 5. 오토바이 사고, 스노클링

명랑쾌활 2023. 10. 18. 12:24

내 뒤에서 따라오던 친구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뒤에서 빠른 속도로 오던 오토바이가 아메드 스파로 가려고 핸들을 트는 친구 동생 오토바이를 치고, 튕기면서 맞은 편에서 오는 오토바이와 정면으로 받아 버렸다.

맞은 편에서 오다가 들이받힌 오토바이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낸 오토바이 운전자가 쓴 헬멧에 맨얼굴을 (헬멧 안쓰고 있었음) 정면으로 받혔는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쓰러져서 얼굴을 감싸쥐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우는 것처럼 비명 섞어서 으어어어엉 울부짖다가 숨이 다하면, 숨을 들이쉬고 다시 으어어어엉.

마치 몹시 놀라고 아픈 어린 애 같은 반응이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데, 인니 여성 중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몇 번 본 적 있다.

사지를 발광하면서 울부짖다가 헉!하며 들숨을 마시다 까무러치는 경우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모여 둘러쌓는다. ㄷㄷㄷㄷ
이런 상황에 외지인이 잘못 대응하면 큰 일 날 수 있다.

오해든 아니든 현지인들 군중 심리에 불 붙으면 조리돌림을 당해 죽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는 곳이 인니다.

도둑이 현행범으로 잡혀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오토바이가 차량에 '와서 부딪혀서' 쓰러졌는데 차량이 치고 도망 간거라 오인한 사람들이 쫓아가 잡아 운전자를 다구리 쳐서 죽게 된 사건이 종종 뉴스에 나온다.

지들은 흥분해서 각자 몇 대씩 때리는 건데, 맞는 사람은 합쳐서 수백 대를 맞는데다 어디 잘못 맞아서 죽는 거다.

대개 직접적인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서, 죽은 사람만 불쌍하고 흐지부지 끝난다.

 

일단 나도 외국인에다 일행이라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친구 동생 쪽으로 가서 쓰러진 오토바이부터 길 한 쪽으로 치웠다.
쓰러져서 얼이 빠져있던 친구 동생이 벌떡 일어나서 오토바이 치우는 걸 도우려 하길레, 잔뜩 심각한 표정을 짓고 오토바이와 상처를 유심히 살펴 보는척 하며 조용히 말했다.
"야, 아픈척해. 졸라 아픈척해. 멀쩡하게 막 움직이지 마."
"아, 예..."
"많이 다쳤냐? 졸라 아프다는듯 엄살 팍팍 떨면서 말해."
"아뇨... 뼈 부러지고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엉, 다행이다. 일단 계속 아픈 걸 어필을 해. 너 피해자 맞는데, 잘못하면 다 뒤집어 써. 일단 피해자라는 걸 계속 보여줘야 해."

 

돌아보니 사고 낸 오토바이, 들이받힌 오토바이도 모인 사람들에 길 옆으로 치웠다.

사고 당해서 울부짖던 여자도 일단 팔다리 들어서 (모양새는 상당히 안좋지만 안아서 옮기면 안되니까 ㅋ) 아메드 스파 앞 공간에 내려놓으니 철푸덕 주저앉은채로 흐으으으 계속 흐느낀다.

친구 동생을 부축해서 (귓속말로 "야, 엄청 절뚝 거리면서 걸어.") 아메드 스파 앞 벤치에 앉혔다.

아메드 스파 직원이 글라스에 물을 따라 와서 피해 여성에게도 먹이고, 친구 동생에게도 한 잔 갖다 줬다.

 

우글우글 모여서 각자 한 마디씩 하느라 난장판이다. 이런 분위기에 나서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 와서 어찌 된 건지 봤냐고 묻길레,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다.

좀 있다가 다른 사람이 와서 또 묻고, 또 똑같이 설명해주고. 또 묻고, 또 설명하고...

그러다 생각나서 숙소 주인 아저씨에게 전화했더니 바로 이쪽으로 오겠다고 한다.

 

어떻게 소식을 전해들었는지 사고 당한 여자의 아버지나 삼촌으로 보이는 사람이 왔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거냐 묻는데, 어라!?!?

어느 틈엔가 사고 낸 놈과 오토바이가 사라졌다. 그렇게 사람들이 우글우글 했는데??

사고 당한 여성이 워낙 우렁차게 통곡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범인이 도망칠 수 있도록 시선을 끈 셈이 됐나보다.

사고 여성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는 여자를 태우고 병원에 갔다.

누군가 와서 친구 동생에게도 병원 가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일단 안정을 취하겠다고 했다.

우글우글 모여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흩어졌다.

 

이럴 때 섣불리 움직이면 안된다. 흩어진 거 같아도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괜히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면 다 뒤집어 쓴다.

가만히 앉아서 숙소 주인 아저씨 오는 걸 기다렸다.

그 짬에 La Bottega 레스토랑에 연락해서 오늘 저녁 예약도 취소하고...

손님 사정이야 어떻든 노쇼로 업소가 입는 손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타인에게 폐끼치지 않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한다.

 

10여 분 쯤 지나서 숙소 주인 아저씨가 직원과 함께 도착했다. 다시 설명 타임. =_=

자초지종을 들은 주인 아저씨는 한 쪽에 치워져 있던 오토바이 전원을 켰다. 다행히 오른쪽 깜빡이가 점멸을 한다.

주인 아저씨는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 보고 들으라는듯 "깜빡이도 켰었구만."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좀 기다리고 있으니, 치료를 마친 여성과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돌아왔다.

숙소 주인 아저씨가 나서서 사고 여성 아버지와 대화했다. 발리어라 확실하진 않은데 제스쳐로 보아 사고친 놈은 따로 있고 도망갔다는 얘기 같았다.

사고 여성 아버지는 다시 사고 여성에게 뭐라뭐라 물었고, 여성이 고개를 저으며 뭐라뭐라 답하자 씁쓸한 표정으로 여성을 태우고 떠났다.

사고 여성도 친구 동생이 사고 낸 것이 아니라고 말한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다.

 

맛사지 끝낸 아내도 나왔다. 아메드 스파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지 말고 안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탁월한 판단이다. 이 난장판에 외국인의 아내인 현지인까지 등판하면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숙소 주인 아저씨는 친구 동생을 태우고, 사고 난 오토바이는 숙소 직원이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치고 오토바이도 부서졌는데 어딜 가겠나.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판을 벌렸다.

저렴한 숙소 답게 딸린 식당도 인테리어가 허름한 편이다.

주변에 그럴듯한 외관에 가격 비싸지 않은 식당들이 있다보니, 숙박객 말고 외부 손님이 들어오는 걸 본 적 없다. 아니, 숙박객도 객실에서 조식 먹지, 식당에 내려와서 다른 거 시켜 먹는 걸 본 적 없다.

음식은 식재료, 식재료는 회전율. 그래서 기대 안했는데....

음식들이 다 맛있어서 놀랐다. ㅋㅋㅋㅋ

아얌 바까르 Ayam Bakar (닭구이) 시키니 냉동고에서 꽝꽝 언 닭다리 꺼내서 조리해왔는데, 아니 이게 왜 맛있지? 속까지 잘 익혔다.

신선도도 문제 없었다. 닭고기 냉동 보관 오래한 거 먹으면 다음날 여지없이 배가 싸르르 아픈데, 그런 거 전혀 없었다.

 

친구 동생은 술 좀 마시고 긴장 풀리니까 통증이 슬슬 올라오는 모양이다.

다행히 뼈는 이상 없고, 허벅지와 엉덩이 윗부분 타박상 통증이 있다고 한다.

다친 거보다는 오토바이 수리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되는 모양이다.

가해자 누명 뒤집어 써서 다친 여자애 치료비 물어주게 됐으면 몇 백이 깨질지 몇 천이 깨질지 옴팡 뒤집어 쓸 뻔 했는데 잘 넘어갔으니 다행이다, 여기는 오토바이가 워낙 많아서 수리비가 한국에 비해 엄청 싼 편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내일 아침에 몸상태 보고 스노클링 할지 어쩔지 정하기로 하고 자리를 파했다.

 

스크램블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실패.

계란에 소금간이 되어 있지 않고, 식빵 품질도 많이 떨어진다.

여기가 못하는 게 아니라, 보통 그렇다.

특히 빵은 4성급 이상이거나 특별히 신경쓰는 곳이 아니라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한국인이 보기엔 일부러 엄청 싸구려 빵을 찾아서 쓰는 건가 싶을텐데, 오해다.

그냥 전반적인 수준이 아직 낮아서 그렇다. 30년 전 한국 소매점에서 파는 식빵 품질 정도.

 

친구 동생은 타박상 입은 부위만 쑤시고 따로 통증 올라오는 곳은 없다고 한다.

일단 아메드 스파에 가서 근육 풀어주는 테라피 좀 받고 (어제 신경써준 감사 겸),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아메드는 스킨 스쿠버와 스노클링이 유명하다.

아메드 바로 앞바다는 해변에서 걸어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 포인트들이 있다.

스킨 스쿠버는 초급 강습만 앞바다에서 한다.

중급 이상 스킨 스쿠버 포인트는 차량을 타고 노란색 표시 지역으로 간다.

 

스노클링 포인트는 즈물룩 해변 Pantai Jemuluk, 리빠 해변 Lipah Beach, 일본 침몰선 Japanese Ship Wreck 3곳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즈물룩 해변은 아메드 중심가에서 가장 가깝다. (선셋 포인트 앞바다)

리빠 해변은 산호초와 물고기가 가장 많고, 거북이가 자주 출몰한다.

일본 침몰선 포인트는 물속에 가라앉은 배가 볼거리지만, 크기가 작아 임팩트가 별로고 중심가에서 거리가 멀다.

스노클링 포인트가 해변에서 가까워서 배 타고 나갈 필요가 없다. 숙소나 다이빙 샾에서 장비를 빌려서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세 곳 아무데나 가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숙소에서 빌려갈까 했는데 장비가 너무 낡고 후졌다. =_=

그냥 현장 가서 빌리기로 했다.

각 스노클링 포인트에도 물론 장비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다이빙 샾이든 현장이든 대여료는 비슷하다. 5~8만 루피아.

 

여러 군데 가지 않고 리빠 해변만 가기로 했다.

물 좋아하는 친구 동생은 사고 때문에 아픈 부위가 있고, 나나 아내는 게을러서. ㅎㅎ

 

개점 휴업 중인 해변 식당 옆에 좌판을 차리고 장비 빌려주는 아저씨가 유쾌하다.

소지품은 식당 테이블 밑에 두면 자기가 지켜주니 걱정 말란다.

식당에서 음식도 파는 거 같은데 분위기가 허름해서 그런지 개점휴업 상태로 물이나 음료수나 파는 분위기다.

비치 테이블 잡고 맥주나 음식 마시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변 서쪽 그럴싸한 외관의 식당으로 몰려서, 경쟁에서 도태되어가는 거 같았다.

 

밖에서 보기엔 별 거 없어 보이는데, 5m 쯤 걸어 들어가 허벅지 정도 깊이에 벌써 물고기들이 돌아 다닌다.

거기서 5m 정도만 더 헤엄쳐 나가도 산호초가 보이기 시작한다.

형형색색 산호초가 다글다글 물고기 바글바글하는 엄청 멋진 광경은 아니다.

기대를 엄청 하면 실망하고, 별로 안하면 의외라서 감탄할 정도로 소소하다.

 

원래 스노클링 재미있게 즐겼던 아내가 뭐가 문제인지,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빠르게 뛰는 증상이 난다며 금새 뭍으로 나왔다.

5분 정도 가까운 바다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며 구경하다 나도 나왔다.

구명조끼 입고 슬슬 물장구 치는 것조차 힘들고 귀찮다. 원래도 게으른데 더 게을러진 모양이다. ㅋㅋㅋ

친구 동생만 알차게 즐겼다.

해변따라 먼 곳(사진 중앙 배 떠있는 곳 넘어서)까지 갔다 왔는데, 그쪽이 산호초 많고 거북이도 봤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 태운 배가 그 부근에 떠있었나 보다.

가볼까 말까... 멀어서 안갔다. ㅋ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아, 모래가 어어엄청나게 뜨거우니 슬리퍼나 아쿠아 슈즈 필착할 것.

맨발로는 과장이 아니라 정말 1초도 못버틸 정도로 뜨겁다.

그늘에서 젖은 모래까지 오가는데 꾹 참고 점잖게 걸어갈 수 있을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목도리 도마뱀 뛰듯 파바박 뛰도록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리빠 해변에서 아메드 중심가 방향으로 조금 가면 있는 디 리빠 와룽 Di Lipah Warung 점심 먹었다.

여기 나시 고렝도 건강한 맛이다. 채소 많고 아삭함이 살아있다.

채소 좋아하는 아내는 아주 맛있다며 만족했다.

숙소 식당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냥 아메드 지역 특색인가 보다.

 

숙소에서 좀 쉬다 저녁 때 맞춰 드디어 La Bottega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갔다.

아메드 북서쪽 지역은 중심가에서 해안 따라 난 길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고, 꽤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분리된 느낌이다.

분위기가 조용하고, 숙소들도 휴양 목적의 여행객들에 맞춘 분위기였다.

 

라 보떼가 역시 독립된 업소가 아니라 휴양 리조트에 딸린 레스토랑이다.

아메드 지역 피자 평점이 가장 높아서 와봤다.

어제 예약했다가 취소했던 사람이라고 하니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살라미 고르곤졸라 Salami Gorgonzola 피자

기대만큼 만족이다. 도우, 치즈 다 제대로다.

화이트소스 느끼하지 않고 풍미 좋다.

 

스파이시 살라미 Spicy Salami 피자도 좋았다.

특이한 점은 어어어엄청나게 맵다는 거.

불닭보다 살짝 덜 매운 정도.

서양 음식은 스파이시래봤자 신라면보다도 덜 매워서 얕잡아 봤다가 큰코 다쳤다. ㅋㅋ

원래 이탈리아에도 이정도로 매운 음식이 있는 건지, 이 레스토랑 특제 버전인지, 아니면 한국놈들에게 매운 맛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신경써서 킥을 날린 건지 궁금하다.

 

그밖에 피자의 기본 마르게리따도 훌륭했다.

친구 동생이 시킨 까르보나라 파스타는 면이 심하게 덜익어서 별로였댄다. (알덴테 수준이 아니었다나)

가장 비싼 피자가 10만 루피아로 가격대도 높지 않아 전체적으로 만족한다.

타바스코 소스 없는 게 아쉽지만, 정통 이태리 식당을 표방하는 업소에서 그거 찾는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겠다. ㅎ

피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메드 가면 한 번 가보시길 추천.

 

한 잔 하러 들른 와룽 보보 Warung Bobo. (bobo는 '(잠)자다'라는 뜻의 어린 아이식 표현)

어디 가서 먹을까 슬슬 다니다가 해변 쪽에서 빵빵한 라이브 소리가 들려서 들어갔다.

 

음식은 로컬, 웨스턴 무난. 칵테일도 무난. 밴드 수준도 무난.

위치빨 분위기빨 노리고 장사하는 거지, 각잡고 제대로 하는 곳은 아닌 거 같았다.

사진 속 음식은 바비 께짭 babi Kecap. 간장 비슷한 짭짤한 돼지고기 볶음이다.

 

레퍼토리는 팝송, 인니 가요 짬뽕. 원하면 손님도 올라가서 부를 수 있다.

인니 가요 한참 부르는데 무대 옆 꼬마애들이 나와서 춤을 추길레 뭔가 싶었는데...

 

8시 반에 한 타임 끝나고 쉬는 시간 사이에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 =_=

어우, 난 이런 거 마음 불편해서 별로다.

좀 앉아있다가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