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시사

공채와 비정규직 전환자 대우 차별

명랑쾌활 2017. 8. 31. 10:45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로, 남들 공부할 때 놀고서는 같은 정규직 대우를 받는 건 불공평하다는 논리를 든다.

좀 도가 지나친 억지라고 생각한다.

인생 70년 중 고작 10여년 성실한 걸 근거로 나머지 40여년을 판가름하는 셈이다.

학생 때 공부 열심히 한 건 회사 입사 이전의 일이다.

공부 열심히 하면 명문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보상이다.

명문대 출신이 취업에 더 유리하고, 보다 중요한 직책과 높은 직급에 오르기 유리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회사의 급여와 대우는 입사 전의 성실함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엄연히 회사 업무에 대한 대가다.

동일 회사에 공채로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동일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전환자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건 공평하지 않다.

회사의 대우는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명문대에 공채 출신보다 고졸이 실무 전반을 더 잘 처리한다면, 당연히 대우도 더 좋아야 한다.
공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우가 더 좋다면, 그건 계급주의일 뿐이다.

공채는 공개채용에서 같은 응시자끼리 경쟁해서 뽑힌 사람이다.

어렵게 들어온 건 맞지만. 그 사람의 우수함은 같이 경쟁했던 응시자들 사이에 한정될 뿐이다.

그 경쟁 평가의 기준마저도 회사 업무를 잘 수행할 것인지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삼성의 적성평가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든 평가 기준이지만, 그 시험을 통과해서 입사한 직원들 중에 1년도 안되어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삼성의 적성평가가 정확하다면, 도중퇴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애초에 걸러져야 맞다.

그렇지 않다는 건, 삼성의 적성평가마저도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공채 출신보다 공채를 거쳐 들어온 직원이 우수할 것이라는 보장 따위는 전혀 없다.


이런 가운데 공채 정규직의 우대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다.

잘라 말해, 공채에 대한 우대는 사회 전반에 만연된 인간 서열화 계급주의에서 비롯된 착각일 뿐이다.
어렵게 입사했다는 건 팩트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의 근거가 아니다.
더군다나, 우대의 방법이 자신들에 대한 추가 우대가 아니라, 비공채 출신에 대한 차별을 통한 우대라니, 고약하기 짝이 없다.
자유민이 누리는 자유를 보다 값지게 하기 위해 노예의 자유를 구속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