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공항 10

블루버드 택시

밤 11시, 자카르타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블루버드 택시를 탔다. 예전엔 블루버드 타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못해도 승객 서너 팀은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제 택시는 잔뜩 서있는데 타겠다는 사람이 없다. 택시 타겠다고 하니, 잡담 중이던 탑승장 관리 직원과 택시 기사가 오히려 당황하는 기색이다. 단조로운 유료도로에서 기사가 조는 건 여전했다. 낮이건 밤이건, 유료도로에서 졸지 않는 기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못봤다. 택시회사에서 졸면서 운전하는 법이라도 훈련시키나 보다. 적당히 조는 건 이제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숙면에 빠질 수도 있으니 가끔씩 말 걸어주긴 해야 한다. 거리 80km 정도, 1시간 남짓 걸렸다. 택시비는 44만 루피아 나왔다. 그랩이나 고카가 35만 루피아니까, 한참 비싼 셈이..

[한국 방문 2019] 3/3. 돌아가는 길

드디어 인니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일 매일 트렁크에 던져 넣었던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꼭 닫고 무게를 잰다. 아직 여유가 있으면 집에 있는 라면이라도 더 채워 넣어, 알뜰하게 무게 제한을 꽉 채운다.라면 한 개라도 인니에서 사는 것에 비해 최소 300원 이상 버는 셈이다. 집에서 공항버스 정류장까지는 10분 거리다. 인니 생활 초기엔, 엄마는 한국을 떠날 때면 매번 공항까지 배웅 나왔었다. 매번 난 나오지 말라고 했고.떠나는 사람이야 앞에 펼쳐질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떠나 보내는 사람은 떠난 사람의 빈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얼마나 휑할지.난 계속 배웅 나오지 말라고 했고, 결국 엄마는 정류장까지만 배웅했다.이번 방문 때는 떠나는 날 마침 엄마에..

여행기?/한국 2020.02.03

미스 인도네시아

한국에서 르바란 휴가를 보내고 인니에 다시 돌아왔을 때 얘기입니다.자카르타 공항 3청사에 내려 주차타워의 개인차량 탑승구역으로 가는 중에, 마주오는 키가 크고 늘씬하고 '조금' 예쁘장한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지요.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로 눈만 살짝 위로 떠서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모션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타인의 시선을 받는데 매우 익숙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단히 말해 연예인 삘이 났습니다.)재밌는 건, 저도 타인의 시선을 받는데 꽤나 익숙한 사람이라는 거죠.인니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어딜가나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다 보니 익숙해 질 수 밖에 없었죠.뭐 어쨌든, '흐흥~ 이 이쁘장한 아가씨가 내 내면의 매력을 눈치챘능가?' 하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서로 지나칠 때까지 마주 응시를 했습..

싱가폴 당일치기 비자 수속 방문

싱가폴 당일치기 찍고 오기를 했습니다.관광을 목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관광지를 간 것도 아니니, 여행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네요. 일단 인니에 들어왔다가, 취업비자 발급 수속이 완료되면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취업 비자를 발급 업무를 취급하는 부서가 국외 공관(대사관)에만 있는 인니의 요상한 제도 때문이지요.인니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고, 몇 번을 겪은 분들도 많습니다.저도 이번이 4번째네요.보통은 가장 가까운 싱가폴로 갑니다만, 말레이시아로 가는 사람도 있고, 일정 조율해서 한국에 갔다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 새벽 4시 15분, 자카르타 공항에서 밝은 보름달이 떴다. 당일치..

대한항공 자카르타 공항 3청사 마중 나가기

한국에서 부모님에 오셔서 자카르타 공항 - 정확하게는 수까르노 하따 공항 Bandara Sukarno-Hatta, 줄여서 수따 공항 - 에 마중을 나갔습니다. 대한항공도 이번에 새로 생긴 3청사를 이용합니다.개인차량으로 올 경우, 3청사와 이어진 주차빌딩에서 내리고 타야 합니다.이에 따라, 3청사에서 주차빌딩 쪽으로 가는 동선에 마중나온 사람들이 기다리는 장소를 만들었더군요.어떤 멍충이가 설계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구조입니다.어쨌든, 3청사 쪽으로 마중 나가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3청사 마중 나온 사람들 대기 장소기둥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어서, 입국 심사와 세관 검색대를 거친 사람들이 나오는 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기둥 뒷편,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이 출구다. 세관 ..

입국 심사관의 입장을 따져 생각해 본 입국 심사 시 무난한 대답

인니의 체류 허가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부득이 도착비자로 입국하여 연장하는 방식을 여러 차례 반복해가면서 인니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공항의 입국 심사관도 모를리가 없으니 간혹 날카로운 추궁을 받고는 하는데, 입국 심사관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적절한 대답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봤습니다. 입국 심사관의 질문은 그의 업무입니다. 입국하는 외국인이 미워서 그러는 거 아녜요.심사관이 들어서 '그럴듯'하면 통과시켜 줍니다. 거짓밀인 거 뻔히 보여도, 딱히 괴롭히진 않아요. 그들은 형사가 아니라 심사관입니다.애국심이 활활 불타오르는 게 아닌 이상, 깐깐해봐야 피차 피곤합니다. 그냥 일일 뿐이니까요.하지만 입국자의 대답이 그럴듯하지 않으면 캐묻는 게 당연합니다.그럴듯하지 않은 사람을 들여보내는 건 직무..

공항직원이 비행기 화물칸 승객 수하물을 뒤지는 동영상

태국의 어느 공항에서 찍힌 영상이라고 합니다. 인니공항에서도 수하물을 도둑맞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내부 직원 소행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그게 사실이라면 이 동영상 내용처럼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 Eris Riswandi 페이스북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0155799086422661&id=554637660 당연한 얘깁니다만, 수하물 꼭 잠그시길 바랍니다.잠금장치가 없다면 최소한 성냥갑만한 싸구려 자물통이라도 다세요.억지로 열려면 얼마든지 열 수 있지만, 흔적이 남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etc 2017.10.18

[Lombok] 03. 기가 막히게 귀가 막힌 일

원래 여행 계획은 롬복에 10일 정도 넉넉하게 돌아 보려고 했습니다. 도중에 친구 한 명이 더 합류하기로 했고요. 하지만 일행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자카르타에 갔다가 합류하기로 한 친구와 다시 롬복으로 오는 흔치 않은 바보짓을 하게 됐습니다. 이 일행... 이번 여행으로 학을 뗐어요. =_= 장기여행은 사람의 본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에게만 보이는 바로 그 가장 사적인 모습이요. 일상적인 만남이나 짧은 여행은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상대에 맞춰 태도를 꾸밀 수 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본모습 대로 행동하는게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인간의 본능은 사회 유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겠지요...

인니인의 공공질서 의식

애석하지만,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인니인들은 전반적으로 공공질서 의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각자의 작은 양보로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공익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죠. 그리고 그런 태도는 한국에 있다 모국인 인니에 오는 순간 바로 되살아 나는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해서, 짐 나오는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속이 일찍 끝난 편이라, 짐 나오는 입구 근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죠. 한국처럼 가이드 라인은 없지만, 그래도 컨베이어에서 한발짝 정도 떨어져서 서있습니다. 너무 바짝 서면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 다들 몸을 앞으로 숙여 고개를 빼야 다가오는 가방들을 볼 수 있게 되거든요. 이건 상식이죠. 그리고 한발짝 정도 물러서는건 아무런 불편도 없습니다. 왠 멀쩡한..

Go East. 27. 롬복 Lombok -> 자카르타 Jakarta. 다시 일상으로

원래대로라면 최소한 숨바와 Sumbawa 섬(롬복에서 다시 동쪽에 있다)까지는 갈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기간이 다 됐다. (발리 우붓에서 열흘 있었던 것이 컸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비행기다. 왔던 여정을 돌이켜 보면 생각하고 자시고가 없다. 롬복의 주도 마따람 Mataram에 있는 롬복 공항 바깥 지역. 공항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박한 곳이다. 대합실 역시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 마냥 소박하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를 비롯하여 몇 대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손님이 가득했을 때는 앉을 자리도 없었다. 멀쩡히 앉아 있다가 인니 아줌마가 궁뎅이 슬쩍 들이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자리에서 밀려나는 독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아줌마는 만국 공통인가...? 수상..