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행복 6

[결혼의 행복] 1. 바퀴벌레

벌레가 무섭다. 아마도 군대에서 제초작업하다가 벌에 몇 방 쏘여서 쇼크로 죽을뻔 한 이후로 그렇게 된 거 같다. 어렸을 적엔 안그랬다. 시골에서 자랐고, 어지간한 벌레는 다 손으로 잡고 놀았다. 죽을뻔 했다는 거 과장 아니다. 벌독 알레르기 체질이었다. 영화 에서 소년이 죽었던 그 체질인데, 100명 중 1명 꼴이니 그리 희귀한 건 아니다. 군사지역 답게 차량이 뜸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다른 부대 간부 지프차 없었으면 정말 죽었을 거다. 어렸을 적엔 쏘다니며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며 다치거나 뭐에 물린 적도 많았는데, 하필 벌에 쏘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런 체질인지 몰랐다. ㅋ 일단 변명은 잘 깔았고... 내 아내는 바퀴벌레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건 아닌데, 돌고래 초음파 비..

예전은 좋은 시대였고, 지금은 불행한 시대일까?

지금의 2030 세대가 윗세대의 청년 시절 때에 비해 더 불행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윗세대 때가 더 힘들었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요즘 2030 세대는 윗세대 때보다 '더 불행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불행은 감정이다. 감정은 정량 비교 할 수 없다. 불행은 결핍감에서 나오고, 대부분의 결핍은 비교로부터 비롯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비교가 더 분명하고 수월해졌다. 동류들과 분노와 불행의 감정을 나눠 증폭되기 쉬워졌다. 더 불행함을 느끼는 이유는 정보 공유 기술의 발전 탓이다. 요즘에 비해 사회와 기술 발전이 뒤떨어진 시대였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는 말은 틀렸다. '더' 힘들다는 비교는 동일 조건에서 해야 한다. 80, 90년대가 지금보다 뒤떨어진 시대였지만, 그 당시에는 최첨단 시대였다. ..

시사 2023.09.01

충분히 자고 알람 없이 깨어 일어나는 게 적정 수면시간

전 제가 저녁형 인간인줄 알았습니다.자정 전에 자는 일이 드물었지요.나이 들면서 점점 하루 종일 찌부둥 하고 업무가 힘에 부쳐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그러다 어떤 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어떻게 그렇게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난다"라는 대답을 하는 걸 듣고 깨달음(?) 같은 게 왔습니다.그 후로 밤 8시든 9시든 10시든, 심지어 저녁 7시라도 졸음이 온다 싶으면 애써 버티려 하지 않고 잤습니다.그리고 4시든 5시든 눈 떠지면 일어나서, 출근 시간까지 남는 시간에 원래는 밤에 잠 안자고 했을 것들을 했지요.정말 좋더만요. 알람에 맞춰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잘만큼 자고 깨면 일어났을 때의 그 개운함이란...수면 시간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릅니다.10시간 잘..

단상 2019.10.11

행복한 베짱이의 나라

간혹 저축 따윈 모르고 살다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면 돈 꾸러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심한 경우, 갖고 싶은 것 사려고 돈 빌리는 사람도 있지요.한국에서는 그런 사람에 대해 대책 없는 사람,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합니다. 같은 우화를 통해 어렸을 적부터 교육합니다.하지만, 인니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까요?대다수의 인니 사람들이 - 특히 서민들 - 돈 빌리는 일을 심상하게 생각합니다. 꼭 나쁘다고 볼 일 만은 아니겠지요.가령, 한국인은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그렇다고 그 미래가 오면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이란 건 무수히 많고, 그 대부분은 오지 않은 채로 여전히 존재하거든요.‘이제 모든 ..

단상 2018.09.14

대책 생각 안하면 행복할 수 있다.

예전의 난 꽤 불행한 사람이었다.뭐든 비관적 미래를 예측하고 걱정하고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때는 별로 없었다.내일 학교 준비물 살 돈 몇백원도 없을 때가 많을 정도로 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렇지 않나 싶다.어쨌든, 미래의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의 행복을 미루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대책 없어 행복한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은 자기라고 괴로움 모르는 바보냐고 항변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다음날 밥 사먹을 돈을 오늘 써버리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이었다.물론 다음날이 되면 어제 돈 쓴 걸 후회하지만, 금새 잊어 버렸다.어차피 주변에 도움 청하는데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소위 말해 넉살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불행했던 당시엔 그가 미웠다.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없음에도 팔자 좋아 보이..

단상 2017.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