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의 외할머니는 아주 유명한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일은 꾸준히 있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찾아가 뵐 정도로 가까운 촌수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세배를 하게 되면 세뱃돈이 아주 후하셨다. 사촌형도 용돈이 꽤 풍족했었던 걸로 보아, 영험하다는 소문은 있던 모양이다. 방학 때 사촌형 집에 있는데, 사촌형이 산기도 하시는 외할머니 모시러 가야 한다고 해서 같이 나섰다. 밤 11시였던가, 새벽 4시였던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흔히 돌아다닐 시간은 아니었다 봉고차를 끌고 산자락을 올라갔다. 인왕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산동네는 깜깜했지만, 아주 외진 곳은 아니었다. 더이상 차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도로가 좁아진 곳에서 차에서 내렸다. 판판한 바닥보다 계단이 더 많은 시멘트 공구리 길을 따라 다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