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행복한 베짱이의 나라

명랑쾌활 2018. 9. 14. 14:06


간혹 저축 따윈 모르고 살다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면 돈 꾸러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심한 경우, 갖고 싶은 것 사려고 돈 빌리는 사람도 있지요.

한국에서는 그런 사람에 대해 대책 없는 사람,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합니다.

<개미와 베짱이> 같은 우화를 통해 어렸을 적부터 교육합니다.

하지만, 인니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까요?

대다수의 인니 사람들이 - 특히 서민들 - 돈 빌리는 일을 심상하게 생각합니다.


꼭 나쁘다고 볼 일 만은 아니겠지요.

가령, 한국인은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그 미래가 오면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이란 건 무수히 많고, 그 대부분은 오지 않은 채로 여전히 존재하거든요.

‘이제 모든 대비는 끝났다’라고 안심하고 행복을 즐길 수 있을 때는 단언컨데, 절대 오지 않습니다.

결국 한국 사람은 다가가는 만큼 멀어지는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 부족함을 감내하는 삶을 삽니다.

그에 비해 인니 사람들은 자기 욕망 해소에 충실한, 대체적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세상에 좋은 점만 있고 단점은 하나도 없는 가치관이 어디있겠어요. 그런게 있으면 다들 그렇게 살지요.

인니인들은 근시안적인 생각이 워낙 습관화 되어 그런지, 닥칠 게 뻔한 일에 대한 대비도 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가령, 자녀 입학금 같은 건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는, 얼마가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확실한 미래예요.

하지만, 돈 생겼다고 오토바이나 스마트폰 따위를 할부로 질러 새 것으로 바꾸고는, 한두 달 후 자녀 입학금 고작 10만원도 없어서 가불해달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불 안해줘도 문제지만, 해줘도 나머지 월급으로 쪼들려 살아야 합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절충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하지 말고, 그 시간을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위해 쓰는 거지요.

살다 보면, 아등바등 매달렸던 것들이 사실 별 것도 아닌 경우를 종종 겪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무책임한 것도 나쁘진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