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기만 5

내가 속은 건 네가 속였기 때문이야

프로레슬링은 짜고 하는 거다. 당연하다. 사람을 진짜로 그렇게 패면 죽는다. 배움이 짧든, 물정을 모르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프로레슬링은 쇼다. 가짜라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독 한국인들이 그런 성향이 강하다.) 속였다고 기분 나쁘댄다. 1960년대 후반, 한국 프로레슬링 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한국 프로레슬링이 추락한 원인은 그 때문은 아니다.) 정글의 법칙이 가짜라며 싹 돌아서는 것도 그렇다. 아니 그럼, 진짜로 외지인 들어서면 창부터 들이미는 부족에 카메라 들고 가서 촬영을 할까? 창에 찔리고 뱀에 물리면 그거 그대로 촬영해서 방송에 내보내나? 60-70년대도 아니고, 그정도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그딴 상식은 필요 없다. 논리가 아..

단상 2024.02.09

[거짓말] 03.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일까?

20대 초반, 친구 순창이와는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술을 마셨던 거 같다.순창이 부모님은 내가 순창이를 망치는 나쁜 친구라고 생각하셨다.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으신듯 하다.나만 아니었으면 순창이는 지금보다 훨씬 성공했을 거라는 식으로 생각하실 거다. 단둘이 마신 것도 아니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서너명 더 있는데 유독 나만 찍어서 미워하셨다.다른 친구들과는 밤새도록 마신 적이 자주 있었지만, 정작 나와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도. ㅎㅎ자기 자식은 원래 착하고 바르다는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으니, 누군가 꼬드겼다고 생각하고 싶으셨을 것이다.자식을 미워할 순 없으니, 대신 미워할 대상이 필요하셨을 게다. 그 후, 순창이는 독립해서 지방에 살았다.명절에 본가로 돌아온 젊은 남자놈들이 다 그렇듯, 저녁..

단상 2020.09.11

족벌 중소 기업의 인너 서클

회사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에 관한 얘기입니다.일단, 모든 중소기업이 그렇다는 거 절대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겠습니다.저도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랐던 경험은 기껏 두 회사 밖에 없습니다.중소기업 운영은 사장 개인 성향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십인십색 다른 점도 많습니다.그냥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고, 소설 보듯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대부분 중소기업의 구성원들은 로열 패밀리, 인너 서클, 소모품,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사장은 구성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사장은 '신'입니다.회사라는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할 권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니 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소모품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과장입니다.인너 서클에 들어가는 건 차장급 ..

단상 2020.07.31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3. 도미노 피자의 개수작

도미노 피자의 크리스마스 이브 단 하루 99% 깜짝 세일 프로모션 1만원 짜리면 100원에 팔겠다는 건데 말이 되나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세부 내용을 보면 '피자 미디엄 크기 한 판을 사면서 미디엄 크기 한 판을 더 사면 두 번째 피자는 99% 깎아 주는데, 할인 금액은 최대 41,000 루피아'라고 써있다.즉, 실제로는 피자 두 판 사면 41,000 루피아 할인해준다는 걸 99% 세일이라고 교묘하게 포장한 거다. (도미노 피자 가장 싼 메뉴가 41,300 루피아니까 99% 세일이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다.) 도미노 피자가 예전부터 늘 판매해오고 있던 할인 세트 피자 두 판 사면 한 판에 5만 루피아씩 해서 10만 루피아에 파는 거다. 두 할인 프로모션에 동일 메뉴, 사이즈를 적용해 봤다.크리스마스 이브..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냐는 논쟁의 끝

일부러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거짓말이냐 아니냐는 오래된 논쟁입니다.주로 친구나 연인 사이에 많이 벌어지지요. ^^저도 예전에는 많이 다퉜는데, 나이 좀 먹은 이후로는 그딴(?) 일로 다툴만 한 에너지가 없어서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그러다 최근 믿고 있던 사람이 중요한 일들을 숨겨왔던 사실이 뿅뿅 밝혀지면서 새롭게 고민 좀 했었습니다.역시 사람은 자기에게 닥쳐야 머리를 굴립니다.에너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별 상관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것 뿐이었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말장난입니다.거짓말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 논쟁의 결론이 날 수가 없는 겁니다.거짓말에서 '말'이라는 부분에 해석의 초점을 맞추면 '말을 하지 않은 것 뿐이므로' 거짓말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

단상 201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