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어떻게 될지 아무 말 안해주는 건 호의일 수도 있다.

명랑쾌활 2017. 10. 11. 11:36

신입이 들어왔다.

3개월 수습 후, 적합 판정시 정식 채용 조건이다.

(참고로, 인턴이나 수습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후려치진 않는다.)

이미 알고 있다, 부적합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걸.

게다가, 만성 적자 구조라 1~2년 내에 폐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회사다.

설령 폐업하지 않더라도 별 좋을 꼴 못보고 회사 나가게 될 확률이 높다.

회사 처우가 열악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 받을 확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고 하면, 사람 일을 어떻게 아냐고 항변하겠지만, 이건 인생에 대한 예지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대한 예측을 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변수가 많아서다.

작은 회사 규모로 한정한다면 변수가 그리 많지 않다.

사장이나 임원들 성격, 회사 전망, 자금 사정, 신입 뽑은 이유, 신입이 맡게될 업무, 회사에서의 태도 등을 보면 대략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미리 알려줘서 대비를 하게 했으면 좋겠지만, 말단 신입사원 수준이 대비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시간 낭비를 그만 두고 다른 길 찾는 게 현명한 대응이겠지만, 내가 알려줌으로써 신입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의도나 진실과는 별개의 문제다.

겪고 스스로 느껴 하게 된 사태 파악과 들어서 납득한 상황 인식은 차이가 있다.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포기한 선택지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평생 해소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도 깨닫고, 선택하는 게 옳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그냥 아무 말 안해주는 건 때로 호의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