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지딴에는 본의 아니게 약속시간을 번번히 어기는 사람

명랑쾌활 2017. 6. 21. 13:00

'지딴에는 본의 아니게' 약속시간을 습관적으로 어기는 사람은 두 종류로 분류해봤습니다.

 

1. 늦는지 뻔히 알면서도 눈 앞의 일을 놓지 못해서 제 시간에 출발을 못하는 부류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기적인 것과는 약간 다름)이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다르게 말하면 현재에 충실한 성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나중에 벌어질 일보다는 당장 눈 앞의 일에 신경이 더 쓰이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요.이렇든 저렇든 어쨌든 계획성이 부족한 겁니다.약속 지키는 사람은 할 일 없어서 약속 지키는 거 아니지요.재미있는 건, 이런 사람 중에 주변에 인기가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현재에 충실하다는 건, 지금 같이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다음 약속이 돼있는 사람이 피해를 보겠지만요.

 

2. '아무 문제 없을 경우' 도착할 시간을 계산해서, 딱 그 시간에 출발하는 부류

1번 부류보다 좀더 고약한 사람들이죠.이런 부류는 대부분 늦어도 미안하다는 감정보다는, 다른 이유를 탓하면서 자기는 잘못 없다는 합리화를 잘합니다.(1번 부류는 최소한 미안해는 합니다.)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전혀 사실 전혀 미안해 하지 않습니다.차가 밀린 탓, 지하철이 늦게 온 탓, 오늘따라 사람이 붐빈 탓을 합니다.반성이 없기 때문에 고쳐지지도 않고, 미안해하지 않으니 얄미운 부류입니다.
3.

하지만, 가장 질 나쁜 부류는 1번과 2번 둘 다에 해당하는 부류입니다.

약속시간에 30분에서 1시간 늦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아주 고약한 게, 교통체증 등의 외부적 요인뿐 만 아니라,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게 한 눈 앞의 일들 탓으로까지 돌립니다.

자기 행동 탓마저도 어쩔 수 없는 원인으로 돌리는 유체이탈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약속시간 늦는 걸 아무렇지 않게, 혹은 그다지 심각하진 않은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약속시간을 어기는 건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는 아주 심각한 무례예요.

뭐 그렇게 심하게 얘기할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 반론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생각해 보세요.

늦으면 본인에게 심각한 손실이 있는, 예를 들어 수능 시험이나 회사 면접, 비행기 출발 시간 등의 경우에도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하는지요.

평상시 약속시간에 늦는 건, 약속을 한 상대방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당신을 기다리느라 허비한 시간은,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사람 삶의 일부분입니다.

빚은 무시무시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갚을 수 없는 빚이 가장 무서운 겁니다.

자신의 삶이 중요한만큼 상대방의 삶을 존중해야 하는 건 마땅한 일입니다.

'아니 뭐 5분 10분 늦을 수도 있는 걸 뭘 그리 쪼잔하게 그러나' 라고 항변할 수도 있는데요, 틀린 얘긴 아닙니다.

문제는 그 5분, 10분 손해 보는 게 본인 시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남의 것으로 대범한 건, 대범한 게 아니라 뻔뻔한 겁니다.

 

 

* 참고로, 약속시간 늦을 게 이미 뻔한 상황에, 기다리는 사람에게 도착 예정시간보다 좀더 일찍 도착할 것처럼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게 '미안해서' 희망적인 (자기 회피의) 거짓을 말하는 건데, 어차피 뻔히 들통날 거짓말이고 상대방은 더 열받을 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두리뭉술한 거짓말을 하지요.

6시 20분쯤 도착할 걸 '6시 좀 넘어서'라거나, 7시 5분쯤 도착할 걸 '7시까지는 도착할 거'라거나.

이런 건 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경솔한 회피일 뿐입니다.

집에 엄마랑 둘 밖에 없는데 접시 깨놓고서, 엄마가 누가 그랬냐고 물으니 자긴 모르겠다고 엉겁결에 대답하는 어린애 수준의 뻔히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어차피 늦은 거 좀더 넉넉하게 도착 예정시간 말하고, 그보다 일찍 도착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거라 실천은 힘들겠지만, 노력은 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