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선입견 9

타마린 Tamarind (부아 아삼 Buah Asam)

예전에 타마린 음료를 맛본 적 있다. 생긴 건 강낭콩 비슷하게 생겨서 두유인가 했는데, 셔서 맛이 별로였다. https://choon666.tistory.com/513 대추야자 Kurma / 타마린 Buah Asam (Tamarind) 음료 대추야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 흔하다. 열매 생긴게 대추 같아서 대추야자라고 할 뿐, 야자나무 사촌이다. 중동지방에서 요리에 흔히 쓰이는데, 특히 라마단 금식 기간에 금식 해제할 때 choon666.tistory.com 이제와 돌이켜 보면, '괴리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거 같다. 생긴 거 보고 뇌로 예측한 맛이 아니었는데, 맛없는 쪽이니까 실망이 배가 된 거다. 가령, 솝 자궁 Sop Jagung 이 그렇다. * Sop 스프, 국 ** jagung 옥수수 생..

비교하지 않으면 다를 것도 없다

"인니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다를 거 없다." 인니살이 초기, 10여 년 이상 산 한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얘기고, 이젠 나도 그리 생각한다. 솔직히, 똑같을 리 있겠나. 문화, 기후, 환경, 역사가 다른데. 그럼에도, 인니에 계속 살다 보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느끼는 시기가 오긴 온다. 뭐 대단한 경험이나 깨달음 덕이 아니다. 자신이 아는 한국은 이제 너무 옛날이고, 무의식적으로 한국을 기준으로 두고 비교하는 습관이 흐릿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리 된다. 한국은 이런데... 한국은 안그러는데... 원래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틀을 없애고, 그냥 현지인들 하는 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사람들도 그냥 살아온대로 살아가는 것일 뿐, 희노애락 감사 배신 다 똑같다는..

역지사지의 폭력

당신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렇게 하라 강요하는 건 폭력입니다. 당신이 괜찮은 것이 남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축구를 보며 느끼는 재미를 상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상대가 피규어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 역시 당신은 역시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세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든 말든 당신 자유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그냥 존중하세요. 역지사지는 그 다음입니다.

단상 2021.08.23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노려보는 인니인

어느 블로그 포스팅을 봤다.인니의 한국 업체에 취업한지 1, 2년 쯤 되어 보이는 어느 한국인 청년의 글이었다.청년은 길을 걷다가 어느 인니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더라며, 인니 남자들은 눈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다.그리고, 인니 20년 살았고, 자카르타에 레스토랑 몇 개를 소유했다는 자신의 멘토 (아마도 선배를 뜻하는듯) 가 했던 말을 이어서 소개했다."인니애들과의 눈싸움에서 지면 안된다. 눈을 피하면 지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유치함이 하늘을 찌른다.껄렁껄렁 중고딩 시절에 그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눈싸움에서 눈 피하면 지는 게 맞다. 눈싸움이니까. 한국인끼리 눈싸움을 해도 눈 피하면 지는 게 맞다.인니애들하고 눈싸움에서 지면 안된다는데, 딱히 인니인에게 지면..

더러움에 대한 선입견

목욕 후, 발 닦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걸 불결하게 생각한다.하지만, 깨끗이 씻었다면 얼굴이나 발이나 다 똑같은 피부다.사실 더럽기로는 별의 별 것 다 만지는 손이 제일이다.하지만, 손 닦은 수건으로 얼굴 닦는 건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그냥 발을 더럽다고 여기는 선입견 때문이다. 만약 여동생이나 여친이 자기 수염 깎는 면도기로 겨드랑이나 다리털 밀면 질색을 한다.씻지도 않고 생으로 미는 것도 아닌데 그런다.전염병에 옮을까봐 그러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 게 아니라면 그저 선입견일 뿐이다.그냥 면도하는 도구일 뿐이고, 쓰고 잘 씻으면 된다.식당에서 별의 별 사람 입에 들락거렸을 수저는 설거지 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잘도 쓰지 않나. 수저 얘기가 나온 김에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니 문화에 대한 선입..

단상 2020.04.24

Duo Semangka - Mantul

duo 듀오, semangka 수박수박 듀오라는 가수들이다.이름부터가 목적 의식이 아주 뚜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뮤비는 더더욱 그렇다.뭘 어필하고 싶은지 너무 뚜렷해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노래 제목인 Mantul은 Mantap Betul의 줄임말로, '딱 좋아'라는 뜻이다.지금 남자친구가 딱 좋다, 예전 남자친구는 엿같았다... 뭐 그런 내용의 가사인데, 딱히 특별한 거 없이 그냥 골빈 내용이다.노래 자체도 별로 안좋고.하긴, 이런 훌륭한 수박들이 해맑게 뛰어 노는데, 가사나 노래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 싶다. 문득 생각 나서 사족을 붙이자면, 내가 인니 노래 중 이런 명곡들을 포스팅 하는 이유는 인니를 희화화 하고자 해서가 아니다.많은 한국 사람들이 무지에서 비롯된 이슬람 공포증으로 인해..

Music or Muvie 2019.03.19

아무리 그럴듯해도 견해는 견해일 뿐

이원복 작가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에서, 일본인의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를 섬나라라는 지리적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했다.대륙은 타인에게 해를 끼쳤어도 지역의 경계가 열려 있기 때문에 멀리 옮겨가면 되지만, 섬은 닫혀있기 때문에 해를 끼치고, 그에 대한 복수가 거듭되다 보면, 결국에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서로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해석이었다.그 논리가 그럴듯해 그대로 받아 들였다.많은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섬나라인 인니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되어, 이원복 작가의 해석을 적용하여 이해하려고 했다. 인니의 말루 malu (부끄러움, 수치, 폐) 문화를 이해하던 시기에는 일본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인니의 말루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

단상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