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부조리 4

[그 회사 이야기] 2. 든든한 한국인 뒷배를 둔 그 현지인 총무

법인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법인장이지만, 외국 법인의 외국인 법인장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인니에서는 외국 법인이더라도 인사 총무는 반드시 자국민이 맡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고, 외국 법인에 대해 모든 현지인들은 그 현지인 총무를 실질적인 대표자로 간주한다. 관공서 공무원, 회사 주변 주민, 하청 현지 업체, 사내 직원 등 모든 현지인은 총무를 상대한다. 법인장은 회사의 최종 사인을 하는, 즉 뭔 일 터졌을 때 책임지는 사람일 뿐이다. 그 회사 총무는 오너 매제가 박아넣은 사람이었다. 오너 매제 회사 경리장의 남편으로 이전엔 카센터 사무실에서 일했다고 한다. 관련 경력이 없으니 총무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문제는 나도 초짜였다는 것이다. 좆도 모르는데 존심만 센 놈 둘이 붙어 있으니 늘..

소오~설 2023.12.06

부정적인 보고에 필요한 처세의 기술

품질관리를 따로 두지 않았던 모 회사로 이직한 경력직이 품질관리팀을 만든다.품질관리팀 도입 전의 회사 불량률은 4%, 도입 후 불량률은 20%가 됐다.이걸 갖고 품질관리팀 도입한 탓에 불량률이 증가했다고 까는 사람이 있더라.좋게 보면 보고를 곧이 곧대로 믿는 순수한 사람인 거고, 솔직히 말해 이런 사람은 공장 운영을 하면 안된다.(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키운 사장의 대부분이 이렇다는 게 모순이다.) 애초에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 투입한다고 해서 불량률이 5배로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다.품질 관리팀 도입 이전에 불량률 4%와 도입 후 불량률 20%라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품질관리팀 도입 이전에 운영하던 불량품 적재 공간에 5배로 늘어난 불량품이 쌓여 당장 티가 났을 거다.하지만 그런..

단상 2017.09.20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3. 마지막 - 회사는 원래 부조리하다.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의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장황하게 늘어 놓았습니다만, 사실 몇 가지 본질만 잊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합니다. 본질만 다시 정리하면서, 연재를 결할까 합니다. 1. '회사'는 실체가 없는 허상이기 때문에, 책임 지는 사람도 없고, 감정도 없고, 가책도 없다. 2. 사장은 회사라는 세계플 창조했기 때문에, 파괴할 수도 있는 '인간'이다. 3. 회사는 사장것이지만, 회사돈은 사장것이 아니다. 4. 회사의 이익과 사장의 이익이 항상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장은 회사에 해가 되는 결정도 얼마든지 내린다. 5. 정직하고 성실한 당신이 사장의 미움을 받는 이유는, 당신이 사장에게가 아니라 회..

단상 2014.10.10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2. 평판의 허상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실화다. 김전무는 해외지사의 법인장으로 발령 나왔다. 본사 대표이사였다가 나왔으므로 사실 상 좌천이다. 기분이 좋을리 없다. 김전무의 역할 중 하나는 생산 정상화였다. 회사는, 회사가 소규모일 때부터 생산 영업 안해본게 없는 김전무의 경험을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까지 한 사람에게 생산 관리라니, 권위로 똘똘 뭉친 김전무에게는 모욕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생산 현장을 현지의 한국인 관리자에게 맡겨 두고 방치해 버렸다. 해외에 가족들을 데리고 나온 김전무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가족과의 외식이나 여행에 사용된 돈을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현지에서는 법인카드 발급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

단상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