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하숙집 kos 풍경

명랑쾌활 2010. 5. 3. 19:47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들어선지는 고작 3년이 안됐다고 한다.
그 전에 여기서 살며 공부하던 외국인들은 예외없이 다들 꼬스에 살았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현지인 대학생들은 이 곳에서 살고, 나름 목적이 있는 외국인 학생들도 이 곳에 살고 있다.
대부분 목적은, 현지인과의 친목과 문화체험이지만, 가끔 경제적 문제라는 신선한 이유를 대는 학생들도 있다.
(일본 친구들 중에 많다.)
한 달에 대략 5~10만원 정도 차이 나는데 그렇다.
아, 물론 저 돈이 작은 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저 정도 돈의 차이로 감수해야 하는 생활의 불편 정도가 그리 작지 않기 때문이다.

차 한 대가 지나가면 나머지는 우루루 옆으로 붙어야 하는 너비의 골목, 이 양쪽에 있는 집들이 다 꼬스 아니면 하숙생 상대의 가게나 음식점들이다.
실제로 가끔 차가 지나간다.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는 길이 아닌 모양인지, 양쪽 방향 진행 다 봤다.
그래도 차 두 대가 서로 맞닥뜨리는 상황은 아직 못봤다. 어떨까 궁금하다.

왼쪽에 자세히 보면 LG로고의 에어컨이 보인다.
가전은 LG가 꽉 잡고 있다고 한다.

이정도 너비의 길에도 과속 방지턱이 있다.
놀랍다. 없으면 존나게 달리나 보다.
과속 방지턱은 인니어로 Polisi Tidur인데, 직역하면 잠자는 경찰이라는 뜻.

한국에는 베트남식 지게로 많이 알려진 삐꿀란을 메고 음식을 팔고 다니는 행상.
그로박이라는 작은 포장마차식 수레를 끌고 다니는 행상부터, 애기 업듯 보따리를 등에 걸머지고 물건을 팔고 다니는 아줌마까지, 각종 행상들이 심심찮게 지나다닌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최고급으로 날렸을 하숙집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데뽁지역도 술 판매에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 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많은 외국인과 현지인 학생들이 마당에 모여,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곤 했다고 한다.
다른건 몰라도 그건 부럽다.

친구가 살고 있는 꼬스 입구

2층 거실 전경.
1층은 여학생들이 사는 곳이라 기웃거릴 수가 없었다.
왼편에 보이는 저 허리 높이의 냉장고는 공동으로 사용한다.
자기 것이 아니면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복도 여기 저기.

방문

마침 빈 방이 있어서 내부를 찍어 봤다.
제법 깔끔한 편인데, 사생활은 절대 보장 못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서 꼬스의 시세가 오히려 더 뛰었다고 한다.
여기 몇 년 산 친구의 말인 즉슨, 아파트가 그 가격을 받는다면 내 꼬스는 그 가격 못 받을 이유가 뭐 있어?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꼬스들 끼리 경쟁할 때는 가격을 올리지 못했지만, 새로 들어선 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받자, 서슴없이 편승했다는 얘기다.
아파트가 꼬스 하숙생들을 모두 수용할 규모도 아니고 여전히 꼬스의 수요는 있게 마련인데, 결국 피해자는 원래 꼬스에 사는 학생들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시세는 이제 올라서 그럭저럭 자리를 잡았고, 다시 내려갈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생각인데, 이곳의 시장원리는 아직까지 희소성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다기 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한국같으면, 다른 곳에 대안이 없으면 손님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자연스럽게 가격을 올려받는데, 이 곳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