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힙합은 중2병의 예술적 승화

명랑쾌활 2017. 6. 2. 11:22

예전엔 힙합 장르를 좋아했는데, 몇 년 전부터 시들하다.

물론 가끔 좋은 곡들도 있지만, 예전처럼 거의 모든 힙합 노래들을 좋아하고 찾아 듣고 하지는 않는다.

뭐 그러려니,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은 안했다.

사람 살다보면 취향도 바뀌는 법이고, 오히려 평생 취향이 안바뀌는 사람이 더 특이한 거니까.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힙합 노래들의 공통점을 문득 깨닫게 되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요즘 들어 내가 좋아하는 힙합 노래들은 보통 '난 양아치 쓰레기야' 내지는, '너나 나나 별 거 아냐' 같은 내용이다.

실제로도 내 스스로 별 거 아닌 존재라는 걸 깨달았던 즈음부터 그러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보통 힙합은 '난 졸라 짱 멋지고, 니들은 다 좆밥이야~'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리스풱! 도 있긴 하지만, 사실 존경이라는 것도 그냥 존경이 아니라 '이렇게 짱 멋진 내가 아무나 존경 안하는 데, 저 사람 정도면 존경 해줄만 하지' 같은 느낌이다.

존경마저도 그 대상이 아니라, 자기 멋부리는 존경이란 얘기다. (그러니, 자기가 그에 대해 존경했던 부분이 변하면, 언제든 사정없이 디스를 한다.)

그런 힙합이나, 그런 힙합퍼들이 소위 말하는 스웩~, 그리고 그 몸동작이나 말버릇, 번쩍번쩍한 장신구를 두른 행색을 보면 손발이 오글거린다.

뭐랄까... 중2병 걸린 청소년이 자아도취에 빠져 별 조또 아닌 걸 대단하다는 듯이 으시댈 때 느끼는 감정이랄까.

그러고 보니, 힙합은 중2병이 예술적 승화된 장르가 아닌가 싶다.


아,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폄하하는 내용이 기분 나쁜 건 당연한 감정이다.

힙합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좋은 노래 듣듯 듣는 '일반인'의 힙합에 대한 느낌이라고, 이 글이 기분 나쁜 분들은 양해하시길 바란다.

'아, 뭐 저런 놈도 있구나~' 하고.

다시 말하지만,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를 폄하하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곡도 많다.

...그러고 보니, 나 지금 내가 안좋아하는 곡들 '디스'하고 있는 건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