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에부리띵 1562

무책임한 믿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상하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비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훌륭한 사람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수술비 안내면 죽는데, 수술비로 충분할 만큼의 남의 돈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식 죽게 두는 사람이 여전히 훌륭한 사람일까? 소위 '좋은 사람'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거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에 대한 불신은 그럴 당위성이 있다..

단상 2024.02.23

진상짓도 일종의 능력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가 있었다. 평소엔 비싸다고 거의 가지 않는 식당을 예약했다. 늘상 돈자랑을 하지만, 정작 돈을 써야할 타이밍엔 검소해지는 킹사장도 그 자리 만큼은 호탕하게 음식들을 주문했다. 자리가 파하고 손님을 배웅한 뒤, 모임을 보조한 직원들도 킹사장의 강권에 하나 둘 자리를 떴다. 호탕함은 손님과 함께 떠나고, 집 나간 검소함이 돌아온 상태. 현타가 온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킹사장과 나만 남게 됐다. 다들 참 이럴 땐 민첩하다. "오늘 수고했어. 자네도 들어가지." "네, 오늘 과음하신 거 같은데, 편히 쉬세요." "응, 그래. 과음한 거 같아. 좀 힘드네." 킹사장의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식당 직원이 붙잡고 계산서를 내민다. 원래 계산하기로 된 부사장이 깜빡하고 그냥 간 모양이다..

노쇠의 의미

20세에게 말했다 네가 20년 후에는 마흔살이 될 거라는 건 진리다. 오래 산 만큼 더 보다 경험이 많고 네가 모르는 걸 안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난 내가 스무살 때 어땠는지 알지만, 넌 네가 마흔살 때 어떨지는 20년 후에나 알게 될 거라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현명하고 네가 무지하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 먹는 게 뭐 대단하다고. 별 일 없으면 네가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들이다. 그냥 먼저 겪어서 아는 것 뿐이다. 90세 노인이 100미터를 10초에 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너도 동의할 거다. 89세까지는 가능했다가 90세가 되면서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게 아니란 것도 너는 안다. 성장의 시기가 끝나면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간다. 열정이나 근성 따위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다. 육..

단상 2024.02.16

헛똑똑이 현지인 사기꾼

"수작업으로 했어도 평균 월 6백만원은 벌었어요. 안디가 3백, 제가 3백 나눠 가졌죠. 설비가 있다면 더 벌 수 있습니다." 아르디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단언했다. 그가 내민 제안서에는 원료 단가나 생산 코스트, 매출 같은 구체적 수치가 없었다. 하지만, 미스터 킴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미스터 킴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암 판정을 받고 화학 치료를 거쳐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도 한 달에 한 번 투약을 받아야 했다. 완치는 불가능했고, 회사는 그만 뒀다. 그는 책임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미 주어진 책임은 끝까지 다 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남겨질 가족에게 지속적인 수입원이 되어줄 사업 아이템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두고 싶었을 게다. ..

Indomie Tori Kara Remen

일전에 인도미 일본 라멘 시리즈 3종을 포스팅 했었다. (https://choon666.tistory.com/1965) 그 중 토리 미소 라멘이 가장 맛있었는데, 아마 현지인들 입맛에도 가장 잘 맞았나 보다. 쇼유 라멘과 타코야끼 라멘은 매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토리 미소 라멘만 진열되어 있고... 두둥! 토리 미소 라멘의 매운맛 버전을 새로 출시했다. 근데 왜 제품명에서 미소를 빼고 카라를 넣었는지 의문이다. 이 라면의 정체성은 토리가 아니라 미소일텐데? 어쨌든 토리 미소 라멘과 마찬가지로 시즈닝 스프 하나, 훈연향 나는 기름 스프 하나가 내용물이다. 매운맛 라면이라 그런지 기름 스프 색이 시뻘겋다. 미소 라멘에 매운맛이 아주 조화롭다. 일본 라멘 특유의 훈연향도 좋아서 국물을 계속 떠먹게 만드는..

내가 속은 건 네가 속였기 때문이야

프로레슬링은 짜고 하는 거다. 당연하다. 사람을 진짜로 그렇게 패면 죽는다. 배움이 짧든, 물정을 모르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프로레슬링은 쇼다. 가짜라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독 한국인들이 그런 성향이 강하다.) 속였다고 기분 나쁘댄다. 1960년대 후반, 한국 프로레슬링 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한국 프로레슬링이 추락한 원인은 그 때문은 아니다.) 정글의 법칙이 가짜라며 싹 돌아서는 것도 그렇다. 아니 그럼, 진짜로 외지인 들어서면 창부터 들이미는 부족에 카메라 들고 가서 촬영을 할까? 창에 찔리고 뱀에 물리면 그거 그대로 촬영해서 방송에 내보내나? 60-70년대도 아니고, 그정도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그딴 상식은 필요 없다. 논리가 아..

단상 2024.02.09

인니인들은 왜 자주 아플까?

한국인은 정말 심하게 아플 경우에나 아파서 못했다는 해명이나 변명을 한다. 어지간히 아픈 정도로 해야할 일은 하지 못한다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로 아프다는 핑계를 하는 건 초중등 때나 한다. 고등만 되어도 꺼린다. 그런 한국인이 보기에 인니인들은 자주 아프다. 아파서 결근하는 경우가 잦다. 배우자가 아파서 결근하기도 하고, 애가, 부모가, 친척이 아파서 결근을 하기도 한다. 꾀병인 경우도 많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10여년 살면서 지켜보기에, 인니인들이 자주 아프긴 하다. 위생 상태나 식습관, 의료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한국인에 비해 아주 빈번하진 않다. 한국인도 어차피 사람인데 안아플 수 없다. 한 군데도 안아픈 상태가 오히려 드물다. 자잘하게 ..

비훈 Bihun (쌀국수) 으로 만든 김치라면과 잡채

한국 음식들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별별 제품이 다 출시되고 있다. 인니 쌀국수인 비훈 Bihun 을 이용한 김치라면과 잡채가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다. 예전에 비훈 볶음면을 시도해보고 포스팅한 적 있다. (https://choon666.tistory.com/1564) 식감도 그렇고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한국 스타일 제품들도 시식해보진 않았다. 원래 비훈 라면 제품의 원조.

공정함을 가장한 편파

1. 부자 부모가 자식 미국 유학 뒷바라지를 대줬다. 2. 노점을 하는 부모가 자식 미국 유학 뒷바라지를 해줬다. 자식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 1번은 자식이 갈만한 형편이니까 간 거고, 2번은 자식이 부모 등골 빼먹은 게 되겠지만 부모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 1번은 부모 찬스라 욕하고, 2번은 훌륭한 부모라고 칭찬한다. 둘 다 부모 찬스다. 부자의 돈이나 가난한 사람의 돈이나 돈은 똑같다. 둘 다 부모 덕 본 거다. 1번에는 분노하면서, 2번은 괜찮다고 하는 건 공정이 아니다. 그런 공정은 정의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것에 대한 불만일 뿐이다.

단상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