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아부 5

[그 회사 이야기] 3. 처세의 달인, 그 부장

사택 제공이 입사 조건 중 하나였지만, 일 시작한 두 달 간은 임시로 남의 회사 기숙사에 얹혀 살았다. 전무가 한국에서 발령 온 후에야 그 기숙사를 나와 주택에서 살게 됐지만, 전무를 모시고 살아야 했다. 전무 가족이 따로 나올 때까지 임시로. 전무는 직장 상사인 자신을 아버지처럼 여기라고 했지만, 정작 그는 부하직원을 머슴처럼 대했다. 오너는 아직은 시험 운영 기간이니 일단 그대로 지내고, 공장 새로 짓기로 결정하면 그 때 사택을 따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입사 1년 후, 회사는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처음 공장 건축 설계도에는 없던 기숙사가 수정된 설계도엔 들어가 있었다. 오너 매제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다. 그는 '직원들 퇴근해봐야 헛짓거리나 하고, 출퇴근 오고가는 게 시간낭비 돈낭비이며, 평일 일..

소오~설 2023.12.13

족벌 중소 기업의 인너 서클

회사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에 관한 얘기입니다.일단, 모든 중소기업이 그렇다는 거 절대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겠습니다.저도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랐던 경험은 기껏 두 회사 밖에 없습니다.중소기업 운영은 사장 개인 성향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십인십색 다른 점도 많습니다.그냥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고, 소설 보듯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대부분 중소기업의 구성원들은 로열 패밀리, 인너 서클, 소모품,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사장은 구성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사장은 '신'입니다.회사라는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할 권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니 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소모품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과장입니다.인너 서클에 들어가는 건 차장급 ..

단상 2020.07.31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4. 사장이 별 거 아니라 여기는 걸 탐내라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연재를 끝냈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붙이게 되네요.앞으로도 꼭지 잡히는 게 있으면 또 써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걸 해줄 거야." 허황된 기대다.직원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해줄 것인가는 직원의 노력이나 성과와는 전혀 상관 없다.전적으로 사장에게 달렸다사장이 그럴 생각이 없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것도 안해준다. 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장이 마음에 들어하는 직원은, 정규직을 바라지 않는 직원이다.혹여 그런 사장이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직원의 노력과는 상관 없다.노동청의 권고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다.술자리에서 친구의 충고를 듣고 감동해서 마음을 고쳐 ..

단상 2017.11.28

어느 법인장의 생존법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며, 비민주적인, 한국의 무식한 중소기업의 전형을 보이는 본사와 달리, 해외 지사는 초창기만 해도 '나름 상식적인' 분위기였다. 한국인이래봐야 초기에는 법인장과 직원 달랑 2명 (나중에 1명 추가) 이었고, 현지 사정이 아무래도 한국과는 다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오너가 오면 해외에서 고생하는 한국 직원들 위무한다는 개념이 있어서, 좋은 식당에 가서 회식하고 뒷풀이 하는 식이었다. 오너는 자신이 시찰 오는 날이면 공장의 현지 직원들에게 점심으로 특식을 제공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법인장이 바뀌었다. 본사에서 대표이사로 대리경영까지 했었기 때문에 나름 여유가 있던 전임 법인장과는 달리, 신임 법인장은 그 '사람 걱정해주는듯이 얘기하는데 결국은 ..

소오~설 2016.04.29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1. 조직 인사

뭐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는 얘깁니다.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시리즈입니다. 다룰 꼭지는 많은데 계속 연재할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회사 조직에서 직위직급은 인사고과, 업무 능력, 성과 등을 전제로 평가하여 공정하게 구성된다? 새빨간 개소리다. 그건 그냥 참고자료이자, 인사 결정의 신빙성을 강조하기 위한 보조자료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평가자(보통은 부서장)의 개인적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어차피 회사일은 거기서 거기다. 딱히 큰 실수만 저지르지 않고, 근태만 양호하다면 특출나게 잘할 것도 못할 것도 없다. 오래할수록 익숙해질 뿐이다. 그래서 고만고만한 승진 대상자 중에 선별을 하는데 필요한 지표가 바로 조직 친화도, 애사심 등의 추상적..

단상 201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