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살다 보면 적도 만들 수 있는 거지 뭐.

명랑쾌활 2014. 10. 1. 08:51

요즘 '적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부각되고 있다.

처세에 대한 담론도 심심치 않다.

너무 얽매이지 말자.
겨울 좋다는 사람도 있고 싫다는 사람도 있고, 낮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밤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살다 보면 적을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불교에서는 삶의 고통을 여덟 가지 - 팔고 八苦 - 로 보았는데, 그 중 원증회고 怨憎會苦 가 있다.

싫은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하는 고통이다. (그 이상으로 가면 싫고 좋고는 다 마음에서 비롯 되었다느니 도 닦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넘어가자.)
싫은 사람과 지내는게, 세상 사는 큰 고통 여덟 가지 중 하나라 꼽힐 정도로 중하단 얘기다.

그러니 싫은 사람과 좋게 지내는걸 처세술책 몇 권 보는 걸로 이뤄질 정도로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자.

삶을 지키는데 꼭 필요하다면 감내할 수 밖에 없겠다.

하지만 굳이 불확실한 미래의 도움이나 보복이 두려워 현재를 괴롭게 지내지 말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잘해야 한다는 가정은 너무 피곤하고 계산적이지 않나?
상대방이 싫다는걸 분명히 하는게 오히려 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일수도 있다.
(남녀간의 구애가 그렇다. 연애도 결국 인간관계 아닌가)

적으로 삼고 괴롭히라는 뜻이 아니다.
그냥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싫지만 딱히 손해를 끼치진 않겠다고 선을 그어주면 더 좋다.

부작용은 있다.
나이와 인격이 비례하지 않듯,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적대감을 느끼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뭐 할 수 없는 일이다.

개가 싫지만 딱히 몽둥이로 팰 생각은 없는데, 개가 날 먼저 물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안물리게 나름 대비는 해야지.
적어도 그 대비가, 싫은 사람과 좋게 지내자고 노력하는 것 보다는 마음 편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