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상대에게는 뭘 자꾸 해주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
꽃다발이라던가, 맛집이라던가, 사람 많은 곳에서 공개 프로포즈라던가.
좋아하면 다행인데, 싫어하면 역효과다. 몰라준다고 섭섭해하기도 한다.
뭘 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내 생각에 좋은 걸' 상대하게 강요하는 꼴이 된다.
부모가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면서 강요하면 자식은 진저리를 친다. 자식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기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입맛이 없는 손자에게 억지로 밥 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손자 입장에선 참고 받아줘야 할 강요다.
손자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만, 사실 그저 할머니의 만족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건 온전한 배려다.
뭘 한다는 건 내 생각이 들어갈 여지가 크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건 독선이 섞일 여지가 없다.
상대방이 싫어하느냐 아니냐만 중요하다.
뭘 하는 게 아니라서 표도 잘 나지 않는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만 하지 않아도 최소한 평타는 친다.
편안하게 해주고, 배려심 있다는 소리 듣는다.
뭘 자꾸 하려고 하기 전에, 우선 하지 말아야 할 걸 하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