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이곳 저곳

명랑쾌활 2010. 5. 15. 22:20
어지간한 건물엔 이처럼 회랑(인니어로는 Koridor 코리도르)이 있다.
강한 볕에 건물 벽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기 위해서 일듯.
너비가 그나지 넓지 않은 이유는 해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

오전의 도로.
막히는 쪽이 자카르타 방면이다.
이런 건 서울 주변 도시나 여기나 비슷하다.

당연히 요건 오후의 도로 모습.
막히는 쪽은 자카르타 반대 방면, 즉 보고르 방면.
보고르 역시 상당히 발전된 도시인데, 자카르타와 보고르 사이의 도로 중 가장 괜찮은 도로가 이 마르곤다 거리다.
차선 따위는 그다지 상관없다.
사진 정가운데에 보면 떡하니 서있는 저 검은 바지 형광 윗두리의 사람이 경찰인데, 그딴건 적발하지 않는다.
그저 안전띠 안맨 만만한 차 잡아서 용돈 벌이나 한다고나 할까...

아파트 길 건너편에서 자카르타 방향을 보고 찍은 사진.
보행자 길이라고 볼 수 있는 길이다.
이마저도 밀릴 때는 앙꼿 Angkot이 그냥 마구 올라다닌다.
앙꼿은 바로 윗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이는 파란색의 봉고차 비슷한 대중교통 수단.
오토바이와 함께 교통체증의 주범이다.

작년, 이곳에 왔을 당시에 이렇게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하기 전의 이 부분엔 두 사람 반 어깨 넓이 정도의 보행자 통로 비슷한 것이 있었고, 이런 저런 구조물들이 있었다.
그래서 보행자 통로를 더 넓히는 공사를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요딴 식으로 한 사람 다니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민망한 너비의 부분을 보행자 통로랍시고 만든 시늉이나 해 두고, 나머지는 애매모호한 도로를 만들어 버렸다.
딱 봐도 구조가, 여차하면 눈치껏 차도로 써라 하는 구조 아닌가?
저 같잖은 보행자 통로를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눈치껏 차량이나 오토바이 조심해 가면서 서로 섞여서 쓴다.

한참 차량이 많을 때의 도로 모습.
보다시피 거의 점령이다.
그나마 저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어서 보행 공간이 확보된 거다.
저거 없었으면 옆으로 오토바이 한 두 열 정도 더 생겼을 거다.
이 모양인 관계로 차량 진행에 순방향으로 걸을 때는, 절대 급격한 좌우 이동은 금물이다.
똑바로 걸어야 한다.
바로 한 발짝 옆으로 오토바이들이 훽훽 지나간다.
돌발 상황에 대한 예측 대처를 위한 안전거리 따위는 없다.

인니의 중앙차선은 예외없이 물리적인 중앙분리대(Pembatas 쁨바타스)로 되어 있다.
황색 실선, 황색 점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양방향 통행의 작은 도로 같은 경우, 가운데에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마저도 없을 때도 있다.), 이건 절대 중앙선이 아니다.
그냥 이쯤이 길의 중간이라는 기준 정도다.
따라서 위 사진을 보다시피 유턴 구간이 간혹 있는데, 좌측에 보이는 교통차단물과 쇠사슬로 막았다가 열었다가 한다.
폐쇄와 개방에 정확한 시간은 없고, 그냥 담당하는 교통경찰 맘이다. ㅋㅋ

저런 교통체계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물리적인 강제가 과연 국민의 준법에 도움이 될까?
물리적인 중앙분리대로 인해, 인니에서는 불법 유턴이란 있을 수가 없게 됐다.
하지만 이건 역으로 말하자면, 중앙분리대가 없는 곳은 얼마든지 유턴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 말아야 할 곳은 정부가 막아 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일히 중앙분리대라니, 이게 무슨 낭비인가?
그냥 황색으로 줄을 긋고 다들 지키면 간단할 일이다.
정말 급한 사람은 비록 불법이지만 바로 유턴할 수도 있고.
이에 선행되어야 할 건, 물론 시민의식이다.
시민의식은 단시일 내에 형성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저렇게 물리적인 중앙분리대로 막는다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다.
자발적으로 지킬 만 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그저 타성으로 강제될 뿐이다.

요즘 한국 돌아가는 꼴 보면, 국민을 무슨 계도하고 이끌어야 할 후진국 백성으로 보는 듯하다.
사람 모이지 못하게 막는다고, 생각하는 거 막을 수 없고, 떠도는 말들 막을 순 없다.
컴퓨터 게임 못하게 법으로 때려 막는다고 그 애들이 못하게 된 시간 만큼 공부할 것도 아니다.
폭력, 음란물 규제 혹독하게 한다고 국민이 성스러워 질 것도 아니란 얘기다.
나라 자체가 건전하다면 그런 비생산적인 행위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마련이다.

국민은 이미 21세기에 들어섰는데, 정치는 아직도 20세기 중반이다.
다른 사례와는 달리,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성장통은 정치 청렴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소득 3만불 찍으면 선진국 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다.
한 명이 290만불 벌고, 나머지 99명이 천 불씩 벌어서 평균 3만불이 그게 어디 선진국인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 한국 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직 50년은 멀었다.
하긴 분배, 평등 얘기하면 빨갱이로 몰리는 나라에서 뭔 소리를 하리.
비록 물리적 중앙분리대는 없지만, 한국은 아직도 국민을 물리적 장치로 계도하려는 후진 정치의 나라다.

앙꼿을 타고 가면서 찍은 사진.
한국의 시선으로 보면 지저분하고 어수선하겠지만, 저렇게 다글다글 늘어서서 다들 어떻게든 먹고 산다.
아직 후진국이어서 그렇다?
먹고 사는데 선진국 후진국이 어디 있나.
열심히 일해서 벌어 먹으면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한다.

데뽁 이민국 앞 도랑.
1.5 미터 정도의 깊이인데, 평소에는 한 30센티 정도 깊이로 흐르다가, 가끔 비가 안왔는데도 저 정도로 물이 찰 때도 있다.
(이 때는 비가 약간 왔었다.)
보고르의 지대가 높은데, 거기에 비가 오면 중류 정도 되는 데뽁에 물이 이렇게 불어나는 거다.
그나마 데뽁도 지대가 높은 편이라 이 정도고, 더 하류인 자카르타 일단의 지역은 비 한 방울 없이 쨍쨍한데 홍수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