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28

대학 간판과 선입견

좋은 대학이 아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이다.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시설 좀 후지고, 교수진 구려도, 간판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다.전국 탑 클라스 학과가 아닌 이상, 대학 공부라는 건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난 제법 유명한 대학의 그럴듯한 학과를 나왔다.원서를 넣고 합격한 대학들 중 끌리는 곳은 모대학 컴공과였는데, 거긴 사람들 인식에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이었다.제법 유명한 대학엔 원서 써넣긴 했지만 된다는 생각 안했었다.예비합격 400번대 받았는데 그게 되버렸다. 젠장...안유명한 대학 컴공과는 내 점수보다 예상 커트라인이 40점 낮았으니 당연히 합격했다.컴공과 가려했는데 부모님이 유우명한 대학 가는 게 어떻겠냐 권하셨다.그래서 유명한 대학 갔다. 당시 난 진로에 대한 자기 확신이 흐릿했..

단상 2024.10.07

사람 냄새고 뭐고 재래시장 싫을 수도 있지 뭐

재래시장은 흥정이 기본이다.단골이나 흥정 잘하는 사람에게 싸게 파는 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비싸게 받아서 충당해야 한다.그게 당연한 구조다. 재래시장은 그러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 간보는 것도 당연하고, 만만하면 차별하는 게 당연하다나쁘다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구조고, 그래서 그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재래시장 상인들에겐 그게 그냥 당연한 거다.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거고 써붙인 가격이 원래 가격이고, 그보다 싸게 팔아서 손해 보는 건 장사꾼 마음이다?싸게 팔면 손해고 비싸게 팔면 이득인 건 장사가 아니다.싸게 팔아도 이득이어야 하고, 비싸게 팔면 큰 이득인 게 장사다.재고 떨이가 아닌 이상, 손해보고 팔 이유가 없다. 안팔고 말지.써붙인 가격은 원래 가격이 아니고, 비싸게 파는 가격일 뿐이다..

단상 2024.10.02

흙을 밟을 일이 없으니 구두닦이가 사라졌다

아주 예전엔 구두닦이가 그리 드물지 않았다.비교적 최근까지도 구두 수선점이란 이름의 조그마한 가건물이 길가에 드문드문 있었다.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인건비 상승, 저렴하고 품질 좋은 기성화의 보편화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길이 좋아졌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싶다.어디 잘못 밟아서 망가질 일도 적고, 흙길이 없다 보니 먼지나 진흙으로 심각하게 더러워질 일도 거의 없어서 급히 구두를 닦아야 할 경우가 없는 거다.

단상 2024.09.29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무시한 죄

맞선임이 군복 다려주고 군화 불광내주는 전통이 있었다.정말로 괜찮으니, 해주지 말라고 했다.군인은 뭔 짓을 해도 군인일 뿐이고, 군복도 뭔 짓을 해도 군복일 뿐이다.어떻게든 꾸며 보려는 게 너무 찌질하게 느껴졌다.다리지 않은 군복, 구둣솔로 슥슥 문지른 군화 신고 첫 휴가 나갔고, 집에 가자마자 벗어 던졌다.정말 괜찮냐고 몇 번 더 물어보던 맞선임의 표정이 기억난다.안해줘도 되니 좋다는 표정은 분명히 아니었다.내가 얼마나 재수없었을까. 맞후임에게도 마찬가지였다.무슨 짓을 해도 군바라리고. 나도 그냥 나갔다고 했다.내가 얼마나 괴상한 놈으로 보였을까. 허접쓰레기 하찮은 거라도, 누군가에겐 엄청 대단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그걸 하찮게 취급했으니, 얼마나 재수없었을까.하지만 난 도저히 그걸 참을 수 없었다. ..

단상 2024.09.26

고작 노력 따위로 성공할 수 있다니

열심히 살아서 성공한 사람 한두 명 볼 적에,열심히 살았는데 실패한 사람은 수두룩하게 봤다. 실패해도 끊임없이 도전해서 결국 성공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실해해도 끊임없이 도전해서 주변 사람까지 다 거덜낸 사람이 훨씬 흔하다. 복권을 사지 않는 사람은 당첨될 수 없듯,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맞는 말이다.그 잘난 성공이 복권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세상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닌가.고작 노력 따위로 성공할 수 있다니. 운이 드럽게 좋으면 노력 안해도 성공할 수 있지만,운이 나쁘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

단상 2024.09.19

뭘 자꾸 끄적이는 이유

내 안에 있을 적엔 분리할 수 없었던 것이 글로 쓰면 분리가 됩니다. 내 안의 것을 보다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다보면 생각도 정리됩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 속의 나는 절반 쯤은 나고, 나머지는 남입니다. 글 속의 인간 군상,기쁨, 슬픔, 분노, 실망은 내게는 특별하지만, 세상 널리고 널린 흔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지우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스스로 대견한 부분입니다. 지워도 좋고, 강조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나는 들여다봤고, 그렇다는 걸 압니다.글을 마치면 한결 낫습니다.상황은 해결된 것 없지만, 있지도 않은데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은 정리가 됐습니다. 마침내 남들도 볼 수 있게 ..

단상 2024.09.12

인색함은 그저 성격일 뿐

돈이 아주 많은 분이 있었습니다.서울에 아파트도 몇 채 있고, 인니에도 아주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연세도 있으셔서 호화롭게는 아니더라도 풍족하게 정도는 평생 써도 다 못쓸 정도는 됩니다. 직원더러 첫 월급턱 내라고 했을 적엔 그냥 농담인 줄 알았어요.그런데 십여 명이 회식하고 집에 가려고 차를 탔다가, 50만 원이 나온 영수증을 보더니 다시 식당에 들어가 서비스를 달라고 눙치는 걸 보고 그게 농담이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직원이 조촐하게 턱을 냈는데, 참 호기롭게 시키시더라고요. 괜히 현지인 직원 몇 명을 지적하며 일 못한다고 하시더라고요.가만 보니 그 직원들은 월급이 크게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운전기사가 근면하고 성실하다고 늘 칭찬하십니다.월급이 오른 후부터는 맘에 안든다고 종종 그러시..

단상 2024.09.05

슬픔에 총량이 있다면

만약 슬픔에 총량이 있다면... 키우던 고양이 양이가 만약 건강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느낄 슬픔의 강도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위와 같았을 것 같다. 양이는 고양이 백혈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몇 년간 계속 아팠다.치유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픈 증상만 치료하며 연명해왔다.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간간히 병이 악화되어 힘들어 하는 걸 지켜보면서 이미 제법 마음이 아팠었나 보다.마침내 그 날이 왔을 때, 의외로 슬픔은 크지 않았다.생전에 많은 인내가 있었고, 해줄 수 있는 건 해주려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에 미안함은 없었다.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편히 쉬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슬픈 감정의 대부분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상실감이었다. 그 역시 늘 준비하고..

단상 2024.08.23

마음의 총량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다.사람은 한 번에 하나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그래서 마음엔 총량이 있고, 그 양은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의 길이와 같다. 총량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거나 신경쓰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대부분의 인간은 한 번에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없기에,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이를 생각하지 못한다.여러 사람 두루두루 잘 지내고 안부 전화라도 한번씩 돌린다는 건 총량 관리를 잘하는 거지, 마음이 넓은 게 아니다.만나는 사람들 폭이 좁은 사람은 마음의 총량이 적은 게 아니라, 짧게 끊어서 골고루 나눠주는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떠오르면 툭하고 문자라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건없이 그런 거 못하는 사람도 있다.안부전화 같은 거 ..

단상 2024.08.22

적은 만들기 싫어도 생기게 마련

인생 선배들(요즘 젊으신 분들 말로는 꼰대들)이 말해주는 인생 교훈(요즘 젊으신 분들 말로는 꼰대질) 중 가장 중복되는 말이 바로 '적을 만들지 말라'다.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종자는 보통 갚아야 할 건 잘 잊어도 받아야 할 건 안잊는다.잘 해준 건 쉽게 잊어도 섭섭한 건 잘 안잊는다는 얘기다.그리고, 인간은 보통 믿어서 손해날 건 잘 안믿어도 손해볼 일 없는 건 잘 믿는다.누구 칭찬하는 말은 의심하면서도, 헐뜯는 말은 또 귀담아 듣는다.섭섭해서 험담하기 쉬운데 그 험담이 또 잘 먹히니, 인생 선배들은 '어지간하면 적은 만들지 말라'라고 하는 거다.별 것도 아닌 놈이라도 앙심 품고 주변에 평판 까내리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적은 만들기 싫다고 안만들어지는 거 아니다.예수 석..

단상 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