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자존감 3

별 거 아닌 그 일이 어떤 사람에겐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

싱가폴에서 당일치기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새벽 첫 비행기로 싱가폴에 가서 대행사에 여권과 서류를 맡겨야 한다.취업비자가 처리된 여권을 돌려 받는 건 대략 오후 4~5시 쯤이다.그 때까지는 알아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대부분 대행사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혹 싱가폴 관광을 하는 사람도 있다.그 중에는 반드시 머리를 깎아야 한다며 몇 번이고 미용실이 어디 있는지 묻던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20대 후반 정도였던 그 청년은 수마트라 수력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었다.거의 모든 한국 업체들이 그렇듯, 그 청년도 일단 임시 비자로 인니에 입국하여 수습 겸해서 2개월 정도 근무를 하다가, 취업비자 허가가 난 후 싱가폴에 왔을 게다.수마트라 수력 발전소 공사 현장이라면 완전 깡촌 시골이다.바리깡으로 깎는 시골 이발..

단상 2020.10.23

생일 좀 몰라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요.

20대 시절, 동네 친구들 끼리 모여 망년회 겸으로 술 한 잔 마시던 중의 일이었다.한 친구가 동석한 다른 친구의 생일이 5일 후라면서 겸사겸사 축하하자는 얘기를 했다.그냥 별 타이틀 없이 모여 마시던 술자리는 그 친구의 생일 축하 모임이 됐다.그 날은 내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거기서 내 생일을 내 입으로 밝히는 것도 뻘쭘한 상황이 될 거 같아 그냥 아무 얘기 하지 않았다.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스스로 자신의 생일이 뭐 특별한 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그래서 그런 특별한 날(?)을 잊어버린 친구들이 너무나 미안해 할까봐 입 다물고 있었던 거 같다.섭섭함과 초라함을 느끼면서.당시의 나는 자존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변의 타인들이 내 특별함을 인식해 줌으로써 존재를 확인 받고 싶었던..

단상 2019.02.08

뇨냐 Nyonya 의 자격지심

어느 지인이 현지인 여성과 결혼했다.그 여성은 특이하게도, 자신을 뇨냐 Nyonya 로 대하지 않으면, 기분 나쁜 걸 넘어서 적개심과 원한까지 품었다. 일반적으로 현지인들은 자신이 뇨냐로 불리는 것을 어색하거나 간지러워 한다.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이나 현지인을 가리키는 말인데, 높임말이면서도 부정적인 의미 (거만함, 외국인에 대한 배척, 좀 심하게는 양공주) 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높임말이니 기분 나빠하거나 화를 내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불린다고 마냥 좋아하거나 하진 않는다.그런데, 지인과 결혼한 그 현지인 여성은 자신이 뇨냐로 대해지길 바라니, 이상할 밖에. 알고 보니, 그 현지인 여성은 가라오케에서 일을 했었고, 지인과도 가라오케에서 만나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그 사실을 알고 나니 이해가 ..

단상 2019.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