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1. 조직 인사

명랑쾌활 2014. 7. 11. 13:04

뭐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는 얘깁니다.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시리즈입니다.

다룰 꼭지는 많은데 계속 연재할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회사 조직에서 직위직급은 인사고과, 업무 능력, 성과 등을 전제로 평가하여 공정하게 구성된다?

새빨간 개소리다.

그건 그냥 참고자료이자, 인사 결정의 신빙성을 강조하기 위한 보조자료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평가자(보통은 부서장)의 개인적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어차피 회사일은 거기서 거기다.

딱히 큰 실수만 저지르지 않고, 근태만 양호하다면 특출나게 잘할 것도 못할 것도 없다.

오래할수록 익숙해질 뿐이다.

그래서 고만고만한 승진 대상자 중에 선별을 하는데 필요한 지표가 바로 조직 친화도, 애사심 등의 추상적인 항목인데, 이건 수치화 할 수 없는 주관적인 요소(=감정)다.

 

왜 문서와 숫자로 대변되는 회사라는 조직에 수치화 할 수 없는 주관적 요소가 작용할까?

키워드는 바로 '조직'이다.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구성원 한 명이 없어도 회사에 큰 장애가 일어나지 않는다. (너 없어도 회사 안망한다.)

하지만 다수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큰 장애가 일어난다.

따라서 특출나게 유능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조직의 화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배제되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

누가 주관적인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가?

문장 자체가 모순이다.

평가 기준 자체가 주관적인데 어떻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나.

주관적인 요소의 판단에는 필연적으로 감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주관적인 평가에 있어서 기준은 평가자다.

평가자가 피평가자 보다 직급이 우위에 있다는게 당위성을 입증한다.

평가할 만한 위치에 올랐다는 사실이 곧, 조직의 화합에 부합한다는 증거다.

따라서, 평가자와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직원이 곧 부적합자다.

간단히 말해, 평가자가 싫어하는 사람은 부적합한 사람인 것이다.

 

"일 좆빠지게 열심히 해봐야 처세를 잘해야지, 김부장 눈 밖에 나면 좆도 없어."라는 말이 부조리하게 느껴지는가?

불행히도 사실이다.

회사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덕목으로 하는 한국의 회사 조직 문화에서는 명백한 사실이다.

 

 

'왜 난 김대리 보다 일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아부 잘하는 김대리가 승진할까?' 하는 스트레스는, 회사가 합리적일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실이 이러하니 굴종하고 아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환상을 갖지 말고 정확히 보라는 겁니다. (불교의 팔정도에도 정견이 있지요.)

정확히 봐야, 승진을 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업무 외적인 부분도 원만하게 처신을 하던가,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수하고 자기 주관을 관철하고 살던가 하지요.

최소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무용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