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마트에 가면 교민들이 공급하는 쌀이 있다.
자포니카 품종으로 직접 농사 지은 것도 있고, 농가와 계약해서 쌀을 받아서 찹쌀과 일정 비율 섞어서 찰진 밥맛을 구현한 것도 있다.
대체적으로 제품 포장들은 좀 허접하다. 비닐 포장에 단색, 혹은 2색 사블론 수동 인쇄되어 있다.
그래도 일반 현지 쌀보다는 밥맛이 괜찮아서 이것저것 사다 먹었다.
자주 가던 한식당에서 쌀을 팔더군요. 한인 마트보다 천 원 정도 저렴하길레 몇 차례 사다 먹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흑미 배합한 쌀을 사왔는데...
쌀통에 쌀을 붓자 쌀벌레가 우글우글 튀어 나왔다. =o=
어지간하면 그냥 골라내고 먹으려 했는데, 200여 마리가 넘어가자 징그러워서 입맛이 뚝 떨어진다.
이 눔덜이 신나게 파먹었던 쌀을 먹는 셈 아닌가.
가서 다른 걸로 바꿔왔다. (기대도 안했지만, 차비도 안빼주더라. ㅋㅋ)
또 어느 날인가는 여사장님이, 식당밥에 쓰는 자체적으로 배합한 쌀이 있는데 먹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그 한식당 밥맛 '그럭저럭' 괜찮은데, 가격은 30% 저렴했다.
그래서 다음에 와서 사면 되냐고 했더니, 오기 전 최소 30분 전에 카톡을 보내란다.
내 전번이나 카톡 알려지는 거 싫어서, 그냥 와서 주문하고 건너편 한인 마트에서 장보다 오면 안되겠냐 물으니, 안된단다.
다음 쌀 떨어졌을 적에, 카톡으로 주문하고 알았다는 답장 받고 한식당에 갔다.
이 아주머니가 손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한창 수다 떨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니 당황한 표정이다.
바로 식당 직원 불러서 집에서 쌀 가져오라고 시키고는, 나더러 한인 마트에 장이라도 천천히 보고 오시면 어떻겠냐고 한다.
하아... 내가 그렇게 정중하게 얘기했을 때는 딱 잘라 안된다며?
죄송하다, 기다리시겠느냐, 딱 이렇게만 말했으면 차라리 그러려니 했을 거다.
꼴을 보아하니 손님 기다리게 할까봐가 아니라, 주문 받고 서두르는 게 싫어서 카톡 먼저 하라는 거였다
그 후로 그 한식당 발 딱 끊었다.
좀더 편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식당 사장이 그런 성격이라면 위생 상태나 식자재 관리 상태도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몸 편하고 싶으면 최소한 안들키려고 머리는 써야 할 거 아닌가.
대형 마트에 진열된 일본 브랜드 쌀.
실질 경제력은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을지 몰라도, 일본 무시하긴 매우 이르다.
한국은 교민들 각자도생 아등바등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일본은 절차에 따라 기업적으로 접근한다.
몇 십 년간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쌓아온 인프라와 시스템의 내공이 깊이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