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이런 일 저런 것

명랑쾌활 2010. 5. 12. 00:30
한국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생소한 것들 몇 가지.

인터넷 공사 왔을 때 일이다.
벽에 구멍을 뚫기 위해 드릴을 가져왔는데, 보다시피 코드가 없다.
콘센트에 저렇게 그냥 전선을 꼽아서 쓰더라.
물론 범용성 측면에서는 저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독특한 것만은 사실이다.

학교 가는 길의 좁은 골목에 매달린 전등.
가로등이라기 보다는 출입문 앞에 달린 전등일 뿐이다.
문제는 저 허술함이다.
가뜩이나 비도 많이 오고, 바람이 몰아 칠 때도 있는데, 그냥 처마 비스무리한 것 하나 만들고 그 밑에 떨렁 달아놨다.
잘 보일까 모르겠는데, 전등을 매단 전선에 그 흔한 검정 테이프 마감 처리도 안해서 구리선이 다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짓고 있는 아파트.
안전시설 따위는 없다.

작년에 있었던 지진으로 아파트 3층 복도가 약간 어긋났다.
그에 따라 바닥 타일이 맞물려 일어난 것을 수리하고 있는 것이다.
내진 설계 따위는 없다. ㅋㅋㅋ

그 때 당시 밖으로 쏟아져 나온 아파트 주민들.

철길 옆이라고 안전시설 따위는 없다.
그냥 알아서 조심할 뿐.

멋있으라고? 시원해서?
아니다. 지붕 위에 타면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도 탄다.
매년 몇 명 씩 감전사고로 사망해도 여전하다.
자못 위태롭게 가장자리에 발을 쭉 뻗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흔하다.

가끔 저렇게 떡하니 정차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지인들 중에 투덜거리거나 욕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냥 말 없이 기다릴 뿐이다.

싼 맛에 샀던 심플한 구조의 전기포트.
그럭저럭 쓸만 하긴 한데, 물 다 끓면 저절로 꺼지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
조심한다 했는데, 어느 날 까먹는 바람에 내부의 코일 부분이 녹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불 나서 푸닥거리 한 번 할 뻔 했다.
이런건 가격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 때문에라도 한국에서는 절대 시중에 팔지 않을 물건이다.
바이메탈 장치 어려운거 아니잖응가?


상식이란 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어처구니 없이 깨질 수 있는지 문득문득 느낄 수 있는 나날들이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괴리감이 크다.
한국같으면 너무너무너무 위험하다고 느낄 것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탈 없이 잘 돌아간다.
왜 저렇게 위험한 것들이 방치되고 있냐고?
당연히 비용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부주의로 생기는 사고에 대한 보호에는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보호받는 삶인지 새삼 느낀다.
그리고, 최저 생활비가 국가 별로 왜 틀릴 수 밖에 없는지도.
(한국에서 전기 포트 사려면 '최소한' 만 원은 줘야 하지만, 여기서는 3-4천원 짜리도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서는 '최소한' 안전장치가 있지만, 여긴 그딴 거 없어도 버젓이 팔 수 있고 팔리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안전장치가 있는 전기포트는 만 몇 천원 한다.)

내 생각에는, 어느 나라가 더 발전했고, 어느 나라가 뒤떨어졌는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그 나라 국민 한 사람의 목숨값이 얼마냐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 비하면, 참 속절없이 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제법 잘 사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