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한국 14

[한국 방문 2023] 4. 이것 저것. 복귀

이번 한국행 저녁 술자리는 거의 대부분 광명사거리에서 가졌다. 철산 상업지구는 맛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몰개성한 프렌차이즈 체인점들이 대부분이라 땡기는 곳이 별로 없다. 배추밭이었던 구역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던 시작부터 함께 해왔던 단골인데 안타깝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맛집 주인 할머니가 예전에 철산 2동 쪽에서 닭한마리 칼국수 가게하셨던 내공 깊으신 분이다. 닭한마리에 칼국수, 후식으로 남은 국물에 죽 만들어 먹으면 예술이다. 닭갈비는 그냥 흔한 닭갈비.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시다. 고생 많이 하셔서 무릎,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는데, 워낙 일상적으로 통증을 달고 사셔서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하시는 게 당연해져버린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맞이하시는데, 정겹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

여행기?/한국 2023.09.13

[한국 방문 2023] 3. 외국인 서울 관광

일요일 낮 한강공원, 아직 쌀쌀한데 사람이 다글다글 하다. 아내는 상당히 좋아했다. 수도를 가로지르는 강이 엄청 넓고, 깨끗하고, 강변도 깔끔하게 정리된 게 특별해 보인다나. 나로선 '아니 여길 왜 굳이 이렇게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 듬뿍 문어 듬뿍 왕타코야키는 맛있었다. 기념품 사러 남대문 시장도 갔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인니인들은 어디 여행 가서 기념품을 챙겨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풍습이 있다. 한류 기념품들을 파는 점포들을 때문에 할 수 없이 가긴 했는데, 확실히 시장은 나랑 정말 상극인가 보다. 5만원 어치를 사고 현찰로 계산하면서 웃으며 "깎아주시고 그러진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장사꾼 아주머니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요즘은 그냥 정찰제예요. 다 가격표 붙어 있잖아요..

여행기?/한국 2023.09.06

[한국 방문 2023] 2. 부산행

어쩌다 보니 부산은 한 번도 가본적 없다. 딱히 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없다. 아내도 다음엔 모를까 이번 한국 방문에 부산 여행은 시큰둥 했다. 인니에서 인연이 있던 지인들 중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형님이 작년 크리스마스 날 돌아가셨다. 한국에서 치뤄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형님 모셔진 곳에 작별인사 드리러 가는 건 이번 한국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다. 형님은 부산 사람이었고, 부산에 모셔졌다. 부산역 광장 한국 제2의 도시라 해서 상상했던 풍경과 매우 달라서 의외였다. 안양보다도 소박했다. 광장에서 뭔가 찍고 있다. 뮤직비디오 같다. 행인 통제하는 사람들이 야광조끼 입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태도로 유도하는 게 눈에 띈다. 예전엔 방송 찍는 게 뭔 벼슬이라도 되는 양, 후..

여행기?/한국 2023.08.30

[한국 방문 2023] 1. 아내의 첫 한국 방문

다시 5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아내와 함께다. 2019년 초, 관광비자가 거부되지 않았다면 아내는 진즉 한국을 가봤을터다. 직후 코로나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봉쇄됐다. 작년에 다시 한 번 신청한 관광비자가 받아들여졌다면 그때 방문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진국에 대해, 예전 미국이 개발도상국인 한국에 대했던 것보다 더 거만한 나라가 됐다. 주인니 한국대사관이 요구한 모든 서류 요건을 충족시켜 제출했지만, 가타부타 뚜렷한 사유도 없이 아내의 관광비자는 거부됐다. 혼인신고 전 한국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려는 계획은 그렇게 무산됐었다. 그리고 처음 비자 신청을 했던 2019년으로부터 만 4년이 넘어, 아내는 드디어 그 대단하신 대한민국에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한국인의 배우..

여행기?/한국 2023.08.23

[한국 방문 2022] 3. 복귀

안양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치 섬처럼 혼자 허름했던 낡은 건물.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재개발이 늦어지는 건물인가 보다. 도로를 경계로 한 편은 신식 건물들이, 반대편은 몇 십 년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보행자 도로 한복판 전동 킥보드가 놓인 걸 자주 봤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어느 날, 전동 킥보드를 탄 고등학생이 걷고 있는 나를 추월해 10여 미터 가다가 보행자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더니, 그대로 두고 학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버리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머뭇거리거나 주변 신경 쓰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수도 없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 차라리 껄렁거리는 티라도 있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그저 교복 입은 차림새가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었다. 평범한 학생, 여기저기 흔하..

여행기?/한국 2023.07.28

[한국 방문 2022] 2. 인니 촌놈

80대 배경에 등장할 만한 양옥집과 90년대에 급격히 늘어난 다세대 주택, 그리고 전봇대. 서울에 아직도 이런 풍경이 남아 있구나. 안양천변 배추밭. 멋지다. ㅋㅋ 나이트클럽과 캬바레 스탠드바였던 곳이 이제 러브 호텔이 됐다. 터가 그런 건가, 건물주 취향인가. 중학생, 기껏해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3명, 남자 1명이 벤치에 앉아 대놓고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개인의 욕구를 한층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된 거 같아 흡족하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인니인들의 닭고기 선호도가 매우 높다보니, 저렇게 장작구이나 전기구이 기계를 한국에서 수입해서 장사 시도해봤던 한국인들이 좀 있었다. 그 사람들 전부 어떻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행기?/한국 2023.07.21

[한국 방문 2022] 1. 도착. 사랑니 발치.

3년 8개월 만에 한국 방문이다. 매년 한국에 가는데 갈 즈음에 국가 봉쇄가 시작됐고, 이런 저런 일로 미루다 드디어 간다. 한국 정부가 입국시 PCR 테스트 의무 규정을 해제해서 별다른 과정 없이 출국 대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헤프닝이 하나 있었다면, 엑스레이 신체 검사대를 통과할 적에 주머니 속 라이터로 다시 통과, 허리띠로 또 다시 통과하자 공항 시큐리티가 짜증이 났는지, 라이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압수했다. 따져 봐야 나만 손해다. "오오~ 라이터 1개는 휴대할 수 있는 걸로 알았는데 법이 바뀌었나 보네요? 코로나 때문인가요?"라며 어벙한 표정으로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경비대원은 날 쳐다도 보지 않고 "안된다"라고만 한다. 공항 시큐리티는 완장찼다고 갑질하기 딱 좋은 직업 중 하나이지 ..

여행기?/한국 2023.07.14

[한국 방문 2019] 3/3. 돌아가는 길

드디어 인니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일 매일 트렁크에 던져 넣었던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꼭 닫고 무게를 잰다. 아직 여유가 있으면 집에 있는 라면이라도 더 채워 넣어, 알뜰하게 무게 제한을 꽉 채운다.라면 한 개라도 인니에서 사는 것에 비해 최소 300원 이상 버는 셈이다. 집에서 공항버스 정류장까지는 10분 거리다. 인니 생활 초기엔, 엄마는 한국을 떠날 때면 매번 공항까지 배웅 나왔었다. 매번 난 나오지 말라고 했고.떠나는 사람이야 앞에 펼쳐질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떠나 보내는 사람은 떠난 사람의 빈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얼마나 휑할지.난 계속 배웅 나오지 말라고 했고, 결국 엄마는 정류장까지만 배웅했다.이번 방문 때는 떠나는 날 마침 엄마에..

여행기?/한국 2020.02.03

[한국 방문 2019] 2/3. 거리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글들은 거의 대부분 몇 달, 간혹 1년 넘게 묵혔다가 올립니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시키는 재주가 없어서 그렇습니다.아래 글도 2019년 초에 방문했었을 때 사진들인데, 그 중 한국... 하면 제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리워 하는 거리 풍경입니다. ============================================== 우리집... 아니 이제 본가라고 해야 할 곳이 있는 아파트 북쪽밤사이 살짝 내린 싸락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여름 즈음이면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펜스 한국에 가면 거의 매일 저녁 출근하다시피 하는 철산 상업지구 80년대엔 배추밭이었던 곳이다.지각할 것 같으면 밭을 가로질러 뛰어 갔던 기억이 난다. 주공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여행기?/한국 2020.01.27

[한국 방문 2019] 1/3. 음식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글들은 거의 대부분 몇 달, 간혹 1년 넘게 묵혔다가 올립니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시키는 재주가 없어서 그렇습니다.아래 글도 2019년 초에 방문했었을 때 사진들입니다.한국에 살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별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인니에 살면서는 접하기 힘든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인니는 세계 최대의 섬나라인데, 인니 한식당의 활어회 메뉴는 비싸다.회를 먹지 않는 식문화, 그에 따라 활어회용 어류 양식을 하지 않는 점, 그리고 유통 인프라 후진성, 이 3박자가 겹쳐 어쩔 수 없는 일이다.활어회용 어류 양식을 하지 않으니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 받을 수 없..

여행기?/한국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