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더러움에 대한 선입견

명랑쾌활 2020. 4. 24. 08:38


목욕 후, 발 닦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걸 불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깨끗이 씻었다면 얼굴이나 발이나 다 똑같은 피부다.

사실 더럽기로는 별의 별 것 다 만지는 손이 제일이다.

하지만, 손 닦은 수건으로 얼굴 닦는 건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발을 더럽다고 여기는 선입견 때문이다.


만약 여동생이나 여친이 자기 수염 깎는 면도기로 겨드랑이나 다리털 밀면 질색을 한다.

씻지도 않고 생으로 미는 것도 아닌데 그런다.

전염병에 옮을까봐 그러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 게 아니라면 그저 선입견일 뿐이다.

그냥 면도하는 도구일 뿐이고, 쓰고 잘 씻으면 된다.

식당에서 별의 별 사람 입에 들락거렸을 수저는 설거지 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잘도 쓰지 않나.


수저 얘기가 나온 김에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니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생각해 본다.

손으로 먹는 게 미개해 보이겠지만, '손만 깨끗이 씻었다면' 수저보다 깨끗하다.

그리고, 인니인들은 손을 써서 밥을 먹기 때문에 식사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다. (씻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수저를 쓰는 한국인 중에 많은 사람이 식사 전에 손을 씻지 않는다.


인니인들은 손과 물을 이용해 용변 뒷처리 하는 걸 질색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 부분을 손으로 직접 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용변 처리후 깨끗이 씻으면 그만이다.

휴지로 뒷처리를 하는 한국이 더 선진적이고 깨끗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근거를 알 수 없는 망상이다.

휴지로 닦으면 그 부분이 닿지 않았으니 손은 깨끗하겠지만, 정작 그 부분은 더욱 더럽다.

만약 똥을 밟았다면, 휴지 한 통 써가며 빡빡 닦는 것과 물로 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깨끗할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한국인 치고 자기 전에 샤워하려고 옷 벘었는데 빤스에 똥 묻어 있는 거 본 적 없는 사람이 드물 거다. 


그렇다고 인니가 더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라는 건 아니다.

환경에 따라 그냥 그런 문화가 정착된 거다.

인니의 손과 물을 이용한 뒷처리 문화에도 더러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왼손으로 뒷처리를 하도록 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물건이나 돈 등을 상대방에게 건낼 때나 악수할 때, 어딘가를 가리킬 때는 반드시 오른손을 사용하는 게 예의다.


선입견으로 더럽다고 생각하는 건 의외로 많다.
이치를 차근차근 따져 곰곰히 생각하지 않으니 그런 거다.
더러움에 관한 가장 안좋은 선입견은 순결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성경험으로 더러워지지 않는다.
연애 대상이나 배우자에게 다른 사람과의 과거가 있는 걸 더럽혀 진 거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유치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