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신뢰 4

무책임한 믿음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상하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비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훌륭한 사람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수술비 안내면 죽는데, 수술비로 충분할 만큼의 남의 돈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식 죽게 두는 사람이 여전히 훌륭한 사람일까? 소위 '좋은 사람'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거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에 대한 불신은 그럴 당위성이 있다..

단상 2024.02.23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고 믿을만 한 사람은 아니다.

좋지 않은 의도로 없는 말 지어내거나, 왜곡해서 소문 퍼뜨리는 사람이 못믿을 사람인 건 맞다.하지만, 남말을 안한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개연성이 부족하다.남한테도 나에 대한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정도는 타당하다.남 뒷담화는 안하지만, 남의 재산을 탐낼 수도 있고, 약속 안지킬 수도 있고, 돈 빌리고 안갚을 수도 있다. 오히려, 누군가에 대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심없이 정직하게’ 알려 주는 사람이 믿을만 한 사람 아닌가?A가 B에게 속고 있다면, A에게 알려주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컨데, 뒷담화의 진실성과 사심이 중요한 거지, 뒷담화 자체가 무조건 못믿을 행동은 아니란 얘기다. 뒷담화를 하지 않는 건 그 자체로 좋은 덕목일 수는 있지만, 그 게 곧 신뢰의 척도는 아니다.오..

단상 2018.12.12

[인니 회사 관리 팁] 05. 결근의 사유는 중요하지 않다

연차나 결근 신청을 하면, 이유를 중시하는 관리자가 있다.한국의 군대식 조직문화에 익숙한 관리자들은 아마도 거의 다 그럴 거다.간단히 말해, 헛짓거리 꼰대질이다.회사 입장에서 보면 결근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일이든, 피치못할 사정이든, 꾀병이든, 전혀 상관 없다.그 직원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회사 업무가 지장이 있느냐만 중요하다.그 직원이 해야 할 일이 급성 맹장으로 못나온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거 아니고, 꾀병으로 안나온다고 더 심각해지는 거 아니다.업무적인 부분만 보면 된다.아파서 못나와도 업무에 지장이 있으면 정리될 수 있는 거고, 꾀병으로 뺀질거려도 업무에 지장 없다면 괜찮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이유를 중시하는 이유는 결근을 기본적으로 나쁘게 보기 때문이다.결근..

내 여유를 네 여유로 착각하지 말았으면 해.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거의 항상 여유는 있어.돈으로 거의 대부분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금전적 여유는 곧 마음의 여유니까.그런 의미에서 돈을 빌려줄 여유도 늘 있는 셈이지.여유 한도 내에서는 군말 없이 빌려주는 편이야.친분이 있는 사람이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내가 빌려줄 수 있다는 것도 기분 괜찮은 일이니까.어차피 여윳돈에서 빌려주는 거라 꼭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떼먹힐까봐 걱정하는 스트레스가 큰 것도 아니고.그런데 말야, 이유 묻지 않고 선뜻 빌려주다 보면, 빌리고 갚는 일이 잦아지는 사람이 꼭 나오더라고.처음에는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묻다가 나중에는 별 부담없는 표정으로 "빌려주세요"라고 한단 말이지.아마도, '당신 여유 있는 거 알아요. 저 빌리면 꼬박..

단상 201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