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전체 글 1554

우린 서로 당연히 다르다

우리는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그 사이에 어딘가에 있으면서 흑이나 백 쪽으로 약간 치우쳤을 뿐이다. 성격이 소심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게 아니다. 소심한 정도는 모두 다르다. 이기적인지, 성급한지, 폭력적인지, 교활한지, 비겁한지, 성향 각각은 모두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그 각자 무수히 다른 지표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성격을 형성한다. 우린 서로 당연히 다르다. 사람을 무언가를 하려고 움직이는 동인은 세 가지다. 하고 싶어서거나, 하기는 싫지만 한 후의 보상 때문이거나, 하기는 싫지만 안했을 경우 겪을 대가가 더 싫거나. 그런데, 하고 싶다거나 싫다는 감정도 사람마다 각자 그 정도가 당연히 다르다. 우리 애는 왜 공부를 안할까. 옆집 애처럼 진득하게 하지 못할까. 감각하는 바가 달라서 그렇다..

단상 2024.01.12

게으른 게 아니라 철이 없는 거겠지

한인 식당이 새로 오픈했다. 사장이 젊다. 많아도 서른 초반이다. 주방 담당하시는 분은 모친인듯 하다. 전화로 주문했다. 사장이 받았다. 응대 친절하다. 그런데, 카톡이나 WA로 주문 달라고 한다. * WA : What's App 인니에서 가장 보편적인 메신저 앱 아마 한국인 사장이 전화를 받다 보니, 주소 받아 적는 게 힘든가 보다. 그래도 일단 전화 받았으니 이번은 그냥 주문 받을 만도 한데... 전화 끊고 카톡 찾아봤는데 없다. WA엔 식당 상호명으로 목록이 떠있다. 주문했다. 알았다는 답장 2분을 기다렸는데,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시 전화했더니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잠시 후 사장으로부터 주문 확인했다는 WA 답장이 왔다. 나는 메신저 주문은 내 주문을 확인했는지 즉각 피드백이 안되어 불편한..

타마린 Tamarind (부아 아삼 Buah Asam)

예전에 타마린 음료를 맛본 적 있다. 생긴 건 강낭콩 비슷하게 생겨서 두유인가 했는데, 셔서 맛이 별로였다. https://choon666.tistory.com/513 대추야자 Kurma / 타마린 Buah Asam (Tamarind) 음료 대추야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 흔하다. 열매 생긴게 대추 같아서 대추야자라고 할 뿐, 야자나무 사촌이다. 중동지방에서 요리에 흔히 쓰이는데, 특히 라마단 금식 기간에 금식 해제할 때 choon666.tistory.com 이제와 돌이켜 보면, '괴리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거 같다. 생긴 거 보고 뇌로 예측한 맛이 아니었는데, 맛없는 쪽이니까 실망이 배가 된 거다. 가령, 솝 자궁 Sop Jagung 이 그렇다. * Sop 스프, 국 ** jagung 옥수수 생..

소유보다 일상

잠을 청하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생각해본다. 이대로로 잠들고, 다시는 깨지 않는다고. 내 책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통징 잔고도 생각해보고, 박스에 보관하지만 몇 년 간 거의 열어보지도 않은 물건들은 뭐였는지, 내 옷들은 어떻게 될지, 하던 일은 어떻게 될지. 처음엔 생각을 오래 이어가기 괴롭다. 시람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현실적으로 인지하는 걸 외면한다. 괜찮다. 정말 오늘일리는 없다. 내일이라면 혹시 몰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제법 오래 생각하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소유했다고 생각한 것들,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들 거의 대부분이 별 거 아니, 그보다는 그냥 흔하디 흔한 내일의 평범한 일상이 경이롭다는 사실을. 내가 사회에서 맡았던 역할들 중 나 아니면 안되는 일 따위는 없고, 그보다는 누군가의 자식..

단상 2024.01.05

인니의 연합 노조 = 비즈니스

인니의 연합 노조는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과 같은 비장함이나 자기 희생, 정의감 따위는 없습니다. 모든 건 철저한 비즈니스입니다. 회사와의 분쟁 해결에 도움을 요청하는 노동자가 찾아 오면, 어서옵쇼~ 열성적으로 고객맞이를 합니다. 세미나실을 제공하고 교육을 제공한다거나 단합대회도 지원하며, 고객 유치에 공을 들입니다. 금속조노, 섬유노조 등등 분야는 따로 있지만, 자기들 산업 분야와 아예 상관 없는 업종의 가입도 받아줍니다. 그렇게 해서 회원으로 받게 되면, 조합원 회비를 짜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입원들에게 다른 미가입 직직 동료들이 가입하도록 포섭하기를 독려합니다. 이를 위해 포섭 요령도 가르쳐 줍니다. 근무시간에 노조 가입을 권하면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으니, 화장실에서 하라던가 하는 식이..

아리랑 검은 마늘 라면 Arirang Black Garlic Noodle

그럭저럭 먹을만 한 사골 라면을 만드는 아리랑에서 검은 마늘맛 라면을 출시했다. 수입 신라면에 육박하는 가격은 여전히 마음에 안들었지만 궁금해서 사봤다. 쓰잘데기 없이 쓰레기만 양산하는 고오급 포장 역시 변하지 않았다. 스프가 무려 다섯 개다. 시즈닝 스프, 토핑 스프 2개, 양념 기름 스프, 칠리 스프. 플라스틱 용기 포장은 비닐 포장 뜯기 불편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통 기한 3개월 반 남았는데도 면에서 살짝 산폐한 냄새가 났다. 토핑 스프 하나는 건조 옥수수였다. 옥수수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미 한국 라면에서 벗어났다. 나머지 하나는 마늘 후레이크였는데, 딱히 흑마늘 같진 않아 보였다. 칠리 스프를 넣었지만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육수는 소고기 베이스인 것으로 추정한다. 짠맛과 마늘향..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능가.

1960년대까지 결혼식에서 애국가 부르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남자 장발은 걸리면 바리깡으로 밀었고, 미니스커트도 단속했다. 관련 법령은 1988년 12월31일까지 존재했다 1980~81년엔 사람들 마구 잡아다가 삼청교육대에 집어 넣었다. 1981년까지 0시부터 4시까지 밖에 다니면 경찰서 유치장에 갖혔다. 1988년까지 단순 관광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지도 못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군대에서 딱히 간부 눈치를 보지 않고 하급자 구타나 가혹행위를 했다. 1994년까지 비행기나 버스 안에서 흡연 가능했다. 1997년 IMF 이전에는 직장 상사가 형, 삼촌, 사장이 아버지와 같다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회사를 가족처럼', '직원이지만 주인의식을 가지고' 같은 드립의 근본이 이 때였다. 1..

시사 2023.12.29

어느 인력 교육업체의 취업율 100% 비결

회사에서 신입을 뽑기로 했다.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사장이 책정한 급여 수준이 워낙 박해서 적당한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았다. 인원 충원이 자꾸 미뤄지자 사장은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해외 취업 인력 교육 알선 업체에게 채욜을 의뢰하라 지시했다. 인사 담당인 나는 인력업체 담당자에게 문의했고, 우리가 원하는 급여 수준으로는 인력을 소개시켜주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 월급으로 사람 뽑겠다는 건 도둑놈 심보입니다. 엿이나 드십시오.'라는 뜻이고, 내게 아주 정중하게 엿을 먹였다는 얘기다.) 사장에게 '그쪽 기준으로는 연봉이 최소 00달러 이상은 되어야 소개시켜 준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했다. ('우리 회사 월급이 그렇게 짜다는 얘기야, 사장놈아'라는 뜻이다.) 사장은, "그래? 하긴 그 정도는 줘..

소오~설 2023.12.27

IndoMilk 한국 시리즈 착향 우유

한국 딸기가 맛있기로 유명하니 납득이 간다. 바나나가 지천에 열리는 인니에서 한국 바나나라며 파는 건 아이러니 하지만, 바나나 우유가 유명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근데 부산 바닐라라던가 제주 초콜릿은 당황스럽다. (둘 다 너네 나라에서 나는 거잖아) 부산 어묵맛 우유와 제주 감귤맛 우유라면 모를까. 인니에 꽤 알려진 한국 도시명을 갖다 붙인 게 아닐까 추측한다. 일단 네 가지 제품 모두 싱겁다. 인니 우유 자체가 한국에 비해 맛이 싱겁기 때문에 뭔 착향을 해도 어쩔 수 없을 거다. 다른 인니 유제품들도 대부분 그런데, 그래서 인니 우유들은 거의 대부분 착향 제품이다. 그래도 기존의 인니 착향 우유에서 느껴지는 불량식품 느낌은 많이 개선됐다. 딸기, 바나나, 초콜릿 우유는 한국에도 있는 거고 그보다 맛이 떨..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평범한 악인들

원래 나쁜 사람이어서 나쁜 짓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나쁜 짓은 평범한 사람이 저지른다. 그래도 되니까. 만만하니까. 약속 시간 자기 편한대로 정하고, 자기 편한대로 변경하고, 잘 안지키는 사람이 있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면 직장 사장이나 대통령이라도 잘 안지킬 거다. 그래도 될 만만한 사람에게만 그러는 거다. 벌금 낼 게 100% 확실한데도 직원 착취하는 사람 없다. 현지인 무시하고 깔보는 한국인 적지 않지만, 현지 경찰이나 공무원에게도 건방지게 구는 사람 못봤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 그래도 될 만만한 사람에게 그러는 거다. 인니 한국 회사들이 현지인 착취하고, 노동법 안지킨다고 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입사한지 1, 2년 사이에 돌변해서 현지인 직원들 수준이 낮다느니, 마인드가 글렀다느니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