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기숙사 4

기숙사 제공이 회사 복지 혜택?

인니 소재 한국 제조업 회사는 한국인 직원이 공장 내 기숙사에 사는 경우가 많다. 땅값, 인건비 싼 지역 찾다보니, 시골 깡촌에 공장을 세우는 게 보통이라 그렇다. 직원을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사고방식이 쌍팔년도에 멈춘 사장이 그렇다. (그냥 관용적 표현으로 쌍팔년도가 아니라, 정말로 1986~1988년도에 한국 최저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부산 지역의 많은 신발봉제 공장들이 인니로 옮겨왔다.) 그런 사장일수록 공장 내 기숙사에 거주해야 하는 걸 근무 조건으로 내거는 경향이 강하다. 처자식이 있고, 출퇴근이 가능한 사람도 예외 없다. 근무 '조건'이다. 웃기는 건, 그런 사장은 '출퇴근해봐야 헛짓거리에 돈 쓸텐데 얼마나 좋냐'는 소리를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

[풍경들과 추억들] 2.

잔업이 없는 날은 찌까랑에 가서 지인들을 만나곤 했습니다.퇴근을 해도 공장 내 기숙사로 출근을 해야 하는 답답한 생활에, 고작 두어 시간 만나려 왕복 3시간 거리를 달리는 일을 감수하곤 했습니다.역시 사람은 궁하면 뭐든 어떻게든 하게 마련입니다. 퇴근길 정체를 피해 강가 따라 이어진 샛길로 다녔지요.덕분에 시골 마을 아름다운 풍경을 참 징하게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봉제 공장이 들어선 깡시골은 출퇴근 시간엔 일대 교통이 마비됩니다.출퇴근 시간을 30분 단위로 세 번 나누어 조정했다 해도, 좁은 시골길이 한 번에 몇 천 명씩 쏟아져 나오는 인파를 감당할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풍경이 좋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좌판도 들어섰습니다.오후 3시쯤 열었다가 저녁 6시면 철수합니다. 가로등도 없어서 해 떨어지..

[풍경들과 추억들] 1.

인니 살면서 멋진 하늘 풍경을 볼 때마다 틈틈히 찍어 모아뒀던 사진들을 오랜만에 정리해봅니다. 첫 직장 공장 뒷마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저멀리서 국지성 폭우가 다가오고 있는 광경이네요.한 시간 후, 퇴근 시간이 되어서는 이곳에도 비가 와장창 쏟아져서 직원들이 비 맞고 집에 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이 날은 12월 31일이었습니다. 첫 직장은 까라왕 Karawang 에 있었습니다. 기숙사는 까라왕 서쪽의 찌까랑 Cikarang 에 있었고요.동서로 가로지르는 유료도로를 타고 퇴근하다보면 종종 차 전면에 황혼이 내리는 광경을 보곤 했습니다.보통 해가 진 이후에 퇴근했기 때문에 자주는 보지 못했어요. 이 당시, 저 들판 근처에 현대 자동차 공장이 들어설 거라고는 누가 상상했겠어요. 하지만, 현대 자동차 고위직들은..

떡칼국수

회사 음식하시는 현지인 가정부가 멋진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점심시간 딱 맞춰서 오는 것도 아니고, 각자 근무지에서 근무 마무리 되는대로 제각각 오기 때문에, 금방 불어터지는 칼국수 같은 건 무리입니다.가정부 아주머니는 칼국수면을 삶아 따로 담아 놓고, 사람이 오면 뜨끈한 국물과 함께 고명을 얹어 내놓는 해결책을 생각했습니다.제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이 참상 광경을 보게 됐지요.면이 완전히 뭉쳐서 떡이 됐더군요.국물 부어가며 살살 달래어 떼어보려 했지만, 면발들의 단단한 결속력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김치도 척척 잘 만들고,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불고기 등등 대체적으로 음식을 잘하시는 분이 이런 기초적인 부분도 모르시는 걸 보면, 좀 신기하긴 합니다.그래도 뭐라 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