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I 12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세속 국가

인니는 헌법 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세속 국가를 표방한다.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매한 구석이 있다.가령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교가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기독교, 천주교, 유교, 6개라는 점이 그렇다.더군다나 주민등록을 하려면 6대 종교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국가가 특정 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니 마니 하고, 반드시 종교를 가지도록 강제하는 걸 종교의 자유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또한 정상적인 종교로 인정되려면 반드시 유일신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그래서 절대적 존재라는 게 없는 힌두교와는 달리 발리 힌두교에는 아친티야 Acintya 라는 절대신을 만들었고, 인니 불교는 석가모니를, 인니 유교는 공자(!)를 신으로 모신다.상당히 편협한 종교관으로 보아, 사실 인니 ..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6. 밥풀과 잔반을 남기는 문화

한국에는 밥을 먹고 나서 밥그릇에 밥풀이 덕지덕지 묻은 채로 식사를 끝내면,나중에 지옥 가서 평생 그렇게 버린 밥풀들 매끼니 마다 먹게 될 거라는 말이 있'었'다. 인니는 그런 거 '전혀' 없다.밥풀이나 잔반이 남아 있는 게 당연하고, 심지어 식사 후 입닦은 휴지도 그릇에 넣는다.지저분하게 밥톨 남기는 게 오히려 예의인가 싶을 정도다.처음엔 3모작 가능한 풍요로운 땅이라서 그런줄 알았다.좁은 땅에 1년에 한 번 농사 망치면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먹을 게 부족해서 별별 것들을 삶고 데쳐서 식재료로 활용했던 한국과 달리.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인니도 네덜란드 식민 통치 당시 수탈이 심했고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농지가 부족했던 역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풍요로와 봤자 어차피 하층민의 삶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5. '찬밥'이라는 개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찬밥 신세가 됐다.식기 전에 드세요.따듯한 밥 한 끼 대접도 못하고... 한국에서 찬밥은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인니는 그런 개념이 없다.밥을 원래 식혀서 먹기 때문이다.전기 밥솥을 쓰는 이유도 위생 문제와 밥이 말라 붙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인니 뿐만 아니라, 손으로 밥을 먹는 식문화가 있는 지역은 모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논리가 아니라 감성의 문제라 알려줘도 이해를 잘 하지 못한다.한국의 혹독한 겨울 날씨에 몸이 잔뜩 얼었다가 뜨끈한 밥과 국을 먹는 체험을 하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여름에도 더운밥을 대접해야 예의인, 그야말로 '찬밥'과 '더운밥'의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인니 마트에서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4개들이 포장이 41,990 루피아인데, 낱개 포장은 행사 가격 8,500 루피아.행사 가격에 현혹되면 안된다. 4개들이 포장은 개당 휴지가 250장이고, 낱개 행사 품목은 200장이다. 250장 4개들이 포장이니까 총 1,000장. 즉 휴지 1장당 41.99 루피아200장이 8,500 루피아니까, 휴지 1장당 42.5 루피아 결국 행사 특가라지만, 일반 가격으로 판매하는 4개들이 포장이 더 싸다.인니에서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할인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유통기한 임박이라던가, 식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던가.휴지처럼 유통기한이 별 상관없는 제품이라도 뭔가 이유가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

일머리가 부족한 거 같아

20여 년 경력자가 있다.자기 분야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고, 여러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답을 척척 내는 유능한 현지인이다. 건조장에 제품을 적치하는 기준선을 긋자고 한다.열풍이 나오는 벽면으로부터 1m와 50cm 간격으로 번갈아 가면서 평행하게 줄을 치면 됐다.  마침 레이저 레벨기가 있길레 써봤더니, 열풍이 나오는 벽과 옆벽이 직각에서 약간 틀어져 있었다.그랬더니 옆벽과 직각을 맞춰서 기준선을 칠해야 한댄다. 도대체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애초에 기준선은 열풍 나오는 벽면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제품을 적재하자고 긋는 거다.열과 아무 상관 없는 옆벽과 굳이 직각을 맞출 이유가 없다.건물이 직각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열풍 나오는 벽면과 수평으로 간격을 유지하면 된다.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도무지 ..

이제 꼰대가 된 걸까?

회사는 일만 잘하면 된다.퇴근 시간은 준수해야 한다. 불명확하다면 회사 잘못이다.난 일로 종속된 거지 삶이 종속된 게 아니다사생활 터치는 No.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다.일하는 시간에는 일을 하지만 사생활을 가질 시간 역시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장 내 기숙사 의무 거주는 혜택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다 사적인 사유로 귀가가 늦으면 기사에게 팁을 주는 건 본인 부담이 당연하다.회사일로 늦게 퇴근한 경우에는 사비로 팁을 주는 게 불합리하다. 사고방식이 대충 이렇다 보니 직급이 올라 휘하 직원이 생겼어도 야근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고, 회식 역시 강요하지 않았다.‘요즘 젊은 것들’과 꽤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제법 맞았다는 거지, 잘 맞았단 건 아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이해하려 해도 나이나 세대 ..

잔돈이 없으니 서류를 더 사라는 공무원

인니는 민원 서류도 돈 받고 판다.한국도 접수비, 처리비 명목으로 받는 돈에 서류값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인니는 물가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위 서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차적지를 옮길 적에 필요한 서류다.1장 당 3만5천 루피아, 3천원이다.정부가 늘 돈이 쪼들리고, 뭐든 공짜가 없는 나라답다. 차와 오토바이 차적지를 옮겨야 해서 2장이 필요하다.아내에게 사다달라고 했다.차량등록소의 창구 직원(계약직 공무원이다)은 30대 가량의 남자였는데 유들유들하고 으시대는듯한 태도였다고 한다.서류 2장 달랬더니 잔돈이 없다며 3장 사랜다.3장씩이나 필요 없다니까 잔돈이 없댄다.그럼 시발 1장 사러 왔어도 3장 사야 하나?아내는 바로 옆창구에 잔돈있는 걸 눈짓하고 다시 공무원 얼굴을 봤다.공무원 새끼는 얼굴색 하나 ..

아마루라는 이름의 유래

한국성, 오복성, 홍콩반점, 복성루 등등 중국집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더라도 중국집스러운 느낌이 있다.그리고 대부분 무슨 뜻인지 알만한 친숙한 한자를 쓴다.2016년, 찌부부르의 중국집 아마루에 처음 가봤을 적엔 생소한 이름인데도 별 생각 없었다.사장과 같이 저녁 먹으며 본점이 까라와찌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23년, 까라와찌에 이사 왔다.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엔 어김없이 중국집이 있다.중국집 검색을 해보니 아마루가 나온다. 예전에 들었던 아마루 본점이 여기였구나 기억이 났다.아마루 본점에 가서, 잘 먹고 나오다가 문득 깨달았다.아마루 본점은 한인들이 많이 살아서 한인 아파트로 불리는 아마르따뿌라 Amartapura 아파트 내에 있었다.아마루라는 이름은 거기서 따온 거였다. 7년 만에야 유래를..

모순적인 인니 행정 시스템

외국인이 법인을 설립할 경우, 최소 투자 금액 제한이 있다.'인니 국내 은행'에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에 해당 투자 금액을 예치한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그런데 문제는, 외국인이 인니 국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려면 체류 허가(ITAS)가 있어야 한다.회사를 설립해야 설립자나 투자자 자격으로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회사를 설립하려면 체류 허가가 필요한 셈이다.완전한 모순이다.이 모순에 공식적인 답변은 존재하지 않는다.공식적인 답변은 커녕, 왜 이 모양 이 꼬라지의 행정 처리 규정이 생기게 됐는지 이유조차도 그럴듯하게 설명하지 못한다.인니 법률을 준수하며 법인 설립을 직접 진행해보려는 외국인은 전부 저 모순에서 막힐 수 밖에 없고, 결국 컨설팅 업체를 찾지 않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