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1. 하찮음 경쟁

명랑쾌활 2014. 9. 26. 08:48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직급이 다른 두 직원 (예를 들어 대리와 과장) 사이에 반목이 심해서 둘 중 한 명을 잘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거의 대부분은 밑의 직급이 잘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얘기다.

그 이유가 부장이 과장보다 회사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회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하극상으로 인한 조직 위계 질서 붕괴 때문에 상위 직급의 편을 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나마 좀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은 본질이 아니다.

두 가지 시각 모두, 어느 쪽이 조직에 더 이익인가를 따지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에 중요한 인재다? 누가 더 회사에 유용하냐?

회사란 기본적으로, 직원 중 누군가가 없다고 망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사장 말고는 중요한 인재란 없다.

사장은 회사라는 '월드'의 창조주다.

회사의 모든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장 관점에서 보면 대리든 과장이든 부장이든 다 하찮다.

대리-과장 싸우면 과장이 더 중요해서 대리를 자르는게 아니다.

더 하찮은 직원을 자르는게 덜 귀찮아서다.

일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고, 근면성실한 직원은 사장도 인정하고 회사에서 성공한다는 생각도 순진한 착각이다.

아무리 일 잘하는 훌륭한 직원이라도, 그 직원 없다고 회사 망하는 일 없다는걸 누구나 알면서도, 사장 생각을 일반 직원 수준에서 역지사지 하기 때문에 그렇다.

창조주의 생각을 감히 피조물 따위가 인간의 레벨로 유추하는 꼴이다.

존재가 없어도 체계가 유지가 된다면, 결국 그 존재는 하찮은 거다.

 

자신의 하찮음을 알고 찌그러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둘 다 하찮은데, 하찮음 경쟁은 부질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평가 하다가 나락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직장상사가 아등바등 들이대는걸 심상하게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건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