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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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고 뭐고 재래시장 싫을 수도 있지 뭐

재래시장은 흥정이 기본이다.단골이나 흥정 잘하는 사람에게 싸게 파는 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비싸게 받아서 충당해야 한다.그게 당연한 구조다. 재래시장은 그러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 간보는 것도 당연하고, 만만하면 차별하는 게 당연하다나쁘다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구조고, 그래서 그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재래시장 상인들에겐 그게 그냥 당연한 거다.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거고 써붙인 가격이 원래 가격이고, 그보다 싸게 팔아서 손해 보는 건 장사꾼 마음이다?싸게 팔면 손해고 비싸게 팔면 이득인 건 장사가 아니다.싸게 팔아도 이득이어야 하고, 비싸게 팔면 큰 이득인 게 장사다.재고 떨이가 아닌 이상, 손해보고 팔 이유가 없다. 안팔고 말지.써붙인 가격은 원래 가격이 아니고, 비싸게 파는 가격일 뿐이다..

단상 2024.10.02

흙을 밟을 일이 없으니 구두닦이가 사라졌다

아주 예전엔 구두닦이가 그리 드물지 않았다.비교적 최근까지도 구두 수선점이란 이름의 조그마한 가건물이 길가에 드문드문 있었다.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인건비 상승, 저렴하고 품질 좋은 기성화의 보편화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길이 좋아졌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싶다.어디 잘못 밟아서 망가질 일도 적고, 흙길이 없다 보니 먼지나 진흙으로 심각하게 더러워질 일도 거의 없어서 급히 구두를 닦아야 할 경우가 없는 거다.

단상 2024.09.29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무시한 죄

맞선임이 군복 다려주고 군화 불광내주는 전통이 있었다.정말로 괜찮으니, 해주지 말라고 했다.군인은 뭔 짓을 해도 군인일 뿐이고, 군복도 뭔 짓을 해도 군복일 뿐이다.어떻게든 꾸며 보려는 게 너무 찌질하게 느껴졌다.다리지 않은 군복, 구둣솔로 슥슥 문지른 군화 신고 첫 휴가 나갔고, 집에 가자마자 벗어 던졌다.정말 괜찮냐고 몇 번 더 물어보던 맞선임의 표정이 기억난다.안해줘도 되니 좋다는 표정은 분명히 아니었다.내가 얼마나 재수없었을까. 맞후임에게도 마찬가지였다.무슨 짓을 해도 군바라리고. 나도 그냥 나갔다고 했다.내가 얼마나 괴상한 놈으로 보였을까. 허접쓰레기 하찮은 거라도, 누군가에겐 엄청 대단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그걸 하찮게 취급했으니, 얼마나 재수없었을까.하지만 난 도저히 그걸 참을 수 없었다. ..

단상 2024.09.26

Shin Ramyun Spicy Chiken 치킨 신라면

닭육수 베이스 신라면. 1,600원 정도.멀쩡히 잘 팔리는 라면을 닭육수 버전으로 냈다는 건 무슬림을 타겟으로 잡았다는 의미일테니, 당연히 할랄 Halal (이슬람 교리 상 허용) 마크가 찍혀 있다.그 옆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찍혀 있지만 포장지엔 태국 문자가 가득한 것으로 보아, 중국이나 태국 공장에서 제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 농심에서 제조했다고 찍혀 있는데... 어째 곧이 곧대로 믿어지지 않는다.그 농심이? 제조 비용 쎈 한국에서 만들었다고? 전세계에 뿌리는 신라면 대부분이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데?뭐 딱히 중요하진 않은 문제다. 신라면 오리지널과 같이 스프는 두 개.근데 뜬금없이 일본어가 찍혀있다.포장지는 태국어, 스프는 일본어. 멋진 혼종이다.건더기 스프는 콩고기 알, 당근과 시금치 비스..

고작 노력 따위로 성공할 수 있다니

열심히 살아서 성공한 사람 한두 명 볼 적에,열심히 살았는데 실패한 사람은 수두룩하게 봤다. 실패해도 끊임없이 도전해서 결국 성공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실해해도 끊임없이 도전해서 주변 사람까지 다 거덜낸 사람이 훨씬 흔하다. 복권을 사지 않는 사람은 당첨될 수 없듯,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맞는 말이다.그 잘난 성공이 복권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세상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닌가.고작 노력 따위로 성공할 수 있다니. 운이 드럽게 좋으면 노력 안해도 성공할 수 있지만,운이 나쁘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

단상 2024.09.19

Nissin Irvins Salted Egg 볶음면

그럴듯한 포장 디자인, 실패 거의 없는 가성비 브랜드 닛신, 달걀 엄청 좋아하는 취향이 겹쳐서 샀다.가격은 600원 가량.사전 지식 없이 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어빈스 Irvins 가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생선 껍질 튀김 브랜드라고 한다.생선 껍질 튀김이라니... 알았다면 안샀을듯. 베이스 시즈닝, 향미유, Salted Egg 토핑면은 납작면이다. 맛있다.비린내 우려했는데 전혀 없다.살짝 태운 명태포의 훈연향 비슷한 향이 은은하게 나는데 Salted Egg의 감칠맛과 기가막히게 잘 어울린다.이런 식으로 맛있을 수도 있구나 감탄했다.약간 짠편이지만 감칠맛이 워낙 좋아서 덮어진다. 5점 만점에 5점오랜만에 일부러라도 살만한 베스트 제품이 추가됐다.호불호 '거의' 없을 맛이니 추천.기회가 되면 어빈스 생선 껍..

뭘 자꾸 끄적이는 이유

내 안에 있을 적엔 분리할 수 없었던 것이 글로 쓰면 분리가 됩니다. 내 안의 것을 보다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다보면 생각도 정리됩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 속의 나는 절반 쯤은 나고, 나머지는 남입니다. 글 속의 인간 군상,기쁨, 슬픔, 분노, 실망은 내게는 특별하지만, 세상 널리고 널린 흔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지우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스스로 대견한 부분입니다. 지워도 좋고, 강조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나는 들여다봤고, 그렇다는 걸 압니다.글을 마치면 한결 낫습니다.상황은 해결된 것 없지만, 있지도 않은데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은 정리가 됐습니다. 마침내 남들도 볼 수 있게 ..

단상 2024.09.12

Mama Suka Mie Hot Lava 한국 매운 라면

무려 '뜨거운 용암 라면'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한국식 매운 볶음면 제품이다.이미 인니에서는 고유명사처럼 된 불닭 Buldak 맛이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89g에 가격은 약 700원 가량으로 중고가 제품군에 속한다. Mama Suka는 청정원으로 알려진 대상의 인니 법인'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PT. Daesang Food Indonesia의 식품 브랜드다. (https://choon666.tistory.com/1862참조)한국 대상의 인니 법인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건 이 브랜드의 한류를 표방해서 출시한 제품들 맛이 한국맛과 상당히 동떨어졌기 때문이다.한국인이 맛 봤다면 출시에 반대했을 정도라서, 혹시 이름만 대상이고 한국인 직원은 아예 없는 건지, 한국인 입맛은 배제하고 철저한 현지화를 목표료 경영하..

인색함은 그저 성격일 뿐

돈이 아주 많은 분이 있었습니다.서울에 아파트도 몇 채 있고, 인니에도 아주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연세도 있으셔서 호화롭게는 아니더라도 풍족하게 정도는 평생 써도 다 못쓸 정도는 됩니다. 직원더러 첫 월급턱 내라고 했을 적엔 그냥 농담인 줄 알았어요.그런데 십여 명이 회식하고 집에 가려고 차를 탔다가, 50만 원이 나온 영수증을 보더니 다시 식당에 들어가 서비스를 달라고 눙치는 걸 보고 그게 농담이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직원이 조촐하게 턱을 냈는데, 참 호기롭게 시키시더라고요. 괜히 현지인 직원 몇 명을 지적하며 일 못한다고 하시더라고요.가만 보니 그 직원들은 월급이 크게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운전기사가 근면하고 성실하다고 늘 칭찬하십니다.월급이 오른 후부터는 맘에 안든다고 종종 그러시..

단상 2024.09.05

책임 회피의 달인 - 어느 현지인 직원의 생존법

인니에 있는 한국 제조 업체 A사에는 얀띠라는 현지인 직원이 있었다. 영업부 고참 직원인 얀띠는 A사에서 가장 오래 일한 직원이었고, 그런 그녀에 대한 사장의 신뢰는 매우 두터웠다. 회사의 모든 사정을 얀띠를 통해 들었고, 모든 영업 관련 업무들이 얀띠를 통해 진행되도록 했다.하지만, 얀띠는 사실 사장의 신뢰를 이용해 자신이 잘못한 일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빠져나가는데 능했다. 어쩌다 한 번씩이라면 어느 회사에나 있는 흔한 케이스겠지만, 얀띠는 잘못을 매우 자주 저지른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A사의 업무 진행과 의사 소통이 대부분 구두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A사 사장은 기억에 의존하고 말로 지시하는 주먹구구식 스타일로 회사를 운영했다.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