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 동네 친구들 끼리 모여 망년회 겸으로 술 한 잔 마시던 중의 일이었다.
한 친구가 동석한 다른 친구의 생일이 5일 후라면서 겸사겸사 축하하자는 얘기를 했다.
그냥 별 타이틀 없이 모여 마시던 술자리는 그 친구의 생일 축하 모임이 됐다.
그 날은 내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거기서 내 생일을 내 입으로 밝히는 것도 뻘쭘한 상황이 될 거 같아 그냥 아무 얘기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스스로 자신의 생일이 뭐 특별한 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 특별한 날(?)을 잊어버린 친구들이 너무나 미안해 할까봐 입 다물고 있었던 거 같다.
섭섭함과 초라함을 느끼면서.
당시의 나는 자존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변의 타인들이 내 특별함을 인식해 줌으로써 존재를 확인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지금의 나라면 그 때 그 상황에서, 내 생일은 내일이니까 같이 축하 좀 하라고 웃으며 가볍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일은 정말 별 거 아니니까, 친구들이 얼마든지 잊어 먹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거 다른 사람들이 몰라도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시절, 한 친구가 술 취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생일은 개뿔~ 그냥 그 핑계로 모여서 술 한 잔 하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