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니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그저 다를 뿐인데 단점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인니인들이 매정하다, 자기 잇속만 차린다는 얘길 하는 한국인이 많다.
평소 이런 저런 도움을 주고 배려했는데, 뭐 좀 부탁했더니 거절 당해서 서운했던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매정한 건 맞다.
인니는 한국과 같은 '정'이라는 개념이 없다.
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한국인 입장에선 정없어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한국의 정은 '모호한 부채'라는, 외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 있다.
우선, '도움'이라는 게 참 모호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도움인지, 갚아야 할 도움인지 분명하지 않다.
한국인끼리는 공통적 정서를 바탕으로 가늠하지만, 외국인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가늠하는 거다. 확실하지 않다.
도와줄 적엔 대가는 생각지도 않았다가, 사정 어려워지면 갚았으면 하고 마음이 변하기도 한다.
갚아야 할 도움이라도 셈이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A가 B를 10원 가치로 다섯 번을 도왔고 B가 20원 가치로 세 번을 도왔는데, A는 도와준 횟수를, B는 도와준 가치를 따질 수도 있다.
내가 널 얼마나 도와줬는데~ 그 거 갚고도 남았네~ 서로 섭섭해 하는 경우가 흔하디 흔하다.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는 단골 레퍼토리다.
인니라고 분명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도움의 부채에 대해서는 깔끔한 편이다.
도움은 도움일 뿐이다. 돌려 받으면 마음 따듯해지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섭섭할 순 있지만, 그 뿐이다. 도와준 시점엔 뭘 바랐던 게 아니니까.
도움 받은 쪽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돌려 줄 수 있으면 기분 좋겠지만, 부채감을 느끼지 않는다.
돌려 줘야 할 도움도 계산이 분명한 편이다.
A가 어디를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B가 태워줬으면, 원래 지출했어야 할 차비조로 돈을 주거나 나중에 물건으로 돌려 준다. 도와준 마음은 고맙게 여기고, 도와준 수고는 갚으려 하는 거다.
B가 괜찮다고 안받았으면 그걸로 끝이다. 나중에, 내가 태워준 적도 있네 어쩌네 하면 이상한 사람 되는 거다.
버스도 없고, 차비도 없어서 태워 달라고 부탁헀을 때도 마찬가지다. 무상으로 도와주겠다고 수락했으면, 그걸로 끝이다.
도움 받은 사람이 나중에 답례를 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질척거리지 않는다.
난 한국에서 살 적엔 냉정한 사람 축에 들어갔지만, 여기서는 마음 편하다.
도움 줄만 하면 주고, 거절도 한다. 돌려 받은 적도 있지만, 아닌 적도 많다.
아무렇지 않다. 내가 그랬듯, 도와줄만 했으면 도왔을 거고, 아니니까 못도와준 걸테니.
설령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안도와준 거라도 상관 없다.
못도와줬든 안도와줬든 '도움 못받았다는 상황'은 똑같다.
팔 수 있는 쓰레기를 주으러 종종 돌아다니는 할머니가 있다.
빈 맥주캔을 따로 모아뒀다가 그 할머니 보이면 드린다.
일부러 기다리고 그러지 않는다. 보이면 드리고, 아니면 그냥 모은다.
가끔 할머니가 집 근처에서 딴 바나나나 망고 같은 걸 가져다 주시려 일부러 오신다.
썩 맛있는 품종은 아니라 먹진 않겠지만 고맙게 받는다.
설령 안갖다 주셔도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는다.
언젠가 돌려 받을 걸 기대하며 베푸는 도움을 호의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