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두는데 물에 담그질 않더군요.
설겆이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물에 담근 그릇과 아닌 그릇은 힘들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밥 먹은 그릇이 그렇지요.
두어번 슥 문지르면 될 걸 열 번 넘게 박박 문대야 합니다.
반면에 라면 등 기름기가 묻은 그릇은 물에 담그지 않던가, 넘쳐서 바깥면에 기름기가 묻지 않을 정도만 물을 담으면 좋구요.
기름기는 잘 닦였는지 식별이 잘 안되기 때문에 꼼꼼히 닦아야 하는데, 여기저기 다 묻혀버리면 더 힘들어지니까요.
그런데 그거 깜빡 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우물에서 물 길어다 하라는 것도 아니고, 싱크대에 그릇 두면서 수도꼭지만 잠깐 틀면 되는데도 말이죠.
집에 들어오면 양말을 벗어서 아무데나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통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들이 그렇지만, 여자들 중에도 그런 사람 있다고 들었습니다.)
책상 위, 거실 구석, 식탁 밑 등등 장소도 일정하지 않은데, '양말을 벗어서 놓는다'라는 '행동 자체'를 인식 못하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사람이 회사 기숙사에 살던 시절에는 정리 강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방을 썼고, 양말도 빨래통에 잘 두었다는 겁니다.
설겆이할 그릇을 물에 담그지 않거나, 양말을 벗어서 아무데나 두면 집안일 하는 사람에게는 꽤 큰 스트레스입니다.
어렵거나 힘든 일도 아닌데 하지 않는 무성의가 괘씸하거든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아무렇게나 두는 사람은 '뭐 그럴수도 있는 건데, 뭘 그리 오버를 하나~'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의 골이 커집니다.
잘났다는듯이 주저리 주저리 글을 적는 나 역시 그럴 겁니다.
인지 자체를 못하니 기억에 없고, 기억에 없으니 나는 그렇지 않은 걸로 착각하기 쉬울 뿐이죠.
약간의 배려와 생각만 해도 다툼이 크게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항상 깨어있으려는 노력이 습관화 되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