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2010 상반기 BIPA 졸업식

명랑쾌활 2010. 5. 9. 18:50
두 번째로 맞는 졸업식이다.
(정확하게는 초급과 중급은 수료식, 상급이 졸업식이겠다.)
초급 때와 별 다를 건 없었다.
조금 더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과, 발표되는 말들을 좀 더 많이 알아듣게 됐다는 것 정도?

상급 졸업, 즉, BIPA의 전 과정을 수료했다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이다.
난이도는 물론이고, 수료자에게는 인도네시아의 서울대라 할 수 있는 UI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아, 물론 전 과목 C 이상에 교수 추천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수상자 뿐만이 아니라, 전부 단상에 올라가 졸업 메달을 수여받는 순서가 있다.

초급반 성적우수자 시상식
1, 3 등은 일본인, 2 등은 한국인이 수상하게 되어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초급반 한국인 비율이 80% 정도 되는 데다가, 이번 학기엔 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학과에서 대거 어학연수를 온 상황인데, 참으로 아름다운 수상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나마도 졸업식장에 잘 보이지도 않더라.

중급반 성적우수자 시상식
1등 채형신, 2등 유토, 3등 박지현
이변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1등을 하지 않을까 모두 예상했던 미쯔비시의 유토를 제치고 채형신 씨가 1등을 한 것이다.
(역대로 미쯔비시 직원이 다니는 과정은 그들이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3등부터 호명하는데, 2등에 유토가 호명되자 분위기가  약간 술렁거릴 정도였다.
참고로 채형신 씨는 초급 때 등수에 들지 못했었다.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되어 더욱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다.
3등의 박지현 씨는 초급 때 2등이었다.
과거, 인니에 몇 년 간 거주한 경험도 있고 하여 초급 2등 수상은 그냥 기본 실력 덕이려니 했는데, 인정해 마땅한 결과를 보여줬다.
중급 과정 수상은 기본 실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급반 성적우수자 시상식
1등은 일본인, 2, 3등은 한국인.
All A가 아니면 수상후보에 명함도 못 내미는 초,중급에 비해, 고급은 A-나 B+ 하나 정도는 받아도 노릴만 하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1등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저번 졸업식과는 달리 충분히 나아진 성적표다.
저번 졸업식 때는 재학생 한국인 비율에 비해 수상 실적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저번 졸업식 때는 없었던, 고급반 작문 우수자 시상식.
가운데의 전통복장 차림을 한 일본 주부같은 경우 3편인가 4편인가의 작문이 시상 대상이 되었다.
(물론 상은 1인당 하나다.)
그로 미루어 볼 때, 고급 과정에서는 작문 과제가 많은 모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축하공연 중 앙끌룽 Angklung 공연.
앙끌룽은 대나무로 만든 인니 전통 악기의 이름이며, 동시에 그 전통 악기가 포함된 단체 연주를 뜻하기도 한다.
전통 앙끌룽은 한국의 오음계인 궁상각치우와 같지만 20세기에 들어서 서양식 7음계의 앙끌룽이 개량되어 현재 주를 이루고 있다.
7음계로 계량된 만큼, 최신 가요라던가 유명한 팝 등을 레퍼토리로 하는 현대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 날 공연한 곡은 세 곡으로 두 곡은 최신 인니 가요, 한 곡은 ' Fly to the Moon' 이었다.

상당한 재주와 쇼맨쉽을 가진 고급반의 한국 친구.
저번 졸업식 공연 때에도 세 번째 곡에 나와서 멋들어진 독창을 하더니, 이번에도 한 곡 멋지게 불렀다.
이 친구가 과외한다고 하면 평소 시세보다 20~30% 싸게 해 줄 수 있다는 여학생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ㅋㅋㅋ

다만 흠이라면 퍼포먼스를 무대에 한정짓지 않는다는 것 정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친한 친구들 데려다 무대에서 개인 사진 찍는 퍼포먼스는 보이지 않았다.
군대 다닐 때, 갈굼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의 별 쑈를 해가며 흥을 돋궜던 내 경험을 토대로 한 짐작이 맞다면, 저 친구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남의 시선에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일 것이다.
(신화의 전진이 예능 활동할 때와 같다고 보면 된다. 잘 모르겠으면 기사 찾아보길.)
내 생각이 맞다면, 모쪼록 잘 정립하길 바란다.
보이는 외면과 내면과의 괴리로 인해, 어떤 사건에 의해 한 순간에 훅 가서 아주 냉소적인 성격이 될 수 있다.
(반은 내 얘기다. -ㅂ-;)

가물란 Gamulan 공연.(철자가 맞던가...)
금속악기가 주를 이루는 인니(정확하게는 Jawa족)의 전통 합주 공연이다.
곡 역시 전통적인 곡들로, 인니 살던 초창기에는 박자나 규칙성을 찾기 힘들어서 지루했었는데, 이번 공연에 들어보니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다음 과정 때는 가물란을 배워볼까 고민 중.

전통 춤 공연.
무슨 춤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하는 양식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의 부채춤처럼 부채의 형을 살리는데 보다는, 접었다 쫙 폈을 때의 변화와 소리에 중점을 두는 듯했다.

재미있는 것은, 앙끌룽은 젊은 한국인이 전부이고, 가물란과 전통춤은 일본인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현대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국 젊은 친구들의 성향과, 그 나라의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의 성향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단순히 이 졸업식 공연만 보고 추측한다기 보다, 평소에 얘기를 나눠 봤을 때도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한국 학생들이 타국 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데, 특별활동 참가율은 더 적다는 것.
뭐 그냥 그렇다는 거다.

고급반 졸업생들의 합창
...합창이 그냥 다같이 노래 부른다고 다 합창이 아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뭐, 따로 연습할 시간이 없었을 테니... ㅋㅋㅋ
그나마 가사를 외워 부르던 전면 몇몇 분들의 정성에 박수를 보낸다.

수준급 성악 실력으로 장내를 감탄하게 했던 졸업생 중 한 분.
한국 주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저번 졸업식에 이어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은 음식들.
(다만 볶음밥은 실망이었다.)
두 번째 사진 3시 위치 쯤에 놓인 음식은 소고기 불고기와 비슷한데, 뭔가 묘한 향이 어긋나 약간 별로 였다.
아예 다른 모양, 다른 요리면 그럭 저럭인데, 비슷해버리면 머리 속에서 저절로 비교하게 되어, 그 맛과 어긋나는 부분 때문에 더 맛 없게 느껴진다.
한국의 소고기 불고기와 비교해서 못마땅하다는 것일 뿐, 저 음식 자체로는 괜찮았다.
새우튀김은... 그냥 튀김옷 맛이었다.

우측이 중급반 수석 채형신 씨.

우측이 중급반 3위 수상자 박지현 씨.
원래 인터넷에 사진 공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자기도 못 알아볼 얼굴이라 괜찮다고 허락했다. ㅋㅋ
(사회를 맡은 관계로 인니 전통 화장을 해야 한다고 얼굴을 저 모양으로 색칠해놨다. 원판은 예쁜 아가씨.)
가운데는 이번에도 순위에 들지 않을까 예상되었던, 초급 때 3위 수상자 야마지.
아마도 혜성처럼 등장한 채형신 씨에 밀려 4위에 랭크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실력도 좋고 평소 노력도 많이 한다.
가물란과 전통 춤 등 평소에도 인니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은 20대 초반 일본 아가씨다.
역시 그 공연 때문에 얼굴을 저 모양으로 색칠 당했다.

초급 때 문법을 가르친 이래로, 좋은 수업에 감사한 마음이 많은 강사 Ibu Lia 리아.
BIPA 강사 계의 차기 선두주자다.


BIPA 총 재학생 중 한국인 129명, 일본인 29명, 그 밖에 터키,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 호주, 몽고, 중국 등등 합쳐서 대강 20 명 정도.
BIPA는 이제 명실공히 BIPA Korea 학원이 됐다.
3년 전에는 일본인이 총 재학생 중 50 %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보다 많았다고 하니, 참으로 급격한 변화다.
그에 따른 위상도 정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
그에 관해서는 이전에 약간 다룬 부분도 있고, 앞으로도 다룰 기회가 있으니 넘어가기로 한다.
성적 우수 시상자 한국인 5명, 일본인 4명.
수석 시상자 한국인 1명, 일본인 2명.
팽팽하다.
그나마 전에 비해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다행스러운 추세라고 생각한다.
고급 과정에서는 나도 한 힘 거들 수 있었으면 한다.
요번에는 대화 부분에서 B가 나온 관계로... -_-;;
(문득 중간고사 말하기 시험 때 같은 조를 개박치게 했던, 그 한국 유수의 기업에서 파견 나왔다는 한량의 병신 삽질이 생각나 급열받는다.)
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